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어느 여유로운 주말 하루

카잔 2012. 5. 13. 00:45

 

1.

오늘도 18분 동안 낮잠을 잤다. 낮잠에 익숙해지면서부터 난 단 18분의 시간에도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잠드는 시간 2~3분을 제외하면 15분 정도의 오침을 취하는 것이다. 15분 낮잠은 수개월 동안 지켜가고 있는 나의 건강 습관이다. 낮잠을 자면, 학습 능력이 좋아지고 심장 질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낮잠을 잘 자야 한다. 

 

낮잠은 15분 정도가 좋다고 한다. 30분을 넘게 자면 무기력해지거나 밤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자는 것이 좋다. 나는 안대를 하고 한다. 눈이 어두워야 잠이 쉽게 들기 때문이고 눈 피로 회복에도 좋기 때문이다. 수면에 들 무렵에는 청각이 예민해지기에 듣던 음악의 볼륨도 최대로 낮춘다. 낮잠에서 깨는 순간도 중요하다. 나는 눈을 뜨고서 스트레칭을 하며 마음 속의 화이팅을 외치며 일어난다.

 

2.

18분 후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이 깨면서 생각했다. '18분으로도 이런 숙면을 취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효과다. 여느 때 같으면, 일어나서 제2의 하루를 시작했겠지만 오늘은 다시 잠을 청했다. 주말이기도 하고 졸리움에 그냥 나를 내맡기고 싶었다. 그렇게 잠을 더 청했다. 때로는 휴식할 줄도 아는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을 테니까. 오늘 나는 3시간의 낮잠을 잤다.

 

3.

눈을 뜨니 4시 55분이었다. 다행이다. 프로야구를 시작하기 직전에 깼으니. 다만, 홀로 야구장에 가려던 계획은 변경해야 했다. 집에서 TV로 관람하는 것으로. 나는 마치 야구장에 있듯이 경기를 관람했다. 먹을 것을 즐겨가며 경기에 집중했다. 1:2로 내가 응원하던 삼성 라이온즈 팀이 졌다.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쳐주어 고마운 경기였다.

 

아쉬운 점도 있다. 경기 초반 박용택의 도루에 대한 심판 판정은 오심이었다. 명백한 아웃이었지만 심판은 세이프 판정을 내렸고, 박용택은 득점 주자가 되었다. 석연찮은 판정은 9회초에도 있었다. 박석민의 3루 쇄도는 세이프에 가까웠다. 하지만 심판은 아웃 판정을 내렸고, 게임은 종료됐다. 세이프였다면 경기는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아쉽다.

 

마해영 해설위원은 해설 도중 이렇게 말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즘 경기마다 좋은 장면을 잡기 위해 카메라가 많지만, 오심을 지나치게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상적인 말이었다. 인생살이에서도 억울한 일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인생의 일부다. 지나치게 연연해하면 현재를 놓치고 다가올 일을 망칠 것이다.

 

4.

'오심'으로 인해 삶의 교훈 하나를 얻었지만 열 받긴 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수영장으로 향했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에는 운동 만한 것도 없다. 아쉽거나 화가 날 때, 몸을 움직여 땀을 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오늘은 25m 풀장을 14번이나 왕복으로 오갔다. 14번 왕복은 개인 신기록이다. 별로 힘들지도 않았는데, 열흘 동안 운동을 했더니 체력이 늘었나 보다.

 

수영을 다녀오니, 사랑하는 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내와 함께 롯데월드에 놀러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잠깐 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반가웠다. 우리 셋은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벤치에 앉아 물, 커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여유로운 시간이었고, 편안한 만남이었다.

 

5.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아몬드와 쥐포를 샀다. 집에 와서는 쥐포를 안주 삼아 와인 두 잔을 마셨다. 치즈와 유제품 대신 쥐포를 먹어 보았는데 궁합이 나쁘진 않았다. 늦은 밤, 홀로 마시는 와인, 기분이 좋다. 버스커버스커와 이승철의 음악도 나를 취하게 한다. 기분 좋은 알딸딸함으로 이 글을 쓴다. 글을 쓰던 도중, 잠시 이를 닦았다. 마침표를 찍자마자 잠자리에 들기 위한 예비 동작으로.

 

오전 2시간 동안 일한 것을 제외하면, 여유롭게 보낸 하루다. 인터넷 서핑을 하고, 과일, 야채 그리고 견과류로 만든 샐러드로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 마음껏 낮잠에 빠져들었고, 프로야구 경기에 몰입하며 긴장감을 누렸다. 몸을 움직여 물살을 가르기도 했고 친한 후배와도 시간을 보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는, 일주일 중 하루를 낭만과 우정 그리고 여유로 채우는 것이리라. 그리고 편안히 잠자리에 드는 것, 행복이다. 스스륵.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