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오직 깃발만을 쳐다보는 사람들

카잔 2012. 1. 5. 07:01

1. 아들 내외가 노모에게 효도 관광을 선물했다. 9박 10일짜리 유럽 단체여행을 보내드린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날, 아들은 노모에게 당부했다. 어머니, 여행 가이드만 잘 따라다니시면 돼요. 염려 마세요. 노모는 무사히 여행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머니, 여행 구경 잘 하셨어요? 뭘 보고 오셨어요?" 노모는 목표 달성을 이룬 사람처럼 신이 나서 말했다. "뭘 봤냐고? 노란 깃발을 봤지." 의아한 아들, "무슨 말씀이세요?" 노모가 답했다. "아니, 가이드 양반이 노란 깃발을 잘 따라오라고 해서 그 깃발만 열심히 봤지." 

웃음이 나오는 얘기지만, 정작 내가 저 상황이라면 잠시 멍해질 것 같다. 화도 나고(이게 얼마짜린데...), 속도 상하고(즐거운 여행을 즐기지도 못하셨으니), 괜한 후회(그 돈으로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국내여행이나 할걸)까지 할지도 모르겠다. 

노모는 깃발만을 쫓아가느라 유럽의 아름다움을 둘러보지 못했다. 세상에는 노모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하나의 목표만을 쳐다보느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한 눈 팔지 않고 목표만을 향하여 전진한 것은 훌륭하다. 다만 그 목표가 덧없는 것이거나 자신에게 중요한 모든 것을 담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또한 멋진 인생을 위해서는 목표를 향한 전진 뿐만 아니라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여유도 필요하다.


2. 노모의 태도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내가 그렇다. 나는 과정에서의 여유와 만족감을 잘 누리는 편이지만, 과정의 황홀경에 빠져 있다가 종종 나의 목표를 잊을 때가 있다. 목표를 실현하지 못해도 '과정이 즐거웠으니 나름 의미 있었지' 하며 자기합리화로 나를 달랜다. 


과정을 즐긴 대목은 훌륭하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한 눈 팔지 않고 달려가는 노력이다. 누구나 어느 한쪽에 치우쳐 산다. 이것은 잘못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어느 하나를 잘 해내고 있다는 말이다. 과정을 잘 즐기고 있거나, 목표를 향해 전념하고 있거나.

균형을 이루면 더욱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과정을 잘 즐기는 이가 목표를 달성하고, 목표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가 과정을 즐긴다고 상상해 보라. 균형은 서로 상반되는 가치를 모두 이해하고, 그 사이의 건강한 중간지대를 찾은 노력이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이렇게 말했다. "대립물이 없이는 진보도 없다. 끌어당김과 밀어냄, 이성과 정열, 사랑과 증오는 인간 존재에 필수적이다." 그래도 즐거웠어, 라고 교묘하게 합리화하지도 않고 목표만을 쳐다보느라 지나치게 예민해지지도 않는 균형은 소중한 가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