™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내 동생, 전역하다

카잔 2010. 5. 14. 18:23

의경으로 복무했던 동생이 전역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제 집에서 3박 4일을 묵었지요.

집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오더니 참 좋다네요.
경찰서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 차가워서
수도관이 북극으로 연결된 줄 알았대요.
지금도 그 차가운 물을 온 몸에 끼얹은 듯 같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 말을 하더군요.
저는 무지 웃겨서 한 동안 웃느라 혼났습니다. 

녀석의 말을 듣고 나서 샤워를 하는데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내내 행복이 느껴졌지요.
행복은 그렇게 일상 속에 깃들어 있나 봅니다.
무심코 지내다가 이렇게 누군가의 대화를 통해
배우게 되나 봅니다. 행복에 대해, 인생에 대해.


그저께는 녀석과 함께 잠실 종합운동장에 갔습니다.
삼성과 두산의 프로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죠.
마트에 들러 간식을 샀지요. 요플레, 바나나, 음료수, 샐러드.
빠리바게트에 들러 소보루빵도 사고, KFC에서 치킨도 샀지요.
음식을 먹으며 야구를 구경하는 것, 즐거웠지요.
우리는 본격적으로 야구를 보기 위해
관람하기 보다 좋은 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우리 자리에서 3m 즈음 떨어진 곳에는 쓰레기통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5, 6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이 두 명이 오더니
국물이 든 컵라면 용기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저와 동생은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두 녀석 모두 라면 국물을 그대로 쓰레기 통에 부었던 것입니다.
생각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마치 씽크대에 국물을 붓듯이 버리다니.

잠시 후, 친구로 보이는 어린이 한 명이 더 왔습니다.
역시 국물이 반쯤 남은 컵라면 용기를 들고서 말이지요.
잠시 머뭇거리더니 국물이 쏟아지지 않게 쓰레기통에 살포시 놓고 갔습니다.
곧 넘어져서 마찬가지 상황이 되겠지만, 그래도 뭔가 잠시 고민하는 게
앞선 두 녀석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동생도 같은 생각을 했나 봅니다. "쟤는 좀 낫네."
그런데 이어지는 말에 저는 또 한참을 웃었습니다.

"아, 새끼들... 완전 개념 없네.
그래서 후임과 애는 맞으면서 커야 돼."
표현이 저보다 살짝 거친 면이 있지요. ^^
완전 웃었습니다. 무지 웃기더라구요.

녀석은 어제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면서 문자를 보냈더군요.
"형, 3일 동안 고마웠어 많이 챙겨줘서
그리고 힘든 일 있어도 힘내. 군대도 갔다왔는데 뭘.
다 할 수 있어 힘!"

군대 다녀온 것이 대단한 성취처럼 느끼고 있는
전역 4일차의 메시지였지요. 하하하하. 짜식!
사랑스러운 제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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