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들

카잔 2011. 1. 14. 12:44


1월 12일,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클릭했다. 인터넷은 또 하나의 세계다. 지구촌에 다양한 민족과 국가가 있듯이, 인터넷 세상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가의 경계는 희미하고 민족의 경계만 남았다. 민족의 경계가 남은 것은 언어 때문이다. 언어만 다를 뿐, 인터넷에서 하는 일들은 나라마다 비슷하리라. 포털 사이트를 열고 '눈에 띄는' 기사를 클릭하거나 메일을 확인하는 일들 말이다. '눈에 띄는' 기사란,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거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들이다. 그런 기사는 잠깐의 시간이 흐르면,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인터넷 세계에서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메일이나 SNS를 활용하여 다른 사람과 친밀함을 나누고, 업무과 공부에 필요한 자료들과 벗하며 노니는 것이다. 삶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인터넷 세계에도 있다. 어쩌면 인터넷에서의 민족은 나라별이 아니라, 인터넷을 활용하는 형태별로 나뉘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을 삶의 유용한 도구로 이용하는 효과만점활용족, 음란채팅사이트를 돌며 여자를 건지려는 건들건들헌터족,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인터넷에서 떠도는 하릴없는방랑족 등은 나라를 초월한 인터넷 동족들이라 할 수 있겠다.

글의 서두에서 날짜를 밝힌 것은, 그날(1월 12일_ 포털 사이트의 첫 화면에 비슷한 기사가 여러 개 떴기 때문이다. '지구 멸망'에 관한 기사였다. 눈이 가긴 했지만 손이 가지는 않았다. 기사를 읽을 만큼 한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무관심한 사람이라고 오해는 마시라.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자 세상 일에 관심 가지려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삶의 질과 사회적 이슈를 다룬 기사는 클릭해 보는 편이다. 지구 멸망은 여러 가지 더듬이로 건드려 보아도 걸려 들 만한 유용한 정보도, 필요한 지식도 아니라 생각했다. 다만 출근하면서 이런 생각은 했다. 며칠 동안 이슈가 되면, 글이나 하나 써야지. 지구멸망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있어서다.

어쨌든, 하루가 지났다. 오늘 나는 '지구멸망'을 다룬 하나의 기사를 읽었다. 주요 내용은 "최근들어 세계 곳곳에서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연이은 기이한 현상에 네티즌들은 이를 '지구종말의 징조'라고 여기고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8일 중국 장춘시에서 3개의 태양이 목격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최근 동물들의 떼죽음 이야기 등을 근거로 들었다. 기사는 "또한  미국 북미방위사령부 장교 출신인 풀럼(사망 당시 87세)도 2010년 9월 UFO연구서적 ‘변화의 도전’에서 “2011년 1월 첫째주와 둘째주 사이에 거대한 UFO가 나타나며 이 UFO가 1주일 동안 모스크바에 머문 뒤 런던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한경닷컴 bnt뉴스 <지구멸망 징조? 어디까지 믿어야 되나?>

관련 정보를 성실하게 수집한 기자의 노력과 균형잡힌 제목이 훌륭했다. 실제로 사진까지 첨부한 노력에는 살짝 감동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고 싶긴 했다. "그래서 어찌하오리까?"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제공한 정보였다거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제공한 정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어쨌든 인터넷 세상엔 정보가 넘쳐나는 곳이고 내가 클릭하여 읽은 것이니까. 그러니, 뭔가 바꾸려면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혜안이다. 제대로 아는 것은 모든 것을 아는 정보통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들에 대한 지각있음'이다.

다른 기사 하나를 더 읽었다. 이 기사에는 노력에 대한 감동 같은 것도 없었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뚜렷한 지구멸망 징조에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자는 사실보다는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신가? 나는 궁금하다. 과연, 우려하고 있는 사회 각 분야 전문가가 누구신지? 어떤 전문가가 지구 멸망 때문에 자신의 본업을 잠시 내려놓고 우려의 말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시는지 궁금하다. 만약, 전문가들이 우려한다면 지구가 멸망할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지구멸망설 그 자체를 향한 것이거나, 지구의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할 것이다. 나 역시, 동물들의 떼죽음에 대해서는 떨리고 두렵다. 종말이 아니라, 환경 오염에 심각성을 더해만 가는 사람들의 행태가.

[관련기사] 데일리안 이충민 객원기자님 <지구멸망징조, 음모론 아닌 역사적 진실?>

전문가의 이름이 거론된 게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라 했으니 실체가 없는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상투적인 이 한 문장에 관심을 잃었지만, 끝까지 기사를 읽었다. 첫 문장이 전체의 수준을 보여준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는 말은 속담일 뿐, 세상사나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니, 기사의 마지막 한 줄은 첫 문장을 뛰어넘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변덕 심한 날씨와 상상을 초월하는 폭설, 이전과 규모가 다른 자연재해, 실체가 뚜렷한 거대 UFO 목격담, 예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2012년 지구멸망 예고한 일 등을 종합해 볼 때, 지구멸망징조는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엔 매우 찜찜한 게 사실이다." 나 역시 감정에 기운 서술에 매우 찜찜하다. '종합'이란 말은, 여러 가지 견해를 한데 모아 합하는 것을 말하지,한 가지 견해만을 합할 때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기자는 "러시아 일간지 <프라우다>가 지난달 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보리스카는 2011년 한 대륙에서만 세 차례의 엄청난 재난이 발생할 것이며 2013년에는 더 큰 재난으로 전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말도 전하며, "특히 보리스카의 예언은 적중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불안감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감정적으로 불안감을 더하려고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본인께서 정말 '찜찜'하고 '불안'하시어 그러셨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왕 종합하신 터에, 지구멸망설의 부침에 대한 이야기도 종합해 주시면 좋았을 것이다. <역사적 진실?>이라는 호기심 어린 제목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이란 제목으로 말이다.

