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집중력을 키워 주는 책들

카잔 2010. 10. 17. 17:04

"하나에 집중하라"는 주제를 심도 깊게 파고 든 책 있을까요?

나를 선생이라 부르는 '고마운' 이에게서 온 문자입니다. 그는 자주 이런 골치 아픈 질문을 합니다. 그에게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답할 수 있을 경우에는 문자를 줄 것이다. 그러니 무응답일 경우는 답하지 못하는 형편이라 생각하여 나를 이해해 달라"고. 저는 간단히 한 두 권의 책을 추천함으로 회신할 때도 있고, 한 두 번은 전화를 하여 몇 권의 책을 설명과 함께 추천했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무응답일 때가 가장 많았을 겁니다. 오늘은 그 무응답에 대한 섭섭함이 쌓여갔을 지도 몰라서 마음 먹고 블로그에 '길게' 답변해 봅니다. 멈추어 있던 머리를 쓰게 하고, 열심을 내게 해 준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집중'은 자기경영의 핵심 키워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중력이 약합니다. 집중을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전문성을 갖지 못한 하나의 이유입니다. 하나에 집중하여 그 분야에 정통하기보다는 두루 다양한 일들에 적당한 정도의 지식을 갖기가 훨씬 쉽습니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목록은 매우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을 생중계하는 인터넷 포털의 첫화면(클릭하는 순간 우리와 관계가 없는 이야기들이 지금의 내 삶에 침입하니까), 인생의 목표를 갖지 못한 방향성 부재, 목표가 있지만 자기 몸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산만함, 친구를 만나거나 쇼핑을 하는 등의 일상 생활 등이 모두 우리를 산만함으로 이끕니다. 이러한 집중력의 적들을 이해하고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집중은 자기 경영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집중(력)이 우리 인생에 미치는 효과는 강력합니다. 그 효과의 강력한 만큼이나 집중(력)을 다루고 있는 분야도 사회학, 경영학, 심리학, 실용서 등 다양합니다. '집중력 없는 사회'의 원인과 진단을 담은 매기 잭슨의『집중력의 탄생』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집중력을 상실하고 있는지를 초상화로 보여 주듯이 설득력 있게 묘사합니다. 특히 디지털 문명이 집중 결여의 사회를 형성하는데 어떻게 작용하였는지 보여 주어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귀한 통찰을 전해 줍니다. 다만, 인터넷 화면을 '보는' 데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기를 힘들어 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책을 와우팀 선발 도서로 제출한 적이 있는데, 어려워해서 하는 말입니다.) 만약, 인문 교양 쌓기를 목적으로 하신다면 이 정도의 책을 어려워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집중은 심리학과 경영학에도 중요한 주제다

심리학에서도 자주 집중을 다룹니다. 긍정심리학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flow)』가 가장 유명한 단행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행본이라기보다는 읽기 쉬운 학술서적이라 표현하는 것이 이 책의 분량과 내용에 걸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집중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다루는 학자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해질까?, 라는 질문을 품고 연구와 실험을 집중한 결과, 행복은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최적 경험'을 할 때 맛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최적 경험을 '플로우'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느낌인 플로우를 경험하는 비결이 '몰입'입니다. 집중이 일시적인 경험이라면, 몰입은 집중력을 자유자재로 발휘하는 기술의 단계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실까요? 집중과 행복의 상관 관계, 플로우를 얻는 비결 등이 궁금하다면 500쪽이 넘는 큰 책이지만, 풍덩 빠져 보시기 권합니다.

경영학으로 넘어오면 '핵심역량'이나 '차별화'의 개념으로 집중이 강조됩니다. 핵심역량 이론의 대가는 게리 하멜입니다. 그의 책을 읽어 보면 집중이 경영학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이해할 수 있지만, 제게 질문한 이가 경영학에 대해 관심이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다만 그가 전방위적 독서가이기에 제가 어느 정도의 길만 제시하면 그가 더 조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핵심역량이란, '기업내부의 조직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총체적인 기술·지식·문화 등 기업의 핵심을 이루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에 관한 책들이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는 뻔한 주장을 할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알다시피 핵심에 집중한다는 말은 쉽지만, 그것이 실천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핵심 역량 책들의 진가는 그 철학의 당위성이 아니라, 노하우가 얼마나 유용한가, 라는 실제성으로 구분됩니다.

램 차란의 『실행에 집중하라』와 앤드류 캠벨 등이 쓴『기업전략』은 선택과 집중을 경영학 관점에서 매우 훌륭하게 다룬 책입니다. 노하우까지 잘 제시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경영학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용어가 생소하여 독해가 쉽지 않다는 점인데, 그래서 오히려 이동현의 『깨달음이 있는 경영』에서 게리 하멜 챕터만 읽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이 책은 경영학을 교양 차원에서 접근하는데 쉽고 유익한 책입니다. 경영의 본질에 대하여 5명의 대가를 소개하고 그들의 핵심 사상을 풀이하였습니다. (집중에서 경영학으로 주제가 넘어가려 하니, 이 즈음에서 싹뚝!)


