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20대 직장인에게 보내는 편지

카잔 2011. 2. 9. 21:34

며칠 전, 올해 서른이 된 직장인 1년차에게 메일 하나를 보냈습니다. 기쁘고 고마웠다는 회신이 왔습니다. 도움이 되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보태고 다듬어 블로그에 공유합니다. 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지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수신인은 독서를 좋아하는 이상주의자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성향을 감안하여 쓴 내용도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최근에 입사한 것을 가정하여 썼지만, 20대 직장인에게 전하는 내용으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직장 1년 차, 시간의 상실과 화해해라.

마음껏 누리던 자유시간은 입사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쓰던 시간의 상실은 생각보다 너를 힘들게 할지 모른다. 많은 20대가 처음 겪는 이 상실감으로 인해 자신을 잃은 듯한 감정을 느끼며 허망해하곤 한다. 자신이 꿈꾸던 직장으로 가면, 상황이 낫긴 하지만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그의 꿈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을 가르치며 함께 배우고 싶어 교사가 되었지만많은 시간을 행정 업무와 서류 작업에 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초보 교사를 힘들게 한다. 

 

이제, 자유 시간과 Good bye 하시게. 좋은 이별은 한 때 내게 의미 있었던 순간을 기억하여 감사하며 떠나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대하며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20대 내내 네 곁에 있었던 자유 시간에 감사하시게. 언젠가 다시 만날 그 시간을 기대하며 힘차게 회사 생활을 즐기시게.

 

회사 생활을 하며, 꿈을 실현할 만한 사람으로 성장해라.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자유 시간의 상실이 허망한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밥벌이의 힘겨움을 통해 돈의 가치를 알게 되고, 사내 인간관계의 힘겨움을 통해 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사람인지도 알게 된다. 무엇보다 꿈이 관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꿈을 실현하려면, 꿈을 실현할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회사 생활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회사 내의 평범한 일들을 비범한 방식으로 처리해가며 우리는 꿈을 실현할 만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니까.

 

20대 후반을 빛낼 멋진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해라.

어떻게 하면, 네 존재 자체가 회사의 기쁨이 될 것인지를 연구해라. 크게 생각하지 마라. 같은 부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면 된다. 회사가 신입 사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훌륭한 성과보다는 좋은 태도다. ‘태도의 시기를 보낸 후 좋은 실무자가 되어 성과를 내는 컨트롤의 시기가 온다. 회사에 일찍 출근하고, 근무 시간에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작은 것이지만, 지키지 못하면 출혈도 큰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회사가 네 기쁨이 될 것이도 연구해라. 일이 너의 기쁨이 되게 하라는 거다방법은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일에 몰입하면, 집에서 여가를 누리는 것보다 행복할 수 있다. 여가 시간보다 직장에서의 일하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는 것은 하나의 견해가 아니라, 칙센트미하이의 실험결과였다. 궁금하면 나에게 질문하거라. 한국에 돌아가면 관련 책을 뒤져 읽어야 할 부분만 쪽수로 알려 줄께.

 

회사 생활을 하며 3가지의 즐거운 놀이를 즐겨라.

나는 종종 어느 시인의 표현을 빌어, 인생을 3가지의 놀이로 이야기하곤 했다. 의식주 놀이, 만남 놀이, 문제해결 놀이! 회사 생활은 이 세 가지의 놀이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곳이다. 회사 생활을 하며, 좀 더 근사한 곳에서 식사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즐겨라. 멋진 옷을 입고 출근하여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어라. 브랜드보다 너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너에게 맞는 옷을 깔끔하게 입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 내면, 네 집이 넓어질 테지만, 그것에 너무 연연하지는 마라.

 

회사 생활을 하며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을 알게 될 것이다. 초중고 학창시절의 친구들, 대학 동창들에 이어 직장 동료들이라 부를 사람을 말이다.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이 때부터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서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것은 확률적인 퍼센트의 문제이지, 가부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두려워 말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서 네가 먼저 인사하고 예의를 지켜라. 단순한 이런 이야기가 인간 관계에 도움을 줄 지도 모르겠구나. 군대에 갈 때 교회 후배가 건네 준 이야기인데 도움이 되었다.

 

문제해결 놀이야말로, 즐거운 놀이다. 회사는 문제해결의 연속이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거라. 무엇보다 지금의 세기가 인재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한다. 창의성이 본질적으로 독서가 아니라 사고에서 오는 것이지만, 생각하면서 독서한다면 좋은 책을 읽는 것도 도움 될 것이다. 두 권을 추천한다. 앤드류 라제기의 『리들』과 최인수의 『창의성의 발견』을 읽어 보거라. 허나, 회사 내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회의 안건을 받았을 때에는 책을 찾지 말거라. 이 말은 책을 보지 말라는 것은 아니고, 정답을 책에서 찾으려는 태도를 버리라는 말이다. 책은 훌륭한 힌트를 줄 것이다. 그 힌트를 갖고 너희 회사의 문화와 사람들을 생각하며 네 머리로 생각해라. 문제는 좋은 것이다. 문제가 곧 비전이다. 문제 자체가 비전은 아니지만,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는 비전을 실현하거나 비전을 실현할 만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러니 문제가 오면, 즐겁게 웃으며 맞거라.

 

일주일에 한 번은 너만의 시간을 가져라.

