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스스로 만든 한계를 넘어서기

카잔 2012. 8. 19. 21:35


"인간의 운명은 잠재의식이 지배한다." 


운동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만난 문장이다.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자기 암시가 중요하다는 요지의 글을 읽다가 저 문장이 내 가슴 속으로 치고 들어왔다. '나는 이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이 된다, 나는 이 운동을 하며 더욱 건강해진다, 나는 건강해진 몸으로 더욱 멋진 인생을 산다!' 이런 식으로 '자성예언'을 하라는 것이다.


자성예언(自成豫言, self-fulfilling prophecy)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스스로 달성할 것이라고 믿으면, 그 믿음에 부합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자기암시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자성예언은 스티븐 코비의 7 Habits 에도 나오는 단어로, 나 역시 자주 활용했던 개념이다. 


인간의 운명은 잠재의식이 지배한다는 말과 자성예언에 대한 자각은 나의 영혼에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번개같은 깨우침은 아니었지만, 하루종일 그에 대해 생각할 만큼은 충분히 컸다. 나는 수년동안 너무 현실적인 생각만 해 왔으며, 나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오전을 보냈다.


오후에는 오랜만에 수영을 했다. 대개 25m 레인을 열바퀴 남짓 도는 편이다. 500~600m 정도를 수영하는 셈이다. 문득 내가 좀 더 많이 수영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운동을 죽기살기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매번 나의 한계는 이 정도야, 라고 생각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운동을 그만 두어야 할 이유도 없다. 


자연스럽게 '오늘은 스무 바퀴를 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강박관념도, 의무감도 아니었다. 매번 '이만하면 됐어' 하고 스스로 안주하여 물러났던 선을 뛰어넘으려는 것이다. 수영을 하면서 나의 한계까지 도전해 본 적은 없었다. 열번 정도 하면 조금은 지치니까 그 즈음에서 그만두곤 했다. 쉬지 않고 가장 많이 수영한 것은 왕복 14번, 700m 였다. 


스무 바퀴(1km)를 수영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 매번 해 오던 정도에 이르면 이내 만족해 버리곤 했었으니까. 스스로에게 너무 낮은 기준을 요구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약간은 고무된 마음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기분은 상쾌했다.

 

하지만 서너 바퀴 돌고 나니, 어깨가 뻐근해져온다. 숨이 가쁜 것보다는 팔이 아팠다. 하지만 스무 바퀴라는 목표를 낮추지 않았다. 14바퀴는 나의 체력적 한계가 아니라, '이만하면 됐다'는 내 안의 잠재의식이 그어놓은 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보자는 다짐으로 계속 물살을 갈랐다. 


7~8바퀴 즈음 돌고나자 오히려 몸이 가벼워졌다. 열바퀴가 되어도 전혀 지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열네 바퀴가 되니 조금 힘겨워졌다. 아마 여기가 내 경험이 가 본 최고치라는, 심리적 저항일 것이다. 이런 잠재의식이 내 인생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섬뜩했다. 나는 계속 헤엄쳐 나아갔다.


그리 힘겨운 싸움은 아니었다.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무리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저 편안하게 수영하며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수영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재의식이 그어 놓은 내 인생의 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 지금까지 그 선 안에서만 살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연거푸 레인을 돌았다.  


나는 자유형 스무 바퀴를 돌고서 평형으로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애매한 카운팅은 보수적으로 헤아렸다. 이를테면, 횟수를 헤아리다가 이번이 9번째인지, 10번째인지 헷갈리면 9번으로 카운팅하는 식이었다. 이런 보수적인 셈하기가 두 번이었다. 그러니 자유형으로 레인을 오간 정확한 횟수는 많게는 22회였다. 마지막 평형 한 바퀴는 갈무리였다.


몸에서 열이 조금 났지만, 서너 바퀴를 더 돌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 어떨까? 내가 더 잘 해낼 수 있는 일에서도 쉽게 물러나 편안함과 안일함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나의 잠재의식은 항상 쉽게 포기해 버리는 편이니까. 그저 경험치일 뿐인데, 나의 한계라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매일마다 수영을 연습한 것도 아니다. 수영장을 나오면서, 내가 가장 최근에 수영장을 방문한 날짜를 확인해 보았다. 한 달 정도만에 온 줄 알았는데, 나의 예상보다 훨씬 오랜만이었다. 6월 5일이 최근 방문일이니 두 달하고도 보름만에 수영을 한 것이다. 여름이라 운동에 게을렀던 게다. 오늘의 20바퀴는 갑작스레 도전한 것이었다.

 

나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나의 기준을 높이기로 결심했다. 그 기준 이하로는 만족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뭔가 더 바쁘게, 더 열심히,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겠다는 말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수준으로 해내고 싶다는 열망이다. 일에서뿐만 아니라, 휴식과 여가에서도 그리고 행복에서도. 


앤서니 라빈스도 잠재의식과 자신의 기대수준을 높이는 것에 대한 중요한 코멘트를 했을 것 같아서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찾아보았다. 저자는 나보다 훨씬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강렬한 표현으로 말했다. 당분간 그의 말을 내 삶에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당신도 한 번 고민해 보시기 바란다. 지금은 인생의 기준을 높아야 할 때가 아닌지 말이다. 


"당신이 진정으로 변화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기준을 올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 인생이 진정으로 변화하게 된 까닭이 무엇인지 물어올 때,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바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 앤서니 라빈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