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자기지식을 높이는 법

카잔 2012. 2. 8. 09:30

1.
인적자원관리 박사 학위를 가진 친구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내 강연을 마치고, 친구가 진행하는 시간. 나는 뒷자리에 앉아 참관하고 있었다. 자기 인생의 가치를 찾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질문이 담긴 워크북이 주어졌고 2명씩 짝을 지어 서로에게 그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팀에서 한 대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나는 두 종류의 사람 운운하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식상하기도 하고, 그런 식의 분류는 극적 효과를 위한 목적만 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큰둥한 내 마음을 알리 없는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한 사람은 남들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 다른 한 사람은 자기 길을 개척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을 마음 속으로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뻔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감동적이었다. "따라가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반면에 개척하는 사람에게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세상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속도가 아닌 방향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
나 역시 속도보다 방향에 인생의 승부를 걸었다.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꿈으로만 끝내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3.
자녀교육의 출발은 자녀를 아는 지식이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란, 아이가 어느 학교의 몇학년 몇 반인지, 내일 준비물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자녀를 아는 것이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시큰둥해지는지, 요즘의 고민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아는 것이 많아야 부모로서의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방향에 승부를 건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아는 것이다. 이것을 자기지식(self-knowledge)이라고 하자. 자기지식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이 되면 시들해지는지, 어떤 주제에 열광하는지를 아는 것을 말한다. 자기지식은 우리의 자기다움을 돕는다.

4.
자기지식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자기를 아는 것이 쉽지 않음부터 이해해야 한다. 자기이해는 평생을 통해 서서히 이뤄진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자기를 알아갈 때마다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스스로를 알아갈 때마다 세상을 얻은 듯이 기뻐한다. 그것은 실제로 세상을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개인은 우주 속에 있고, 온 우주가 개인 속에 있으니까.

(2)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는 것은 자기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필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읽어내는 힘이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다행히도 도움 받을 수 있는 몇 권의 책이 있다. 『코끼리와 벼룩』의 1장을 보라. 저자(찰스 핸디)가 자신의 과거 속에서 어떻게 자기지식을 얻는지 보여 준다. 파커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1,2장도 마찬가지다.

(3)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를 관찰하며 성격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심리검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워크넷(www.work.go.kr) 메인화면에서 '직업/진로'를 클릭하면 직업적성검사, 직업선호도검사, 직업가치관검사 등 진로 선택에 도움되는 심리검사를 무료로 할 수 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이들에겐 MBTI를 다룬 입문서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혹은 에니어그램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권한다.

5.
개념 정리에 대한 고민으로 글을 맺는다. 자기를 아는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자기분석'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다. 자기분석은 심리학 이미지가 강한 용어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정신분석이나 정신 치료의 이론을 적용하여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과정을 자기분석이라 하기 때문이다.

분석은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서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자기 발견이 어려운 까닭은 우리가 '얽혀' 있거나 '복잡'하기보다는, 거짓 문화 속에 자신의 진짜 모습이 '숨어' 있거나 자신의 여러 모습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통찰'이라 부르면 어떨까? 통찰은 꿰뚫어 보는 것이니까. 진정한 자기를 꿰뚫어 보는 것.

'자기통찰'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 적합한 개념이 있나. 하고 모색하는 중이다. (내가 알기로는) 자기를 아는 과정을 자기경영의 관점에서 정리한 이론은 없어서 심리학에서 빌려온 것이다. 빌려온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 내가 의도한 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더 적합한 개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