너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지기 바란다. 이것이 시간의 상실을 위로해 줄 것이다. 이런 시간 없이는 쉬이 지치게 될 것이다. 서른 즈음이 되면 일에 치일 수도 있다. 좋은 시간경영자는 휴식의 창조성을 알고 정기적으로 휴식을 갖는다. 좋은 방법이 있다. 이 개인시간을 매우 중요한 일정처럼 미리 계획하고 절대로 다른 일정으로 대체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만의 시간은 중요하다. 미루지 말라는 말이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다른 시간이 안 된다면, 퇴근 길에 홀로 스타벅스에서라도 잠시 머물거라. 차 한 잔의 여유 없이는 삶의 질이 점점 나빠질 게다.

 

책 읽는 속도에 부담 갖지 말거라.

너는 책을 좋아하니, 독서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것이다. 내려놓거라.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세상을 읽는 것이 좋은 학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아쉬움을 내려놓기도 쉬워진다. 한 권을 읽더라도 네 직장 생활이나 업무의 전문성, 그리고 삶에 도움되는 책을 읽으며 내 마음에 새겨지도록 해라. 생각하며 읽기 혹은 삶에 적용하며 읽기를 실천한다면 일주일에 한 권이면 충분하다. 얼만큼 읽어야 할까, 라는 질문에 서른 즈음의 너에게는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구나.

 

건강을 놓치기 쉬운 시기다. 건강을 챙겨라.

절대로 끼니를 놓치지 말고, 쉽지 않지만 일주일에 2~3회는 운동도 하면 좋다. 직장인들에게 운동이란 종종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면, 혹은 일에 지치고 나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때가 오기 전에 미리 챙기는 것이 지혜요 용기다. 왜 용기까지 언급했는지는 운동을 실천하려고 할 때 알게 될 것이다.

 

에너지 바나 견과류를 사 두었다가 오전 10시 즈음과 오후 3~4시 즈음에 간식으로 먹어라. 건강에도 좋고, 특히 오후 간식은 저녁의 과식을 방지하여 다이어트에도 좋을 게다. 그 무렵에 떨어지는 신체적 에너지를 끌어올려 저녁 시간까지 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침을 거르지 말고 시간이 없다면 곡물 시리얼과 요구르트 그리고 바나나, 사과 등 과일 한 조각이라도 먹어라. 아침식사 - 오전 10시 차 한잔과 소량의 간식 점심식사 – 3~4시 간식 저녁 식사로 이어지는 음식패턴을 만들어 보거라.

 

돈보다는 네 가치와 비전을 위해 일해라.

돈은 좋은 것이다. 그것도 매우 좋은 것이다. 나는 너무 늦게 이걸 깨달았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다른 좋은 것을 힘써 쫓았으니. 허나, 너는 돈의 좋음에 더욱 밝아지길 바란다. 나는 보도 셰퍼의 『돈』이 도움이 되었는데, 요즘에도 출간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홈 시어터와 책을 잘 정리할 서재를 꾸미고 싶었는데, 천 만원이면 해결되는 일이다. 천 만원이 꿈을 이루어지는 돈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동남아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 꿈을 가졌다면, 백만원이 그런 돈이겠지. 그런데도 나는 돈 백만원을 우습게 알았다. 너는 그러지 말거라.

 

내가 하고픈 말은 쓰지 말고 돈을 모으라는 의미도 아니고, 회사 생활을 하는데 연봉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물론 저축과 연봉은 중요하다. 그것이 중요함을 깨닫기를 바라지만, 그것만 깨달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련다. 이익에 너무 민감하지 말거라. 회사가 준 만큼 일한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말이다. 회사도 네가 일한만큼 줄 것이다. 해결책은 어느 시기 동안에는 준 것보다 많이 일하는 것이다. 그래야 연봉 테이블에서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연봉은 연봉협상 시즌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출근 첫날부터 조정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라.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네 가치와 비전을 위해서. 그러다 보면 돈이 따라올 것이다. 열심히 일한 자에게 대가가 주어질 테니 말이다. 그 대가를 돈으로 받거라. 돈은 좋은 것이니까. ^^

 

잔소리를 마치며

나의 이야기 중 귀에 들어오는 것만이 아니라, 이게 뭐야 하는 것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사람의 생각이란 것이, 종종 자기 편견을 재배열하는 것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자기 생각을 뛰어 넘어 사고할 수 있다면 훌쩍 성장할 것이다. 돌아보니 잔소리였다. 네 조언보다는 너 자신을 믿어라. 네가 가진 열정과 재능을 믿어라. 그것이 너를 평생 도와 줄 삶의 친구들이니까.

 

너는 열정과 재능이 있으니, 건강을 잃어버린다거나 전쟁이 일어나거나 혹은 예측하지 못했던 어떤 뜻밖의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좋은 선생이 될 게다. 그냥 덕담 하는 게 아니라, 네가 가진 열정과 재능의 실체를 알기에 하는 말이다. 허나, 삶이 너를 도와 주어야 한다. 겸손함을 잃지 말고, 신이 너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삶의 속도를 늦추거라. 성취를 앞세우면 이것저것 놓치게 된다. 성취보다 의미와 관계를 앞세우거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이에게 성취란 곧 돈일 터인데, 너에게는 아마 돈이 아니라, 어떤 성장일 것 같구나. 성장보다 의미와 관계를 추구하시게. ^^

[PS] 마지막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수신인에게만 해당될 내용입니다. 그는 뜯어 말려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성취주의 성향을 지녀서 했던 이야기입니다. 다른 성향의 20대에게라면 성장을 추구하라고, 다시 말해, 자신의 전문성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라고 권면하겠지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와우스토리연구소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