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난 허울만 좋은 사람인 걸까?

카잔 2012. 1. 30. 09:02


1. 허울만 좋은 사람. 실속이 없고 겉모양만 그럴듯한 사람이란 말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괴로운 요즘이다.
자기비하는 아니다. 내게는 좋은 모습도 있음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향상되어야 할 모습이 더 많다는 사실도 명심한다.

내가 허울만 좋은 사람인가요, 라고 누군가에게 물을 필요는 없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나의 속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원인은 두 가지다. 내가 겉과 속이 달라서 혹은 나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적어서.
어느 경우든 나의 허울 좋은 모습만 보고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허울만 좋은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으면 된다.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살아갈 때가 더 많은지, 맨얼굴로 살아갈 때가 더 많은지를.
평소에 맨얼굴을 가꾸어두지 않으면 페르소나를 벗기가 힘들다.
감정, 열망, 충동을 컨트롤하기보다 평판, 소유, 성취에만 신경썼기 때문이다.

맨얼굴을 가꾸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본다.
'존재하기'보다는 '행동하기'에 관심이 많았던 날들이었다.
비전을 세워도 존재지향적 비전보다는 성취지향적 비전이 많았다.
성찰을 해도 미흡한 성취를 분석했지, 미성숙한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2. "오빠는 참 정직한 사람이야."
언젠가 여자 친구를 가족들에게 소개한 후, 그녀를 배웅해주면서 들었던 말이다.
그녀가 나를 잘못 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니체의 말도 떠올랐다.
사랑에 빠진 여인을 두려워하라. 그녀에겐 사랑 외에는 모든 것이 무가치하게 보인다는.

그녀가 무서웠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녀의 분별력이 흐릿해졌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화를 좀 더 나누며 그녀의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나는 여자 친구를 가족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사실이 아닌 말을 덧붙이지도 않았고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났을 때, 나를 더 잘 보이기 위해 사실보다 포장한 말도 없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자신을 포장하고 과장할 때가 있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포장할 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지도 모르겠다.
허울 좋은 사람이란 말도, 아주 정직할 때가 있다는 말도 나라는 사람을 잘 설명해 준다.
나는, 꿈꾸는 모습에 비하면 허울만 좋은 사람이고 예전의 나에 비하면 진솔한 사람이다. 

이미 가지게 된 진솔함에서 안주하고 싶지 않기에
지금껏 체험하지 못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번 여정은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는 것처럼 쉬운 이동이 아니라
높은 산을 넘어서야 하는 힘겨운 여정이기에 글의 서두에 괴로움이라 썼다.

3. 허울만 좋음에서 진솔함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났다.
진솔한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진솔할 때가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진솔함을 한껏 발휘하려면 페르소나를 벗을 수 있도록 맨얼굴을 가꾸어야 하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일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진솔함에 대한 나의 지식은 여기까지다.

책의 한 챕터를 전부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한 단계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나는 이제 진솔함에서 고결함으로의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
진솔함을 얻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면 고결함은 용기에서 배려를 더해야 한다.

언젠가 진솔함을 발휘하려고 하다가 상대를 당황케 했던 적이 있었다.
늘 가던 모임에 이번 달에는 가지 않겠다는 말을 전했을 때의 일이다.
예전 같으면 중요한 일이 있다는 등의 적당한 이유를 찾아 내었을지도 모르는데,
왠지 그 달에는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말했다.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진솔함에서 배려가 빠지면 상대를 당황케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사회적 관계를 위해 페르소나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식자들도 이렇게 말했다. "피해야 할 것은 페르소나에 집착하다가 맨얼굴을 망각하거나
혹은
맨얼굴에만 신경 쓰다가 페르소나를 경시하는 것, 이 두 가지 극단"(강신주)이다.

페르소나를 써야 할 때 맨얼굴을 보여 주거나
맨얼굴을 보여줘야 할 때 페르소나를 쓰면 어색한 상황이 되고 상대를 당황케 한다.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언제 페르소나를 벗어야 하고, 언제 맨얼굴로 상대해야 하나?"
그 때를 아는 감각이 키워질수록 우리는 더욱 현명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트레야를 만나기 전까지의 내 사유였다.
하지만 트레야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탁월한 지성과 영적 각성을 겸비한 켄 윌버의 아내다.
윌버의 말에 따르면 트레야는 내가 추구하는 '고결한' 사람이었다.

"트레야는 공적인 자아와 사적인 자아 사이에 좀처럼 간극이 없었다.
그녀는 결코 세상과 나누기 두렵거나 부끄러운 '비밀스러운' 생각을 품지 않았다.
당신의 질문에, 그녀는 당신 또는 누군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말할 것이다.
솔직하면서도 방어적이지 않은 그녀의 화법이 사람들을 당혹케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고결함은 직접적이고 솔직하면서도 사람들을 당혹케 하지 않는 힘이다.
아직 진솔함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고결함을 향한 여정을 알게 되어 신난다. 
여정은 평생 동안 진행될 것이다. 때때로 허울만 좋은 사람으로 전락하기도 할 테지만
내가 진정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라면 그 전락의 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