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난 겸손한 사람이 싫다

카잔 2010. 11. 17. 16:04

난 겸손한 사람이 싫다

- 겸손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지 않을까?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 겸손의 사전적 정의다.
겸손은 좋은 것이다.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매우 좋은 것이다.
남을 존중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고, 내세우지 않음에는 은근한 멋이 깃든다.
선행이라도 자기를 내세우는 정도가 커질수록 은은함을 잃어간다. 

남을 존중하지는 않지만,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는 겸손이라 할 수 있을까?
이를 테면, 마음 속으로는 '나야말로 적임자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예의상으로 "아, 제가 어떻게 그걸 해요."라고 말하며 손사레 치는 것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것은 겸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을 겸손하다고 표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마음이 남을 존중하는지 아닌지는 쉽사리 알 수 없으니
눈에 보이는 태도와 모양으로 겸손을 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겸손의 필요조건이 '타인존중'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겸손이 아니다.
 

나는 이런 류의 겸손이 싫다. 속과 겉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깔린 뒤로 물러섬이 진짜 겸손이다.
자기 중심성이 강해서 실수를 하거나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주저하는 태도,
문화적인 규범이나 예절을 알고 영리하게 행세한 것 모두가 겸손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겸손은 남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행위라고 해서 모두 겸손인 것은 아니다.
겸손의 여부는 자기를 내세웠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남을 존중하였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남을 존중하는 마음 없이 무조건 사양하거나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겸손한 사람'이라는 명예를 획득하기 위한 처세술을 발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낫게 여기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것도 겸손이고,
받은 재능을 힘써 활용하고 섬기기 위해 앞장 서는 것도 겸손이다.

겸손한 사람들은, 신이 인간에게 재능을 주신 두 가지 목적을 깨닫고 있다.
재능의 첫째 목적은 자신의 삶을 일구는 도구이고, 둘째 목적은 이웃을 섬기는 통로다.
그러므로 자기 재능과 연결되는 일이라면, 여러 번 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쾌하게 내가 하겠다고 나서되, 그 일이 잘 된 공을 받은 덕분으로 돌린다.

겸손하고 싶다면, 무조건 점잖게 사양하거나 물러나 있을 게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앞장 서서 "제가 할게요" 하고 소리치며 나서야 한다. 
이웃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다면, 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나눈다면 겸손이다.

그것은 일이 틀어질 가능성을 감수하는 책임감 있는 태도고, 남을 섬기는 행위니까. 

내가 먼저 나서면 겸손함의 미덕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 없다. 
받은 재능으로 힘써 다른 이들을 섬기되, 자신 역시 받은 것임을 잊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크기의 재능을 받았기에 큰 재능을 받은 사람은

더 많이 섬기고, 받은 재능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 성실히 살아야 한다.

진짜 겸손은 인간의 연약함을 잊지 않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담대하게 참여하고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주저함 없이 할 수 없다고 혹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공동체를 섬기고, 자기 인생의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진짜 겸손을 안다.
진짜 겸손을 알기에 자신이 섬길 수 있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일에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물러나 있는다.

 


겸손한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이 분명해졌다.
겸손한 사람이 되려면,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려는 여러 궁리를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을 깊이 존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점점 알아가야 한다.

나는 남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 주는 사람이 좋다.
다른 이들을 섬기다가 조금 오버하여 푼수다운 모습을 보일지라도 그가 좋다.
점잖을 빼거나 겸손의 품위를 유지하느라 애쓰는 사람들보다 따뜻하니까.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그들을 찾는 것이다.

만약, 진짜 겸손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겸손은 참 좋은 것이니까.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교훈은
다른 사람들을 깊이 존중하라는 말일 것이다.
나는 점잖은 교양인보다는 이웃들을 존중하는 푼수가 되고 싶다. 


                                                                                                     - 201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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