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나는 왜 화살을 쏘지 않을까? (12월 수업 후기)

카잔 2007. 12. 9. 11:18

"사랑은 사랑이어야 해.
사랑이 다른 단어로 대체되어서는 안 돼.
사랑을 영원히 사랑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주 현명해져야 해."

"그 나이에 그렇게 여러 여성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너가 위험한 놈이 아니라는 거야.
물론 기본적으로 남녀 관계는 위험하다는 전제를 하고서 말야."

12월 수업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두 말씀 모두 나에게 하신 말씀은 아니지만,
공감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말씀이다.
선생님의 말씀은 나에게 있어 마중물이다.
이전에 이렇게 저렇게 익혀 내 안에 있는 지식들이
선생님의 말씀으로 인해 콸콸 쏫아나오며 잘 꿰어져 지혜가 되는 느낌이다.

오늘따라 선생님이 참 사랑스러워 보인다.
선생님 얼굴을 볼 때마다 [마흔 세살]의 내용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나는 착한 제자가 되고픈 염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성실하지 못한 나로서는 선생님 앞에 서면 부끄럽고 죄송하다.
그런 생각에 나는 수업 때에 별로 말이 없다.
연구원들과 선생님의 대화를 열심히 들었다. 듣는 게 더 편하다.

그러다가 불쑥 선생님께서...

"(나를 바라보며) 희석이는 말야.
나는 생각이 없어요, 했을 때 나는 참 놀랐어.
몽골 갔을 때, 모두들 재발견이라 했을 때 나는 마음이 아프더라구.
모두들 활을 쏘고 있는데, 저 놈은 왜 계속 남들이 쏜 화살을 주워오기만 하는지.
자기도 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을 했어. 참 마음이 아팠어.
(이 때, 살짝 눈물을 글썽이셨다고 하신다)
...
신이 우리를 세상에 보낸 것을 한 번 마음껏 살아보라는 뜻인 것 같아.
다른 놈들에겐 그렇게 말 안하는데, 넌 좀 세속적이 되면 더 좋을 거야."


멀리서 선생님(혹은 연구원들)이 활을 쏘신다.
저걸 누가 주울까, 라는 생각이 들고 나는 달려갔다.
나는 그것이 좋았고, 편했고, 자연스러웠다.

이런 나를 보며, 선생님께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안타깝게 여기신 것 같다.
제자를 아끼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어렴풋이 전해졌다. 감사했다.
2차 모임까지 끝나고 나오면서 써니 누나가 선생님이 널 얼마나 생각하시는 알겠지?,
하며 묻는 말에, "몰라요"라고 대답했지만, 부끄러웠을 뿐 알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다시 선생님의 말씀을 생각해 본다.
문득, 내가 너무 도전하지 않고 있음을 발견한다.
홀로 있으면 적극적이고 당찬 삶을 살지만
함께 있으면 소극적이고 온순한 삶을 산다.
사람들에게 나의 요구를 주장하지도 않고
좀처럼 생각을 내어놓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는 화살을 잘 쏘지 않는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비단 활쏘기만을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려품이 전해졌던 선생님의 마음이 하룻밤이 지나니 보다 진하게 느껴진다.

언젠가 와우팀원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다.
"팀장님, 팀장님은 강연 나가시면 뭐라고 소개해요?"
"나? 그냥 시간관리 강사라고 하지."
"너무 편협해요. 시간관리 강사 만으로 팀장님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해요."
"그래? 그럼 뭐라고 소개할까? 소개할 것도 없어.."

사실, 소개할 것이 없지 않다.
나는  독서에 대한 한 권의 책을 썼을 만큼 독서에 대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고,
사명과 비전, 그리고 목표 설정에 대한 적지 않은 컨텐츠와 강연 경력도 있다.
그리고, <보보의 드림레터>와 같은 삶의 동기부여와 자기다움에 대한 글도 꽤 많다.
2003년 봄, 와우팀을 출범하여 현재 3기 7개월차까지 마치면서
소규모 팀을 리드하며 느끼고 깨닫고 정리한 다양한 생각과 경험도 있다.
또한 연구원을 하며 선생님께로부터 받은 것들의 힘도 크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를 '시간관리 강사'로 소개되었고,
나는 그다지 큰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
나의 강연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법도 몰랐고,
마케팅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이런 나를 두고 그저, 마케팅과 홍보는 나의 강점이 아니다, 라고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에게 부족한 뭔가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국, 이런 생각과 회의의 과정을 거쳐 믿음이 확신이 되는 것이리라.
그런 점에서 선생님의 말씀은 소중한 것이었다.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생각하게 만들기에.

나는 왜 화살을 쏘지 않을까?
무엇인가가 억압된 것일까, 자연스러운 나의 기질일까?
쏘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쏘고 싶지 않은 걸까?

한 가지 떠오른 건, 나는 나를 소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두려움일까? 당분간 나를 성찰할 재료들이 생기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