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의 불찰에 대한 단상

카잔 2012. 5. 19. 01:17

 

누구나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범하며 삽니다. 그러니 자신의 불찰을 곱씹으며 정서적 자살을 시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다른 이가 힘겨워하거나 마음의 불편함을 느낀다면 괴로운 일입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며 후회도 하겠지요.

 

지난 주에 제가 그랬습니다. 6개월 동안 진행되는 독서세미나의 첫수업 날이었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서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세 번째 진행하는 수업으로, 앞선 두 번의 수업 모두 참가자 분들이 무척 흡족해 하셨지요.

 

하지만, 이날의 참가자 한 분은 실망을 느끼셨습니다. 내가 일방적인 해석을 강요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메시지의 잉여'가 아니라 '해석의 잉여'를 제공하는 것이 나의 학습목표 중 하나인데, 그것과는 정반대의 피드백을 들었던 것입니다.

 

수업 중에 제가 던진 멘트에 그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닫히면 그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기란 무척 힘든 일이니까요. 그에게 죄송할 뿐입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불찰이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이튿날, 나는 사과의 메일을 전했습니다. 다행하게도 그는 사과를 기쁘게 받아주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고, 그날의 내 모습에 아쉬움이 듭니다. 이때 기억해야 한 것은 실수와 잘못을 범하는 일은 흔한 인간지사라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는 비극적인 일은 흔한 일이니, 그런 일을 당하더라도 "슬픔을 기쁨과 함께 저울에 달아보는 현명함'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생은 슬픔이나 기쁨 어느 한 가지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니 슬플 때에도 기쁨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라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불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덮어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 일을 정직하게 들여다보아야겠지요. 후회와 미안함의 감정을 느끼는 것만으로 그치지도 않을 것입니다.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힘들고 진지하게 산다고. 혹은 자신에게 가혹한 것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친 불찰이라면 얼마든지 스스로에게 가혹해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견딜 수만 있다면 말이죠.

 

나를 들여다보는 시선이 가혹함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불찰을 향한 시선일 뿐입니다. 엄격한 자기 직면의 태도와 함께 푸근한 자족의 태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잘 해낸 대목을 가려내어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태도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엄격한 시선과 푸근한 시선이 모두 필요할 것입니다. 스스로를 엄격하게 바라보는 정직한 시선이 없으면, 어떤 일의 공적을 자신에게만 돌리기 십상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하늘의 도움을 받은 과정들은 잊고서 스스로를 낫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나는 두 가지 시선을 모두 가지려 노력하지만 기본적으로 엄격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에 더 노력하고 싶습니다. 스스로와 타협하는 것이 제 특기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조금 나아진 듯 하나, 노력을 멈추고 싶진 않네요. 해마다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싶으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