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조바심은 학습자의 적이다

카잔 2010. 12. 9. 11:45


인터넷 서점에서 놀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생겨 카트에 책 몇 권을 넣어 두었다. 연말에 몇 분께 선물할 책들, 내가 읽고 싶은 책 두 세 권을 골랐다. 이금이 작가의 동화 한 권과 세계문학명작이다. 『햄릿』은 김재남 역본, 여석기 역본 이렇게 두 권을 넣었다. 수많은 번역본 중에 두 권 정도를 골라 읽을 생각이다. 민음사의 최종철 역본까지 훑어본 후에 고를 예정이다. 번역본까지 따져가며 책을 구입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두 가지 점에서 유익하다.

첫째, 좋은 번역서를 고르는 것 자체가 해당 원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책을 선정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다. 둘째,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것은 책 한 권 덜 사는 문제가 아니라, 책을 보관하는 비용의 문제다. 예전에는 '에이 만원 더 투자하지 뭐' 라는 식으로 한 권을 더 사들였다. 이런 생각 때문에 책 구입에는 필요 이상의 돈을 쓰기도 했다. 그건 괜찮다. 그렇게 집 안에 들어온 책을 보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서울의 높은 집값을 책이 차지하고 있을 줄은 그 때는 몰랐다.

집 안에는 반드시 필요한 물건만을 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필수품도 아닌 물건들을 모시며 살게 된다.


신간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도 매우 관심이 가는 책이지만, '반드시 필요'한지를 묻느라 보관함에만 넣어 두었다. 보관함을 들여다 보니 모아 둔 책이 100여 권에 달한다. 『지식의 역사』『죽은 경제학자들의 만찬』『글 쓰며 사는 삶』『백낙청 회화록』『아름다운 우리 수필』『박애 자본주의』『서구의 몰락』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철학자 경영을 말하다』... 등 목록은 끝 없이 길어진다.

모래알처럼 많은 책들 속에 숨어 있는 진주와 같은 책을 골라야 한다. 책 선정을 잘 해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책에서 얻은 지혜와 에너지로 삶을 경영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보관함의 책들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읽고 싶은 책들을 굵은 글씨로 구별해 두었다. 그래도 5권이다. 그런데 꼭 읽어야 할 혹은 읽고 싶어 미칠 지경의 책들이 어디 보관에만 있는가? 내 방에도 수십 권의 초대박 우선순위의 책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내 안에는 조바심이 없다.
 

전문가를 꿈꾸는 학습자에게 필요한 것은 조바심이 아니라 우직한 열정이다.
우직한 열정이란, 서두르지 않되 쉬지 않고 내 길을 걷는 태도다.


하루가 짧은 것이 아쉬울 때가 있긴 하나, 잠자리에 들 무렵에는 편안한 기운이 나를 감싼다. 읽을 책이 많음에도 조바심이 나지 않는 까닭이 뭘까?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기 때문인 듯도 하고, 그저 나의 길을 성실히 걸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인 듯도 하다. 물질주의로 나를 판단하지 않고, 존재가치로 나를 들여다보기 때문인 듯도 하다. 이 말은 삼십 대 중반인데 집이 있냐, 로 나를 보채지 않고, 어른다운 삶을 살고 있냐고 묻는다는 의미다. 그러면, 내가 할 일은 부지런함이 아니라, 고요함에 가까운 어떤 것이 되어 조바심이 사라진다.

어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돌아보면 책 덕분임을 깨닫는다. 책을 통해 만난 지혜로운 스승들 덕분이다. 비교 패러다임에서 구해 준 스티븐 코비와 자기 길을 걷는 법을 알려 준 파커 파머. 물질주의 세계관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법을 알려 준 신영복 선생님과 법정 스님. 그리고 삶을 자기의 타고난 일에 온전히 쏟아 부은 수많은 예술가들. 한 해를 갈무리하는 즈음에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권한다. 새해에는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은 어떤가? 두 권 모두 보보의 독서카페 가족들과 함께 읽을 책들이다. 그렇다면, 보보의 독서카페 정모에서 함께 만난 책 이야기를 나누시는 건 또 어떠신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와우팀장 이희석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