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은근한 기대 VS 현명한 기대

카잔 2011. 11. 11. 18:07


살다보면, 사람을 믿다가 실망하는 일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을 믿다가 실망할 수 있음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잘못된 생각이나 처방으로 흘러가서는 안 되겠지요. 실망을 하게 될 때의 처방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대가 실망이나 상처를 낳는다는 결론도 성급합니다. 기대가 사람들을 살리기도 하고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기대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실망으로 이를 수 밖에 없는 잘못된 기대를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현명하게 기대하는 법을 익히면 실망하지도 않고 오해하지도 않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기대가 실망은 낳는다는 말을 싫어합니다.
"기대하지마, 실망할 테니까"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마다 아쉬움을 느낍니다. 엉뚱한 기대를 하거나 은근한 기대를 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엉뚱한 기대'는 기대해야 할 것을 기대하지 않고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고 오늘은 '은근한 기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은근한 기대'란 상대에게 자기 감정이나 바람을 분명히 전달하지 않고서, 상대가 자기 바람대로 행동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말로 표현하지 않고,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과도한 기대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표현되지 않은)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는 참 서툰 존재입니다.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은근한 기대'를 하는 사람도 자기 중심적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그야말로 정말 이기적인지도 모르지요.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에 대해 알려고 하기보다는 상대에게 기대만 하고 있으니까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힘들다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기대하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은근히 기대하지 말고, 바람과 기대를 분명한 말로 전해야 합니다. 아마도 여자 입장에서 이 말은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엎드려 받는 절은 받는 기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니까요.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 주어야 제 맛이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들의 마음 헤아리기에 둔감하다는 사실이 걸림돌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남자들의 아둔함을 한껏 고려해야 합니다. 나의 은근한 기대를 그가 잽싸게 알아채 주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가 나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점점 능숙해져가도록 도와야 합니다.

운이 좋게도 현명한 기대가 무엇인지 경험했던 적이 있습니다. 20대에 사귀었던 여자친구 K 덕분입니다. 당시의 나는 휴일을 빼면 항상 바쁜 회사원이었고, 그녀는 격주 토요일마다 쉬는 직장에 다녔습니다. 그녀가 쉬는 토요일은 우리에게 중요한 데이트 날입니다. 그녀는 놀토마다 아주 인상 깊은 날을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K는 은근히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현명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것은 '나 이번에 뭐 해줘' 식도 아니었고, 알아서 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내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 두면서도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알아듣는 것'이지, 그녀가 표현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내가 표현해도 상대가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오빠, 이번 주 놀토인데, 바쁘지 않게 컨디션 조절 잘 하자"라고 문자를 보내어 내가 놀토를 기억하도록 돕는 식입니다. '놀토 까먹기만 해 봐라' 라고 생각하면서 나를 시험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기념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잊지 않도록 정보를 흘려 주면서도, 선택의 주도권은 항상 내게 있는 것처럼 만들었습니다. 그 창의적이면서도 섬김이 베어 있는 리드(lead)에 놀라곤 했지요.

평일 저녁 약속을 하게 될 때에도 그녀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저녁 7시 약속은 애매한 시간입니다. 칼퇴근할 수 있으면 좋지만 일찍 퇴근하기가 눈치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일을 마무리 못할 때도 있습니다. 데이트 약속을 하게 된 날 10~20분 늦게 되면 참 곤란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살피어 7시로 약속 시간을 정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찍 마치지 못하게 되어 문자를 보냅니다. "나 일이 덜 끝나서 조금 늦을 것 같아, 미안해"라고.
이럴 때, "천천히 와. 나 잘 기다려" 라는 문자를 보내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문자만 보면, 그녀는 잘 기다리는 여인이고, 조금 늦어도 다 이해할 수 있어, 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는 아닌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마음 편하라고 '잘 기다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여자친구의 본심을 모른 채
, 앞선 문자를 받고 '역시 내 여자친구지' 하면서 서두르던 행동에 약간의 여유를 가미하며 안심하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그가 기분 좋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지만, 뾰루퉁한 여자 친구의 모습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천히 오라고 해 놓구선, 잘 기다린다고 해 놓구선 왜 이제와 화를 내냐고 말하면, 여자 친구에게 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K는 달랐습니다. 우선 문자 메시지부터 다릅니다. 나는 그 문자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그 날 7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6시 칼퇴근하는 그녀는 평일 약속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는 편입니다. 그 점에 대해 미안함과 싸한 고마움을 항상 갖고 있었지요. 그 날도 그녀가 먼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 지금 교보문고 앞이야. 회사에서 나왔어? 일이 많지? 재즈가 흘러나와서 기분좋게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 편히 와. 그런데 7시 20분이 지나면 재즈의 효과가 떨어질지도 모르겠어. 오늘은 마음이 좀 그러네. 기다리기 싫은 날 있잖아."


문자를 받고 마음이 편안해졌으면서도, 여자 친구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K는 '은근한 기대'가 오해를 불러올 수 있고, 다툼의 불씨가 될 수 있을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훗날 그녀와 헤어지긴 했지만, 그녀가 가르쳐 준 '은근하게 기대하지 않기'에 대한 배움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수년이 흘렀지만, 그녀에게 가끔씩 고마움이 느껴지는 까닭입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간에 '은근한 기대'를 하지 않고 소통하는 저마다의 노하우가 생깁니다. 서로 밀착관계에 있기 때문에 소통의 노하우 없이는 친밀함을 누리기 어려우니까요. 연인이나 제일 친한 친구 사이에서는 세월이 쌓이며 상대가 은근히 기대하는 것까지 캐치하는 힘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은근한 기대'는 소통의 장애물입니다.

은근한 기대 후에는 실망이 오기 마련입니다. 은근한 기대는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여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아쉬움을 느낍니다. 은근히 기대를 하는 사람에게는 기대감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음이, 그리고 상대방에게는 은근한 기대를 캐치하지 못한 둔감함이. 은근히 기대하지 말자고 하면, 사람들은 '꼭 말로 해야 하나? 그냥 알아서 캐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되묻습니다.

나는 분명히 대답합니다. 얘기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야 비로소 알아채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얘기하되 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소통하려고 대화하다 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힘이 키워질 것입니다. 그러니 은근히 기대하는 대신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기대하고 있는 바를 분명하게 표현하든지, 해 주기리를 기대하는 그 것을 직접 하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리더십/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컨설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