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시간, 어디에 주고 있습니까?

카잔 2011. 2. 2. 19:14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K님)께서 제가 브라질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셨나 봅니다. 이런 글을 보내오셨더군요. "저는 아직 여행의 묘미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결혼한 후,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여행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네요." 당신께서는 중요한 무엇 한 가지를 놓친듯이 겸허히 표현하셨지만, 저는 그의 인생이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분의 가정사에도 종종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일상에는 얼마간의 고단함도 있겠지만, 저는 그의 인생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로 답하였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애써 오신 삶을 존중합니다." 오늘은 존중하는 마음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처럼, 그는 직장에 묶인 시간 동안에는 자신의 시간을 회사 일에 내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가족들에게 시간과 애정을 주었을 것입니다. 시간을 쪼개어 자신에게도 할애해 준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장들은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못한 채로 지냅니다. 자기 마음대로 쓴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것, 이것이 K의 훌륭한 점입니다. 자신의 시간을 가족에게 주는 인생은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가정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이가 가족에게 애정과 시간을 주느라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라면, 저는 진심으로 그의 인생을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십년 전보다 넓은 집에서 살아가는 것, 아이의 웃음 소리를 듣는 것, 아내와 포근하게 잠드는 것, 이런 일들을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가족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가장의 노력이 큰 몫을 했을 겁니다. 물론 시간만을 주어서는 안 될 터이죠. 시간과 함께 애정을 주어야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습니다. 시간은 아름다워지기도 하고, 추해지기도 한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愛쓴 시간들은 아름다워진다. 물론 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이번엔 제가 그럭저럭 잘 해온 영역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저는 나에게 많은 시간을 줍니다. 그러니 저의 바쁨이 다른 사람들의 바쁨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릅니다. 저의 바쁨은 나를 만나는 시간을 포함하여 바쁜 것이니, 바쁘게 지내느라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책을 읽을 시간, 여행하는 시간, 홀로 사색하는 시간이 넉넉한 편입니다. 물론, 며칠 동안 매우 바쁘게 지내기도 하지만, 주말 혹은 월말에는 반드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중요한 약속을 하듯, '나를 만나는 시간'을 미리 일정표에 넣어두고 철저히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지구별로 여행 온 내가 무엇을 가지고 왔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잘하는 일, 즐거워하는 일을 발견하게 되면서, 내 인생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깨닫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나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가늠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자신을 아는 지식과 상상력을 가지면 미래가 눈에 보이기도 함을 깨달았습니다.

한편, 내 인생이 흘러가고 있는 모양을 관찰하면서 알게 된 미래의 또 다른 면도 있습니다. 방금 설명한 것처럼 예측할 수 있는 미래가 있는가 하면, 예측을 불허하는 미래도 있습니다. 제게는 어머니의 죽음이 그랬고, 여행 가방을 잃어버린 일, 하드 디스크를 날려 버린 일이 그랬습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배우고 있는 것은 인생에는 도무지 상상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 일로 인해 자기 인생의 모양이 휙~ 하고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받아들이는 과정은 힘들지만, 이것이 인생임을 깨닫습니다. 인생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되고, 상실이 인생의 일부라는 배우는 것입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면서부터, 저는 인생에 대해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알아가는 것이 어떠한 일을 하는 것인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배움으로 인해 나를 기쁘게 하는 인생을 창조해 가거나, 힘겨운 인생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갖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저는 시간을 자신에게 주면, 멋진 일이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불행한 일은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시간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한 것입니다. 어정쩡한 인생이야말로 불행합니다. 돈을 쓰는 곳에서 당신의 마음이 베어나듯, 시간을 주는 곳에서 당신의 인생이 펼쳐집니다. 자신에게 시간을 줄 때 당신의 인생은 조금씩 빛나게 될 것이고, 가족에게 시간을 줄 때 당신 안에 있는 아름다움이 조금씩 커져 갈 것입니다. 자신도, 가족도, 친구도 그리고 자신의 본업이나 미래의 일도 아닌 엉뚱한 곳에 시간을 주고 있다면, 당신은 불만족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민족의 명절입니다. 여느 때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덩어리 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것을 어디에 사용하시겠습니까? 안방 극장에서는 대작 영화들을 상영한다고 선전하지만 거기에 시간을 주지 마십시오. 가족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영화를 즐긴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번 명절은 여느 때와 다르게 보내어 봅시다. 자신에게 주시든, 가족에게 주시든, 주어야 할 곳에 제대로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시간을 이번 명절을 계기로 시간경영의 전환점을 마련해 봅시다. 한동안 소홀히 대했던 소중한 관계에 흠뻑 시간을 주기, 엉뚱한 곳에 주고 있던 시간을 거두어 나에게 주기! 제가 시간을 쓰는 방식, 그리고 제게 글을 보내 준 K가 시간을 쓰는 방식! 여러분은 두 가지 모두를 취하여 여러분에게 필요한 비율로 섞어 시간을 경영하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와우팀장 이희석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