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자유를 누리기 위한 조건

카잔 2012. 8. 10. 21:37

 

1.

오전 8시 30분, 외부 미팅이 있어 지하철로 향하던 중이었다.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손님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인 자리가 보였다. 아마 그 때, 나의 눈은 동경의 눈빛을 뿜어냈을 것이다.

 

'아! 미팅 약속이 취소되어 지금 저기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책이나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음악을 들으며 잠시나마 멍하게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다가 글이나 쓰며 여유롭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미팅이 취소되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지하철역을 향하며 잇달아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어갔다. 방금 전과는 다른 류의 생각이었다.

 

'내게 여유로운 하루가 주어진다고 해도, 내가 실제로 이른 아침부터 카페에 가서 독서와 음악 그리고 글쓰기를 즐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쁜 일상을 보낼 때에는 여유 시간의 자유를 갈망했지만, 정작 시간이 주어졌을 때는 허망하게 보낸 적이 얼마나 많았었나!'

 

이것은 내 현실에 대한 자위도, 합리화도 아니었다. 내 실상이었다. 예전의 나는 시간이 많거나 여유로운 환경이 주어지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누구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2.

당신은 어느 곳에서 시간을 더 잘 보내는가? 직장인가, 집인가?

 

누구나 집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기며 잘 보내고 싶어하지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시간보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보낸다.

 

직장에서는 활동적인 일을 하지만, 집에서는 잠들기 전까지 TV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직장에서는 자신이 유능하다고 느끼며 자신감을 체험하지만, 집에 와서는 무기력해지는 경향도 있었다.

 

(실제로 칙센트미하이의 호출 대상자들은 직장에 있을 때보다 집에서 여가 시간을 보낼 때 3배 이상으로 자주 기분 나쁜 무력감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여가는 자신이 선택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롭고 가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하지만, 우리가 실제 여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의 자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난 결론 : 여가 시간을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3.

원인이 뭘까? 왜 여유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걸까? 열망이 간절하지 않아서? 나의 경우, 이것은 정답이 아니다. 나는 항상 카페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을 갈망하고 그리워하니까.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지만 얻지 못할 때도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열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충분한 답변이 아니다. 

 

원인의 핵심은 내가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막상 자유 시간이 주어져도 평소에 생각했던 일을 추진하기에는 내가 너무 나약한 것이다.  

 

굳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것이 나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내 주변에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 중에는 "제가 게을러서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게으름보다 더 심각한 원인을 감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결점 중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인정하는 결점은 게으름이다. 게으름이 우리 악덕을 편안하게 감싸 줄 뿐만 아니라, 미덕을 파괴하기는커녕 그저 활동을 유보시키는 정도라고 믿기 때문이다." - 라로슈푸코

 

게을러서, 라고 말하는 그들도 아마 나처럼 자신을 컨트롤하는 힘이 나약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을 잠시 유보해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면 틀림없을 것이다.  

 

4.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다.

자유는 어떤 환경에 의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으로 획득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스스로를 컨트롤하려고 노력하는 자들이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작은 일 하나를 컨트롤해낼 때마다, 자유에 한발짝씩 다가서는 것이다.

 

5.

자기를 컨트롤하는 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하지만 생각하는 대로 살기란 쉽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들다면 묘한 안도감을 느끼게 되니까.

 

완벽하게 자신을 컨트롤해야만 자유의 대지로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일을 컨트롤하면 작은 자유를 맛볼 것이다. 큰 일을 컨트롤하면 큰 자유를 맛볼 것이다. 직접 맛보아야 더 큰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 자기경영의 여정을 의지 만으로 꾸려가는 건 어리석고 재미없다. 감각적인 체험을 활용해야 한다. 직접 맛보아야 하는 까닭이다. 


<실천을 위한 조언>

실천은 작게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부담없이 지속할 수 있고, 지속하다보면 큰 결실을 만나게 된다. 노력하는 만큼의 결실이 주어진다는 것, 희망적인 일이다.


내가 자유인이 되지 못한 것은 자유로운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게을러서도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원인은 자기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이, 지금 이 순간이 자유인이 되는 과정이다.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씩 실행해 간다면.

 

- 이번 한 주 동안, 2~3시간의 자유시간을 내겠다고 결심하라.

  (당신이 미혼이라면 그 이상의 시간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 그 이상이면 좋겠지만 2~3시간만 제대로 보내도 활력과 상쾌한 기분을 얻을 수 있다.

- 자유시간을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보내고 싶은지 결정하라.

- 언제 자유시간을 낼 것인지 계획해 보라. 만약을 대비하여 Plan B도 만들어 두라.

- 자신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켜내라.

 

자기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비단 자유만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