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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듀이 『경험으로서의 예술』

카잔 2011. 1. 2. 08:07


새해 첫날에 읽은 책은 존 듀이의 『경험으로서의 예술』이다. 청랭한 겨울 하늘처럼 밝고 차분하게 사유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명상록이나 법정 스님의 글과 같은 수필을 읽고 싶었으니, 어려운 철학고전을 집어 든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어찌하다 보니, 내 가방에는 저 책'만'이 들어있었다. 들어가는 말과 해제를 20페이지 남짓 읽었다. 경험이 인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사유하기 위해 2010년 초에 읽었던 부분이었다.

(듀이는 이 책을 통해 철학사에서 '경험'이 어떤 위치를 차지했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한다. 경험은 인간에 필요한 것이라는 동의만 있을 뿐, 경험이 인식에 어떤 도움을 얼만큼 주는가?'에 대한 논의는 복잡하게 이어져왔다. 이런 경험의 유용함에 대해서 그리고 이성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들여다보려고 하는 철학자가 존 듀이와 데이비드 흄, 그리고 칸트다.)

『경험으로서의 예술』은 철학, 특히 미학을 다룬 책이다. 미학을 철학의 정점이요 완성으로 보았던 듀이에게, 예술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반면, 20세기 철학을 주도했던 분석철학자들은 미학에 철학적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예술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미학에 관심이 많았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도 아직 완독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한편, 듀이 사상의 핵심은 '유용성의 강조'다. '도구주의'라고 부르는 듀이의 실용주의는, 진리란 쓸모와 유용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 사조다. 언젠가부터 나는, 관념의 세계에서가 아니라 활동의 세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사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학은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한 데이비드 흄과 "지식은 도구다"라고 주장한 듀이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인 것이다. 철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가 같으니까.

(니체를 좋아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니체는 철학의 경계에 서서, 철학이 과연 인간의 삶을 돕고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철학의 건강을 진단하는 철학자였으니까.)

옮긴이는 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바로 삶의 정상적인 과정과 미적 경험의 연속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며, 이는 듀이 미학의 대전제를 이룬다. 이를 위해 미적 경험에 대한 분석은 우리의 일상적 생활 환경의 맥락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요컨대, 『경험으로서의 예술』은 미학을 중요하시하는 실용주의자가 쓴 책이다. 미학과 일상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탐독할 만한 이유는 충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손에서 놓았다. 옮긴이가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 텍스트는 듀이의 다른 저작들을 두루 독해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듀이는 철학보다는 교육학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있을 뿐 미학 분야에서의 듀이 연구가 부족한 실정임을 감안할 때 듀이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가급적 그의 학문 전체를 관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겁나지는 않으나, '제대로'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이다. 옮긴이는 고맙게도 듀이 입문서를, 그것도 번역이 되어 있는 책을 소개해 주었다. 번스타인의 『듀이 철학 입문』과 젤트너의 『듀이 미학 입문』이다. 인터넷 서점에 갔더니, 이런! 절판이다. 한가로이 국립도서관에 갈 날이나 꼽아보아야겠다. 아마도 3, 4월은 되어야 할 테지. 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와우스토리연구소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