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원할 때마다 여행을 떠나는 비결

카잔 2010. 11. 4. 10:06


부석사 가는 길의 은행나무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떠나는 편이지만 매년 가을이면, 좀 더 자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단풍 나들이를 즐기며 낙엽길을 걷고 싶은 게지요. 그래서 영주 부석사, 소수서원에 다녀왔습니다. 자주 떠나다 보니, 몇몇 분들이 걱정을 하거나(철이 덜 들었다고), 오해를 하시더군요(돈이 많다고). 걱정도 덜어 드리고 오해도 풀 겸, 오늘은 여행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쓰고 나니 걱정을 덜지는 못했고, 오해는 조금 푼 듯 합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시지만, 생각에 그치시는 분들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

저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진 않습니다. 노년이 되어 여행을 하는 것도 멋스럽지만, 청년의 때에 떠나는 여행도 활기차고 즐겁습니다. 넉넉한 씀씀이의 중(노)년들에 비하면 소박한 여행이지만, 튼튼한 체력이 주는 활동의 폭과 하루에 다닐 수 있는 넓이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텐트를 치고 밤을 세워가며 노는 것이 스무 살을 전후한 젊은이들의 여행방식이라면 혹은 그 때에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여행법이라면, 30대에게도 우리들만의 여행방식과 여행법이 있겠지요. 또한 우리 '미혼의 삼십 대'에게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자금과 시간이 있습니다. (기혼 분들을 제외시킨 점을 용서하십시오. 현실적으로 조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다 높은 차원의 생각과 좀 더 실현하기 어려운 삶의 방식을 기꺼이 선택해야 합니다.)

설마 제가 돈이 많아 이렇게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시지요? 결코 아닙니다. 저는 평균 아니 평균 이하의 재정 상태입니다. 직장인이라면 통장 잔고가 저보다 가벼운 또래는 많지 않을 거예요. 다만, 저는 버는 금액의 50%를 저축하는 게 아니라, 그 50% 정도를 저에게 투자합니다. 무엇을 위한 투자냐구요? '오늘의 행복'을 위한 투자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투자하는 겁니다. 저축보다 책을 사는 일, 여행떠나기, 맛난 음식 먹기, 할머니께 용돈 드리기가 제게는 더 큰 행복이니 그렇게 사는 겁니다. 정말 행복할지 아닐지도 모르는 미래의 일에 현재를 희생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물론 오늘의 즐거움을 위한 일과 미래의 의미를 위한 일의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은 하지요.

제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재정적 비결은 오늘의 즐거움을 위해 흠뻑 투자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월 자동차나 가전제품으로 빠져나가는 할부금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벌어들이는 돈을 따지면 어차피 저나 이 글을 읽는 제 또래 분들이나 큰 차이가 없겠지요. 다른 것이 있다면, 누군가가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구입하는 그 돈으로 저는 '내 삶의 방식'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내 삶의 방식이란, 여행에 관해서는 매월 1회 국내여행, 연간 한달 해외여행이라는 소원을 지켜가는 것을 말합니다.  

여행자의 삶은 돈 문제가 아니다. 가치와 선택의 문제다.