자기경영 차원에서 읽을 만한 집중 관련 책들

루시 조 팰러디노의 『포커스 존』과 에드워드 M. 할로웰『창조적 단절』은 집중에 관심을 지닌 일반인들이 읽을 만한 쉽고 유익한 책입니다. '과잉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법'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창조적 단절』은 실용적인 제안을 담은 자기계발서입니다. 책은 정보 중독증과 멀티태스킹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집중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전제로 전개됩니다. 개인들이 집중력을 회복하는 비결은 물리적으로 단절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창조적 단절)이라는 주장과 함께 다양한 TIP을 전합니다. PC 없이 투자 결정을 하는 워렌 버핏이나 외딴 별장에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을 하는 빌 게이츠가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창조적 단절의 사례지요. 저는 신영복 선생님 또한 창조적 단절을 제대로 보여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교도소에서는 정보가 없으니까 논리 중심의 사고가 발달하는 데 비해, 출소 후에는 정보 중심 사고를 하게 돼요. 너무 많은 정보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어요. 교도서에서는 자기 사고의 흐름을 주시해 보고, 자기 생각을 되짚어갈 수 있었지요." 

(신영복 선생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감옥을 창조적 단절의 공간으로 만드신 게지요. '감옥'이라고 하면, 당신의 자서전적인 문답집에 '황홀한 글감옥'이라는 제목을 달았던 조정래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조정래 선생님 이야기는 잠시 후, 앞서 소개한 집중을 다룬 자기경영서를 정리한 후에 하겠습니다.  


『포커스 존』은 '주의력, 집중력을 일깨우고 유지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뇌 사용 지침서'입니다. 저자는 저명한 심리학자요 주의력 전문가입니다. 그녀는 위대한 스포츠 스타들을 연구한 결과, 그들이 주의력을 통제하는데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지요. 저자 소개를 살펴 보니, 그는 성실한 과학자인 듯 합니다. 저는 자기경영 저자가 꼭 과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과학적 태도를 지니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하나의 일화로 일반화하거나, 성실한 임상 없이 책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 점에서 『포커스 존』은 자기계발서가 지녀야 할 미덕인 객관성을 갖추었습니다. 게다가 '포커스 존'이라는 이해하고 쉬운 개념을 제시하고 실천 지침으로 '포커스 존을 여는 8가지 열쇠 꾸러미'를 제안한 점에서 구체성과 실용성이라는 미덕도 갖추었습니다.

데이브 라카니의 『딱 1시간만 미쳐라』는 사 두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책인데, '1시간'이라는 키워드로 집중력을 다룬 책입니다. 읽지 않은 책을 두고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혹시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여 한 가지만 언급합니다. 1시간 동안만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면 인생이 바뀐다, 라는 다소 과장된 주장을 담고 있지만, 책의 내용은 1시간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혹시 1시간만 제대로 보내어 볼까, 라는 가벼운 혹은 얄팍한 마음으로 책을 꺼내든다면 실패할 것입니다. 모든 자기 경영서는 '읽으려고' 손에 들면 독서에 실패하니까요. '실천하려고' 손에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경영서 저자는 책임감과 내공을 지녀야 합니다. 본의 아니게 독자의 삶에 개입하게 되니까요.


모든 대가들의 삶에서 집중을 배워라

마지막으로 아까 잠시 꺼냈다가 집어넣은 조정래 선생님 이야기를 하고 마치겠습니다. 조정래 선생님은 자신의 글쓰기 작업을 감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신을 밤낮없이 한 가지 활동, 글쓰기에 가두었다는 표현입니다. 다만, 그 작업은 황홀했기에 '황홀한 글감옥'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 감옥에 한 번 갇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사람들이 많았던지, 조정래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
글이 안 될수록 책상으로 더 다가앉아 기어코 마음에 들게 쓰고서야 책상에서 물러나 앉는다! 이것이 제가 정해 놓은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어긴적이 없고, 앞으로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방법을 택하면 간사스러운 마음은 그것을 곧 습관으로 익히고, 그 습관은 엄살을 부르고, 거기에 휘둘리다 보면 결국 그 못된 버릇이 글을 잡아먹게 되기 때문에 애초에 혹독하고 인정사정없이 저 자신을 다루어 온것입니다. 그래서 견디는 것이 저의 습관이 되었습니다.이해가 되십니까? 권해드립니다."

글감옥이라는 표현과과 이런 엄격함은 제게 자신의 본업을 향한 '집중력'의 한 형태로 다가옵니다. 조정래 선생님의 삶을 언급한 것은 '집중'은 모든 대가들의 삶에서 쉽게 관찰되는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집중에 대하여 알고 싶다면, 믿을 만한 이론을 배우고 실제적인 TIP을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대가들의 삶을 읽으며 그들의 삶에서 집중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집중이 만들어내는 삶의 모양(성과)은 어떠한지를 관찰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삶을 읽으며 그가 얼마나 일상 생활에 서툰지 살피고, 이러한 서툼이 자기 일에 대한 무서운 몰입 때문임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모든 탁월한 대가들이 '하나에 집중하기'을 실천했냐구요. 제가 어찌 '모든'이라는 말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겠습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분들이 떠올라 대답하기가 힘드네요. 두 분야 이상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 말입니다. 그들 모두가 '하나에 집중하기'를 실천하지는 않았지만, (두 가지 이상일지라도) 자기 분야에만 '집중'을 실천한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대가들의 두꺼운 전기를 3~4권 읽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출간된 듯한 책이 있습니다. 안대회의 『조선의 프로페셔널』은 자신의 업에 평생을 걸어 도전한 '집중의 달인' 10명이 등장합니다. 방금 제가 설명한 이야기에 딱 맞는 책이지요.

가을입니다. 독서보다 단풍 놀이를 떠나거나 공연을 즐기기에 더욱 어울리는 계절이지만, 가을 하늘처럼 맑고 푸른 인생을 위해 독서하기에도 괜찮은 계절입니다. 혹 집중력에 대하여 땡기신다면, 오늘 소개한 책 중에서 한 권은 어떠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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