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요!

카잔 2012. 3. 8. 18:43

1.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핸드폰을 켰다. 가장 먼저 떠오른 글, "제 특기가 뭘까요?" 회사 지원에 필요한 이력서를 쓰던 지인의 문자메시지였다. 응시원서의 '특기'라고 쓰인 공란에 퍽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그의 특기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내가 답한다는 게 아이러니했지만, "그걸 제가 어찌 알까요?"라고 보낼 수도 없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약간의 지식을 짜내어 회신을 보냈다. "사회 보는 일(진행)과 연기가 아닐까요?"

답변이 바로 날아왔다. "그걸 특기라고 하긴 좀 그래요. 특기까지는 아닌 듯 해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매우 높은 기준을 가진 그다.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기 일쑤인 사람. 나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 "기준을 낮추세요. 충분히 특기가 될 만합니다." 회신이 왔다. 결정타였다. "그건 제가 못 할 때도 있는데.. 선생님,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만족할 만큼의 결과가 있어야 특기 아닌가요?" 나는 짧게 답변했다.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2.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하지 못할까봐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잊지 말아야 할 명제다. 완벽함에 집착하게 된 것은 누군가가 당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말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믿지 말아야 한다.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대개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판단은 대개 균형을 잃는다. 잘할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도 작은 실수를 하면 가혹한 피드백을 한다.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이 나쁘다. 완벽해야 한다는 기준을 가진 사람들은 잘못할 때마다 자신을 비하하고 다른 사람들을 혹독하게 판단한다. 잘못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지고 사람들을 칭찬하는 법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기비하나 죄의식에 시달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거듭 실망한다. 거듭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자신을 향해서도 다른 사람들을 향한 기대도 완벽함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 가능한 것 이상을 기대하면 모두 힘들어진다.

3.
그는 연극 무대에 선 적이 많다. 연기를 잘 하는 축에 속하여 독립영화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그 영화에 출연을 했다. 영화 제작과 스크린 상영은 다른 문제여서 (독립영화의 경우 더욱 그렇다) 스크린에서 그를 보지는 못했지만, 회사 이력서 특기란에 쓰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헐리우드 영화 캐스팅에 내기에는 아직 불충분하겠지만. 사회를 보는 일 역시, 지난 해에 행사 진행을 추천 받아 훌륭히 소화해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일을 해내기에 충분하면 그만이다. 모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강연을 맡게 될 때의 일이다. 무려 1,500명이나 모인 대강당에서 진행되는 큰 행사였다. 내가 초보 강사일 때 그 강연을 하게 되지 않은 게 축복이었다. 그랬더라면, '아직 나는 완벽하지 않은데' 라는 생각에 벌벌 떠느라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다행하게도 그 때는 이미 수 백회의 강연 경력이 있던 터라, 이렇게 생각했다.

'나도 한 때 대학생이었고, 20대를 열심히 보내기도 했고, 나는 이미 여러 번의 강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지.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오늘 강연을 진행하기에는 충분해.'

대강당은 무대부터가 굉장히 컸고, 조명은 청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무대나 청중의 규모가 나를 압도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잘 해냈다. 연단에 오르기 전에는 가볍게 악수하던 담당자도 강연 후에는 깍듯하게 인사를 해 왔다. 그날 강연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충분했다. 충분하다는 말은 부족함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을 해내기에 충분하다는 뜻일 뿐이다.

4.
인생은 부족한 것들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사랑은 완벽한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애정과 관심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완벽을 찾으면 헛탕칠 것이다. 헛탕 정도에 그치지 않을 때도 많을 것이다. 자신감 저하와 불필요한 실망감으로 점점 더 우울해질 것이다. 자신이 왜소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란 매우 힘든 일이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