내가 직접 조사하려다가 관둔다. 만약, 오늘자 포털사이트의 첫화면에도 지구멸망이란 단어가 보이면, 1992년 휴거설부터 시작하여 글 하나 쓰려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강력했던 지구멸망설이 떠돌았던 1992년의 휴거설을 여러분들도 기억하실 것이다. 아닌가? 사실, 나만 지구멸망에 당혹스러워 이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다행히도, 오늘자 포털 첫화면엔 '지구멸망' 얘기가 어디에도 없었다. 숫자로 된 포털 첫화면 전환을 모두 검색해 보아도 없다. 그럼 그렇지, 라는 한 숨과 함께, 약간의 화가 난다. 겨우 '일일천하'로 끝날 기사였단 말인가. 내 예상보다 파워가 약하여, 괜히 이 글을 썼구나 싶기도 하다.

약이 올라, 포털 검색란에다가 '지구멸망'이라고 썼다. 어제 올라왔던 기사 사이에 오늘 올라 온 기사가 있다. <새떼 죽음, 지구 멸망 징조 아닌 알콜 중독>이라는 제목부터 반갑다. 여느 때 같으면, 제목만 읽었을 테지만, 포스팅하는 중이라 클릭하여 읽었다. 내용은 기대한 대로였다. 새떼 죽음은 소수의 몰지각한 사람들의 짓이 빚어낸 사건이었다. 읽어 보시라. "20세기 말 이후 잠잠하던 지구종말론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지구 멸망징조로 관심을 모았던 동물들의 떼죽음에 대한 원인 규명이 일부 이뤄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콘스탄차의 한 공원 근처에서 찌르레기 5000여마리가 바닥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당국은 조류인플루엔자(AI)를 의심했으나 조사결과는 달랐다. 찌르레기들은 양조장에서 와인을 만들고 버린 포도찌끼를 먹고 알코올 중독으로 떼죽음에 이른 것." 어느 기자인지 반가워서 이름이나 보자 했더니, 아쉽게도 매일경제 뉴스속보부란 말만 있었다.

이 글은 3가지의 하고 싶은 말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이왕이면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나의 블로그 애독자 분들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하나, 날마다 인터넷 포털에 올라오는 호기심 만점 기사의 유용성을 묻고 싶었다. '일일천하'만을 누리는 유효기간 하루짜리 기사라면, 우리가 그런 기사를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를 유쾌하고 즐섭게 한다면,  좋은 일이다. 나는 삶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생산주의적 관점만을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즐거움은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호기심을 유발하는 기사가 여러분들에게 유희적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 이 역시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우리는 인터넷의 자극적인 기사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그네들의 명예와 부가 더욱 중요하다. 이것은 절망할 일이 아니다. 나 역시도, 그리고 이 글을 읽어 준 (고마운) 당신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러니 한탄할 일이 아니고, 우리의 시간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음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일이다. (대처 방법에 대해서는 언젠가 기회 되면 쓰거나, 책으로 낼 생각이다. 언젠가! ^^)

두울, 기사 중에는 감정과 사실이 뒤범벅된 기사도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기사로부터 사실을 얻어내려는 노력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을 따지는 것이다. 의견을 전할 순 있지만, 사실과의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김 훈 선생이 그토록 사실과 의견의 구분을 강조한 것은 그가 기자 출신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의 에세이집 『바다의 기별』 참조) 저널리즘 글쓰기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이고, 독자 중심적이어야 한다. 오늘 내가 인용한 기자님의 모든 기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지구멸망징조, 음모론 아닌 역사적 진실?>
라는 기사는 감정적인 데다 독자 중심이 아니라 자기 중심으로 쓰인 글이다.

세엣, 지구 멸망의 소식이 들려와도 우리는 오늘을 열심히 살자.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철학자처럼 말이다. 세상을 잃으면 어떠랴? 그것이 정말 종말이라면, 속 시원할 지도 모를 일이다. '나만의 종말'이 아니라, '우리의 종말'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비교와 경쟁에 물든 사람들 아닌가! 지방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던 부인이라도 강남에 사는 친구와 전화 통화 한번 하면 불행해진다고 한다. 비교함에서 불행이 왔으니, 비교함에서 행복도 오지 않을까? 혹시 아는가? 종말의 순간에 옆집 사람보다 1초 후에 죽을지! 그 찰나의 행복을 만끽하자.

베베 꼬아 말했지만, 심사가 뒤틀린 것은 아니니, 말을 끝낼 때가 되었나 보다.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알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행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움직여야 한다. 세상을 잃는 것은 분명 두려운 일이지만, 한 철학자는 위험은 또 있다고 말한다. 키에르케고르의 말로 세번째 하고픈 말을 대신한다. "스스로를 잃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큰 위험이건만 마치 아무것도 아닌 양 소리도 없이 벌어진다." 우리의 시간이 인터넷 기사를 읽느라 소리없이 사라지듯이.

제목의 거창함과는 달리, 하고 싶은 말이 너무 일상적이고 소박하다고? 보보도 낚시했네, 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의도한 것이니까. 일상은 중요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24살 봄이었던가? 나는 <내 인생의 마지막 일주일 프로젝트>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7일 후에 죽는다는 가정으로 일주일을 살아 본 것이다. 그 때 놀랐던 것은 내가 매우 소소한 일상을 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이었다.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고 싶어했고, 소중한 이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상이 중요하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와우스토리연구소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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