이 즈음에서,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시간과 돈이 없다는 분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여러분도 월 2회는 국내여행을 떠날 수 있지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할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주말에 낮잠 자는 것을 포기 하거나 TV 시청 대신 여행정보를 검색해야 할 테니까요. 20만원짜리 펀드 하나를 깨거나 옷이나 가전 제품 하나를 덜 사면, 월 20만 정도는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펀드를 깨지는 마시고 다른 방법을 선택하시길 권하고 싶네요. 펀드매니저나 재정 컨설턴트에게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조언은 듣고 싶지 않네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들도 뭘 모르긴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그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는 모든 걸 다 알며 살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 여행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던 온갖 합리적인 이유들은 그저 변명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다짐합니다. 월 1회 떠나고 싶다면 꼭 떠나자고. 그것 뿐입니다. 돈이 없으니 이번 달엔 넘어가자, 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달에는 소박한 여행을 다녀오면 그만입니다. 이 때 포기하는 것은 꿈꾸었던 럭셔리한 여행입니다. 경직된 사고를 벗어나 마음이 말랑해지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두 따질 수 있고, 덜 중요한 것들을 쉽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내 삶의 방식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말랑해진 마음으로 생각하면 리처드 칼슨의 말은 명언이란 생각도 들더군요.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가장 큰 여행의 장애물은 시간 부족입니다. 할 일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떠날 순 없으니까요. 이 때에도 방법은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할 일을 내려놓고 떠났을 때 파장이 크지 않다면, 그저 떠나는 것입니다. 파장이 크다 함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내가 많이 괴로운 경우입니다. 그럴 때에는 할 일을 마치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실제로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아 일을 내려놓을 수 없는 경우, 다시 말해 일을 내려놓는다면 파장이 큰 경우도 빈번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루는 습관을 가졌거나 시간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주 이런 상황을 맞으니까요. 사실, 시간 부족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컨트롤의 문제니까요. 결국, 평소의 삶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면 여가도 잘 즐기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더군요. 여가를 잘 즐기면 삶도 잘 컨트롤하게 된다는 명제는 아리쏭하다는 말입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파장이 크지 않을 경우 일을 내려 놓고 떠나야 한다.


파장이 큰 겯우가 아니라면, 저는 일을 내려 놓고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떠나려면, 생각을 바꾸거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책임과 의무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이 여가를 제대로 즐길 리가 없고, 일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 쉽게 일을 내려놓지 못하니까요. 여행자의 삶은, 일에만 몰입하여 빨리 성공할 것이냐, 매월마다 떠나 산수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즐길 것이냐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여행 한 번에 무슨 그리 비약적인 선택을 설정하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비약이 아닌 덤덤한 사실입니다. 매월 한 두 번 떠나려면 삶의 방식의 변화 없이는 그 여행이 즐겁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몸만 서울(자기 고장)을 떠났을 뿐, 마음은 월요일에 발표할 자료에 가 있으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여행자의 삶은 가치의 문제라고 한 것입니다. 가치 선택의 가장 높은 자리에는 이런 질문이 있는 게지요. 세상에서 인정 받으며 빨리 성공할 것이냐, 자기만의 세계에서 행복을 누리며 천천히 성공할 것이냐?

물론 성공과 행복의 조화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렵습니다. 특히 직장 일이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른을 전후한 젊은이들에게는 삶의 균형은 힘겨운 일입니다. 회사원이라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면서 천천히 성공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시겠지요. 천천히는 곧 실패라고 인식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상황이 이러러니 후자와 전자의 균형과 조화를 이룬 삶은 달성하기가 더욱 힘듭니다. 진정한 조화는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니, 성공을 위한 삶에도 흠뻑 몰입하는 동시에 행복을 위한 시간도 충분히 떼어내어 그 절묘한 중간 지대를 찾아 내야 합니다. 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때가 정신없이 바쁜 삼십대입니다.

나의 꿈으로 연결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


삽십 대 직장인들의 고단하고 바쁜 삶을 감안하더라도 자기 삶의 행복은 결국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회사도, 거래처도 우리의 지갑을 채워줄 뿐, 우리 삶의 행복감을 모두 채워주지는 못하니까요. (회사에서도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회사 일에 몰입함으로 업무 시간도 행복으로 채워야 합니다. 회사 일에 몰입하기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주제입니다만, 오늘은 회사 이외의 시간에서 행복을 누리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썼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식과 오늘의 선택이 당신이 꿈꾸었던 내일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까? 한강이 내다 보이는 집에 살면 행복하겠지, 라는 명제가 옳은가를 물어야 합니다. 행복하고 싶다는 점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행복을 위한 재료가 '큰 집'이나 '많은 돈'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나는 내가 가는 이 길의 끝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 길을 찾아 나설 겁니다. 길을 잃어 잠시 방황하더라도 기꺼이 그 혼돈을 선택할 겁니다. 긿을 잃음은 길을 찾기 위한 과정일 테니까요. 여행이든, 휴식이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든 여러분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 둘 이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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