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하루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다!

카잔 2012. 8. 24. 08:34


1.

아침 6시 20분, 집을 나섰다. 강연 시간은 10시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출발했다. 목적지는 용인(이라 하지만 이천과 안성과 맞닿은 곳)에 있는 퓨처리더십센터. 서울외곽순환도로 -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렸다. 80분 후, 친구가 맞이하는 연수원에 무사히 도착했다. 


오늘 강연은 교육영업을 하는 친구가 연결해 준 것이다. 오해는 마시라. 강연은 형편없이 하면서도 친구 덕'만' 바라보며 사는 건 아니다. 내 인생이 그 정도로 시시하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다만 종종 영업을 잘 하는 친구 덕'도' 보면서 살 뿐이다. 차를 주차하는 사이에 그 친구가 나를 반기러 왔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고 아침 산책을 했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그간 15kg 가까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그의 다이어트 성공 비결이 뭐냐고 묻지는 않으시기를. 열심히 들었지만 머릿속에 남아 있는 비법은 하나도 없다. 친구의 말 한 마디는 기억난다. 쉽지 않았을 텐데 제대로 성공했네, 라는 내 말에 그가 농담조로 대답한 말이다.  


"믿음 빼고는 모든 게 다 거듭났지." (그는 크리스챤이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세끼를 견과류만 먹으며 한 달을 보냈단다. 운동도 매일 빠짐없이 했단다. 사람들이 너무 뺐다는 소리를 하여, 지금은 조금 살이 찐 상태란다. 내 눈에는 얼굴이 반쪽이 된 것 같은데 말이다. 건강관리에 무심하던 친구의 변화, 아니 변신이 반가웠다. 그리고 약간의 자극도 주었다. 나도 뭔가 변하고 싶다는. 


2.

새벽부터 움직인데다 아침 식사를 해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왔다. 강연 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차에서 10분 동안 잤다. 덕분에 상쾌한 기분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주제는 독서경영이었고, 2시간 짜리 특강이었다. 전반엔 100명의 청중을 휘어잡는 듯 했지만 후반부는 그다지 잘 해내지 못했다. 친구도 강연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는 것 보니, 그저 그랬나 보다. 


점심 식사를 하고 출발하기 전, 와우 연구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친구 회사에서 근무한다.) 식사를 빨리 끝냈으니 점심 시간이 30분 남아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졌지만, 오후 일정도 많아 일어나야 했다. 잠시 낮잠을 자고 싶었으나 예상보다 출발 시간이 늦어져 바로 시동을 걸었다.  


서을로 돌아가는 길은 국도를 택했다. 고속도로를 달리기엔 졸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소요 시간은 고속도로 주행 시와 많은 차이가 나지 않기도 했다. (허나, 2시간이나 걸렸다.) 운전하는 내내 졸음과의 사투를 벌였다. 결국, 도저히 참지 못해 서울에 들어와 장지동 어느 골목길에서 10분을 잤다. 10분 더 달리면 도착인데...


3.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을 열었다. 저녁에는 변화경영연구소 카페오픈 설명회가 있었다. 나는 사회를 맡았다. 내가 사회를 것으로 결정난 것이 어제였으니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이왕 하는 김에 잘 하고 싶은 욕심이야 많았지만, 시간이 촉박했다. 오늘 일정도 많았기에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사회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로 하는 모든 일에 선뜻 승낙하는 내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커뮤니티이고, 공헌하고 싶은 커뮤니티였고, 사회를 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사회를 잘 봐서 내가 빛나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모든 순서가 빛나도록 사회자로서 각 프로그램 잘 비춰주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빛나야 한다는 생각만을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참가자들이 준비된 순서를 잘 만나도록 돕는 중매장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3시부터 4시 10분까지 넘겨 받은 PPT 자료를 발표 버전으로 손보았다. 5시까지 서교동으로 가야 했으니 출발하기 직전까지 작업을 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다.

 

행사 장소에 도착해서도 발표자료 작성과 사회 준비로 바빴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디테일한 자료 보완보다는 행사 전체의 분위기와 중요 포인트를 체크하는 것에 치중했다. 행사는 잘 끝났다. 탁월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오늘 강연보다 잘 해낸 것은 분명해 보였다. 몇 분이 진행이 좋았다고 칭찬도 해 주었다. 실수한 대목이 있지만 그르칠 정도는 아니었다.

 

설명회 후 카페에서 뒤풀이를 하며 참석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맥주도 한 잔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늘 함께하는 동행과 진솔하고 친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 도착하니 12:40분이 넘어서는 시각이었다. 피곤이 몰려왔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많은 일들을 했던 하루였으니까 그럴 만했다. 나는 쓰러지듯 잠들었다.


4.

어제 하루 동안의 일이다. 긴긴 하루였다. 새벽에 경기도 남쪽 지방에 가서 강연을 하고, 친구와 산책을 했고 와우 연구원과 짧은 대화도 나눴다. 아침, 점심으로 10분씩의 짧지만 달콤한 낮잠을 잤고 사회 준비를 했고, 2시간 짜리 사업설명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늦은 밤까지 맥주파티에서 오랜만에 만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긴 하루였다. 


어제 하루가 완벽한 하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너무 바쁜 하루였으니까. 진행해야 하는 행사가 2개 씩이나 있는 하루도 반갑지 않다. (사실 어제는 뒤늦게 들어온 일정에 오케이 하면서 생긴 드물게 바쁜 일정의 하루였다.) 게다가 하루를 보내고 나서 씻지도 못하고 잠들 정도로 피곤하게 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어제는, 하루 24시간이 꽤나 길다고 생각하기에는 충분한 하루였다. 그래! 하루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고, 그런 하루는 꽤나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될 수 있다. 집중만 한다면 직장에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일을 끝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5. 

문제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2주 전, 와우 연구원과 미팅을 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녀는 독서지도사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으면서도 시간 활용이 힘들다고 했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한 두 시간이 생기지만, 그 시간이 참 애매하다는 것이다. 딱히 할 만한 일도 없고, 어딘가 들어갈 만한 카페도 없다고 했다. 


시간 활용을 하고 싶다면 주어진 시간이 애매하다는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애매한 시간은 없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애매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에게! 겨우 30분(혹은 1시간)으로 무얼 해' 라는 생각으로 그 시간을 잘 활용하기란 힘들다. '30분이나 주어졌네' 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30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할지, 1시간이 주어지면 무얼 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좋다. 갑자기 시간이 주어졌을 때, 허둥대지 않고 바로 자신이 생각해 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나는 한창 짜투리 시간을 활용에 힘썼을 때에는 5분 업무와 15분 업무를 미리 정해 두고 그런 자투리 시간이 오면 바로 활용하곤 했다.

 

하루 24시간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작 하루일 뿐인데, 라고 생각하며 24시간을 무시하지 말자. 잘 보낸 하루경영이 쌓일 때 훌륭한 인생이 된다. 내일 하지 뭐, 라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미루지도 말자. 내일은 오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매일 오늘을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산다.

 

우리가 효과적으로 산다면, 하루는 우리의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24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다. 안철수처럼 영향력 있는 이와 우리의 차이는 24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차이라는 말이다. 바로 그 차이가 그와 나의 삶이 다른 결정적 원인이다. 하루를 보내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 차이는 삶이 더해질수록 점점 커질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