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행복 가득한 날에 얻은 교훈

카잔 2011. 5. 24. 00:45


주말 내내, 부담감이 있었다. 월요일 오전에 고등학교 교사 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무언가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아닌데, 마음의 부담감은 주말 동안 줄곧 나를 따라다녔다. 준비는 일요일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시작했다. 강연이야 늘 하는 일인데 왠 부담이람? 교육 담당 선생님이 여러 번 겁(^^)을 주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잘 하셔야 한다고, 이번 프로젝트의 사활이 걸렸다고(나는 학교에서 주도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의 주 강사였다), 보수적인 분들도 계시니 옷차림에도 신경 쓰라고 내게 주문했다. 하지만 이런 요청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강연 중에 말아 먹어도 되는 강연이 어디 있겠으며, 대충 입고 가도 되는 강연도 없다.(사실 난 옷차림에 별 신경을 안 쓰긴 하지만. ^^) 

부담의 근원은 강연의 주제였다. 나는 '교사 리더십 제고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했다. 담당 교사 분은 나에게 학교 내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전해 주었고, 강연을 통해 그런 상황들을 헤쳐 나가기 위한 성찰의 기회나 힌트를 제공해 주기를 기대했다. 나는 그의 기대가 부담스러웠다.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다. 강연 들으실 분들의 연령대가 나보다 열살은 많은 베테랑 선생님들이었고, 학교 내 모든 선생님들이 필수적으로 참석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듣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참석한 분이 있을 거라는 얘기다. 20~30년 경력의 베테랑 교사가 학교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는 강사에게 무얼 들으려 하시겠는가.

하지만 강연 결과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선생님들은 경청하셨고, 강연장 분위기는 좋았다. 강연 만족도도 높았다. 행복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나를 깊이 감쌌다. 점심 식사 맛은 꿀맛이었고 이후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도 즐거웠다. 오후에는 유니크컨설팅 주간 미팅을 할 때에도, 저녁 식사를 함께 마친 후에 와우연구원과 유니컨들이 만나 이런 저린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은근한 기쁨이 내 안에 있었다. 미팅에서는 유니크컨설팅의 성장을 위한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 홍보 아이디어를 토론하기도 했다. 몇몇 유니컨들은 다른 테이블에서 앞으로 진행할 강연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다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이 엿보였다. 그리고 나도 즐거웠다. 어디서 온 기쁨일까?


당연히 강연을 잘 끝낸 것에서 오는 뿌듯함이리라. 일주일이 지나 메일로 피드백이 왔다. 4가지 부문에서 점수가 나왔다. 강연 주제에 대한 만족도(97.1), 강사에 대한 만족도(94.1), 내용에 대한 만족도(97.1), 활용 부분에 대한 만족도(88.2) 모두 흡족했다. 수치는 점수가 아니라, 매우 만족과 만족에 체크한 분들의 백분율이다. 매우 만족에 대한 비율은 주제 선정이 70%대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는 60%대였다. 활용 부문의 백분율이 가장 낮은데, 이유는 구체적인 실천지침을 제공하려고 항상 노력하지만, 여전히 내가 이상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더욱 정교한 실천 노하우를 개발하기 위해 애써야 할 부분이다.

점수가 잘 나온 것이 고무적인 느낌을 받은 가장 큰 이유지만, 구체적인 데이터가 주는 메시지가 있었다. 나의 부족한 점에 대하여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보다 적은 반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잘 했다"는 모호한 칭찬보다 내가 무엇을 잘 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도 있었다. 구체적인 피드백은 나의 행동을 평가하는 하나의 측정 지표가 되어 준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조언처럼, 측정 없이는 경영도 없다.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활용할 수 있고,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아야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측정이 구체적이고 과학적일수록 효과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자기경영도 체계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접근 방식으로 이뤄져야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번 '교사 리더십' 강연을 계기로 3가지의 교훈을 마음에 새겼다. 1) 나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강사라고 믿기로 했다. 준비에 소홀하지 않는다면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겠다. 2) 당분간은 편안함보다는 도전을 선택하자고 생각했다. 한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강연만을 했다. 내 능력이 10이라면 1에서 9까지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강연만을 했으니 편안하고 여유로운 날들이었다. 노력과 긴장이 없었다. <나는 가수다>에서 나오는 최고의 자기 수준에 다다르기 위한 열정적인 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는 일에 무분별하게 들이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적인 일을 마다하지도 않을 것이다. 3)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평가 시스템을 갖추어야겠다. 한동안 뜸했던 자기경영일지를 시작하되, 소감과 관념적인 사고 중심의 일지에서 데이터 중심적인 평가 시스템을 넣어 보자.

자, 이제 나는 일터로 간다. 학습에 불이 붙은 나, 읽고 싶은 책이 많은 요즘이다. 좋은 리더가 되고픈 열망을 가진 나, 해야 할 일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은 날들이다. 실행이 답이다. 포춘 지는 실행력에 관한 기사에서 이렇게 적은 바 있다.
"오늘날 미국 경영자의 95 퍼센트가 옳은 말을 하고 5 퍼센트만이 옳은 일을 실행에 옮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유니크컨설팅 이희석 대표컨설턴트 youniqu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