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집안은 가깝고 천하는 멀다

카잔 2011. 10. 22. 07:41


글을 쓰다가 단어 하나를 검색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사전을 찾았다. 1분 만에 끝내야 할 일이 5분이나 걸렸다. 포털의 첫 화면의 기사 때문이다. '카다피의 사망 소식을 들은 김정일의 반응'이라는 제목에 마음이 끌렸던 게다. 나경원 후보의 '억대 피부과' 논란에 관한 기사도 나를 유혹했지만 참았다. 나의 관심사는 Everything 이라 할 만큼 '폭넓다'. 산만하다고 썼다가 '폭넓다'고 고쳤다. 글의 내용도 '자책'에 관한 것이라 서두에서는 스스로 살짝 높여 보았다.

나는 세상 여러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한 편이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식당가에서 전단지를 나누는 아주머니들의 열심 홍보에도 감동을 받는다. 가슴 아픈 사연에 한동안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물론 누구나 뭉클함과 공감하는 마음을 지녔겠지만, 나는 그 정도가 조금 더한 편이다. 고 최진실 씨의 사망 소식에 조문을 가고, 나를 찾아온 대학교 총학생회장에게 40만원을 '선뜻' 내 준 일이 그렇다. (생각해 보니, '선뜻'은 아니다. 좀 망설였다. 허나 '망설이며 내 준 일'이라 쓰는 것도 이상했다.)

오지랖 넓은 이들처럼 넉살좋게 개입하여 참견하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자주 감하고 동한다. 여러 세상사에 관심을 갖고 오지랖 넓게 감동하다가도 문득 자책할 때가 있다. '나는 가족에게도 잘하고 있는가? 지혜로운 오지랖을 펼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혜로운 오지랖은 자기 성격에 따라 주변의 이런 저런 일에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성장을 돕기 위해 애정을 전하고 용기를 주는 참견을 말한다.

나는 유독 집안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가족에게는 말없는 손자요, 애교 없는 아들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집에 내려가면 이런 저런 대화를 시도하지만, 떨어져 있을 때면 연락을 잘 않는 편이다. 가족이 걱정하지 않도록 전화로 문안을 드리는 일을 너무 자주 걸러 염려를 끼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틀 전, 박영석 대장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글을 쓸 때에도 나의 이런 부족함을 콕 찌르는 주희 선생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근사록집해에 나오는 말이다.

"집안은 어렵고 천하는 쉽다. 집안은 가깝고 천하는 멀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좋은 삶과 분리된 공부를 멀리하였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내가 똑같다면, 책이 형편없든지 내가 모자란 것이다. 독서는 자기경영이 아닐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은 자기경영을 위한 준비다. 읽은 책의 내용을 삶에 적용하여 두 가지를 달성해야 비로소 자기경영에 성공한 것이다. 첫째, 가족이 나로 인해 좀 더 즐거워지는 것이다. 둘째,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어제보다 스마트하고 스피드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나로 인해 가족이 기뻐하는 것, 내 손을 거친 일의 성과가 높은 것. 이것이야말로 자기경영의 멋진 결실이다. 이것은 책 한 권 읽어내는 것보다 어렵다. 책을 읽는 것은 관념 속을 거니는 일이지만, 가족을 돌아보거나 일을 더욱 잘 해내는 것은 현장에서의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희 선생의 말과 연관하면, 내게는 이런 뜻이다. 참가자들에게 멋진 말로 감동을 전하는 일보다 섬김과 사랑의 실천으로 가족에게 행복을 안겨 주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외할머니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나는 매월 1일이면 용돈을 보내드린다. 며칠 늦게 송금한 적은 있지만, 5년 동안 한 달도 거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달엔 20일이 넘은 오늘까지 보내 드리지 못했다. 나의 씀씀이를 조금만 줄이면 되는데, 부족한 효라는 생각이 든다. 용돈을 드리는 일도 좋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더욱 좋다. 올해가 저물기 전에 다시 차를 끌고 내려가 할머니를 모시고 나들이를 가야겟다. 지난 한가위 때, 엄마 묘소를 다녀오던 일과 저녁 식사 할 때의 웃으시는 모습이 참 좋았다.

나는 지금 6기 와우연구원들과 MT 중이다. 어제는 충남 예산의 3곳을 둘러 보았다. 그 중의 한 곳이 추사고택인데,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기운이 가득한 인상적인 명소였다. 고택의 사랑채와 안채의 모든 기둥에는 나무판이 달려 있었다. 추사 선생이 쓰신 글귀가 적힌 나무판이다. 그 중 하나의 글은 "천하일등인충효"다. 천하에 제일가는 사람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무엇이 충성인가? 자기 일을 책임있고 현명하게 완수하는 것이리라. 무엇이 효도인가? 바쁜 삶을 살지만, 음미하고 실천할 만한 질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리더십/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컨설턴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