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날마다 하루만큼 성장하는 리더

카잔 2012. 1. 18. 23:53

1.
두 사람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한 사람은 편집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편집자다. 둘 중 한 사람이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를 좋게 읽어 주었고, 독서에 관한 책을 써 보자고 제안하는 자리였다. 설명하기는 난감하지만, 나는 두 사람이 좋았다. 이사야 벌린의 책을 출간한 회사라는 점으로 인해 출판사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계약하기로 마음 먹었다. 무엇보다 2012년에는 상실감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난 달의 일이다.

한 달이 지났고 그 사이 해가 바뀌었다. 지난 달의 만남 직후, 나는 세 개의 한글 파일을 출판사로 보냈는데, 그 중 하나를 마음에 들어했다. 오늘 출판사에 갔다. 사장님을 만나 계약 사항을 협의하기 위함이었지만, 나는 세 분께 양해를 구하고 계약을 하지 않았다. 원고를 모두 쓰고 나서 계약하고 싶었다. 경험에 의하면, 먼저 계약을 하면 계약금을 받았다는 것 때문인지 자유롭지가 않았다. 나는 마감일자 때문에 쫓기듯 글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까.

내게 자유는 중요했다. 수백만원을 몇 개월 먼저 받는 것보다 자유롭게 일하는 게 좋다. 어떤 상황 속에서 일해야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 번의 출간 경험을 하고서야 알게 된 것들이다. 경험은 나를 알게 한다. 경험을 한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자기를 알게 되는 건 아니다. 잠시 동안이라도 자기를 성찰해야 한다. 성찰, 귀찮은 일이지만 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자기지식(self-knowledge)은 행복한 삶에 절대적이다.

2.
출판사 사장님은 바빴다. 찰나에도 그 분이 편안하고 진솔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조건대로 계약하려면, 그에게 나를 남다른 인물로 각인시켜야 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 인세를 조금 더 달라는 작가로 비춰졌을 뿐이다. 실제로 그는 내게 형편이 어렵냐고 묻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묻는데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게 그가 지닌 힘인 듯 하다.

나는 그에게 나를 잘 소개하지 못했다. 얼굴을 붉힌 채 횡설수설했다. 말도 더듬었다. 편안하고 진솔한 분을 앞에 두고서도 명쾌하게 내 얘기를 못한 것이 한심했다. 그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져 올 만큼, 나는 아마추어처럼 행동했다. 아니 아마추어였다. 프로답게 행동하기를 기대하는 자리에서 나는 항상 아마추어였다. 마포구 창업지원센터장님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도 그랬고, 하나은행 인사팀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나의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삶에 나타나는 실제 모습은 사교성이 풍성한 편은 아닌 것 같다. 어른 앞에서 지나치게 주눅이 드는 것도 같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촉이 발달하여 나를 인정해 주면 자기 역량을 십분 발휘하고, 나에 대한 지지가 없으면 기가 죽고 나서지 않는 사람들. 내가 그렇다. 지금까지 많이 넘어섰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3.
편집자는 시종일관 나의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종종 나의 이야기를 자기의 언어로 바꾸어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기도 했다. 의견을 조율하려는 그의 노력이 고마웠다. 하지만 그에게는 발언 기회가 많지 않았다. 사장님이 계신 자리였고, 편집팀장도 함께한 자리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나를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도와 주려는 의도는 내게 충분히 전해졌다. 때로는 마음만 전해져도 힘이 되는 법이다.

내 원고를 좋아해주기도 했다. "자기계발서가 이럴 수도 있구나, 하며 놀랐어요. 철학 책 같기도 하고 심리학 책 같기도 했는데, 공부를 많이 하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순간, 공부를 많이 했던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를 믿고 원고를 계속 밀어붙이기로 했다. '아직은 아니야' 라고 생각하며 원고를 그냥 노트북에 저장해 두었다가 날려 버리는 일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니까. 편집자의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다시 사장님이 떠오른다. 나는 그 분이 좋았다. 인상도, 말투도 무척이나 시원했다. 그런 호탕한 분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러면 나의 좀스러운 면이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오늘이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 출판사에 다시 갈 일은 없을 테니까. 계약은 등기로 해결할 것이고 다음에 편집자를 만나면 식사나 함께 할 것이다. "다음엔 밥 한 번 같이 먹으며 이야기 해요." 그의 마지막 인사였다.

4.
생각하기는 부끄럽지만 생각해야 할 미팅이었다. 
이 글을 쓴 까닭이다. 나는 글쓰기를 하며 나를 들여다보고 개선하니까.
나는 와우스토리연구소의 리더다. 지위는 중요치 않다. 영향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경험과 학습을 통해 나를 개선하여 좀 더 나은 리더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매일마다, 하루 만큼씩 꿈에 다가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노력하자고 다짐해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