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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되기 위한 조건

카잔 2008. 2. 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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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개봉일 : 2008. 1. 10
감독 : 임순례
출연 :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조은지, 민지

관람 : 2008년 1월 27일, 피카디리극장

평점 : ★★★

간단평 : 감동적인 소재로 영화의 씨를 뿌렸으나 활짝 꽃피지는 못했다. 스토리가 전개가 엉성하고 감독의 설정이 조금은 비약적인 듯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소재와 제목이 주는 감동이 있었다. 에너지를 얻은 영화다.


이 글은 영화리뷰라기보다는 리더십/ 자기경영 컨설턴트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후에 느낀 생각을 적은 글이다. 영화에 대한 얘기는 끝에 살짝 다뤘다.

'내생순'이 아니라 '우생순'이어서 좋았다.

리더십에 관심이 있고 함께 더불어 행복으로 가는 것을 꿈꾸는 내게는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팀워크가 만들어지고, '한국 핸드볼 국가대표팀'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의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 아니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기에 내게는 좀 더 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이겠는가. 다함께 피어야 봄이 오겠지.
물론 내 생애 최고의 순간에 대한 생각도 하였다.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하려 한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되기 위한 조건

주인공들의 치열함을 나는 가지고 있는가? 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어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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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던가? 그래서,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이 있었던가?

먼저,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어떠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했다. 성과가 좋더라도 나의 혼신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면 별로 기쁘지 않았다. 지난 해 첫 책을 출간한 어느 선배의 말은 잔잔했지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담담해. 아마도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책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아.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내가 생각하는 '생애 최고의 순간'에는 '치열한 노력'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한 가지 조건이 정해졌다.

잇따라 든 생각은 치열한 노력의 대상이었다. 이왕이면 좋아하는 일이면 더욱 기쁠 것이다. 물론 싫어하는 일에도 치열한 노력을 하여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지는 기쁨이 극대화되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연출되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여기서 이 영화가 한 가지의 힌트를 준다. 저들은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결과가 최고면 더욱 기쁘겠지만,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다고 해서 '최고의 순간'이 될 자격을 상실하는 것 아니었다.

그렇다면 생각이 일단락되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치열한 노력을 다하여 결과까지 보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없이 아무 일에나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내 영혼을 전율케 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시작한 일을 설렁설렁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함과 혼신의 힘을 다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간에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근성을 발휘하여 결과를 보는 것이다.


그 결과가 실패라고 하더라도 과정이 아닌 끝을 보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실패든 성공이든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과정에서의 포기가 실망스러운 것이지 결과를 본 실패는  절대로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위대한 시도로 자신의 개인사에 기록될 사건이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던가? 다시 말해, 내가 좋아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결과까지 몬 것이 언제였던가?

부끄럽지만,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아직 그런 장면은 없었다. 몇 가지 후보는 있지만 대부분이 혼신의 노력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후보에 불과하다. 그 후보들은
- 첫 책을 출간하기로 2006년에 계약을 하고, 원고를 마감했던 2007년 10월 17일
- 한국리더십센터 입사를 위해 이력서와 자소서를 완성하여 면접을 본 후 합격했던 2002년 9월
- 20대 초반에 강사의 비전을 품고 열심히 강의를 할 만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숱한 날들
- 육군훈련소 퇴소식에서 육군훈련소장상을 수상했던 장면

이런 장면들이 10개 이상 떠올랐지만, 나를 전율시키는 정도는 아니었다. 결론!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를 위해 나는 보다 더욱 소중한 것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고, 그 집중에 대한 최고의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상무와 LIG의 남자 배구 경기를 보았다. 경기 전 몸을 푸는 장면을 보았는데, 감동적이었다. 스파이크를 때리기 위해 그들은 하늘로 솟아올랐고 세터는 그보다 더욱 높이 배구공을 띄워올렸다. 배구공이 내려오고 선수는 점프를 하고...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선수를 가장 높은 지점에서 배구공을 힘차게 후려쳤다. 상대의 수비가 없는 빈 곳에 공이 꽂히면 득점을 할 것이다. 세터는 이번 기회의 공격을 누가 시도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공을 보낼 것이다. 세터의 공이 향하는 지점에서 공격 선수는 힘차게 도약을 하고, 상대 코트의 빈 곳을 향하여 힘차게 스파이크를 때린다.

나는 세터가 된다. 올해에는 어떤 시도를 해 볼 것인가? 내가 도전해야 할 중요한 목표는 뭘까?
나는 공격수가 된다. 힘차게 도약하여 최고의 높이에서 공을 후려치는 그 아름다운 장면을 내 삶에 재현하기 위해 나는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
나는 득점을 하고 싶다. 헛손질을 하지 않도록 훈련할 것이며, 어디로 꽂아야 할지 내다볼 것이다.
그리고는 강하게 내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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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우생순 명장면


영화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꽤 감동적으로 본 영화다. 선수들의 코트 밖 생활을 보며 삶의 진짜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고 힘겨움을 딛고 일어서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런 개인적 감상에 관한 얘기는 지금까지 했으니 이제 이 영화에 대한 아쉬운 점을 몇 가지만 지적해 본다.

1. 새로 부임한 대표팀의 감독(엄태웅님)의 설정이 엉성하게 느껴졌다.
스포츠 선수가 아니고, 그 쪽 세계를 잘 몰라서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리더십을 살짝 공부한 나로서는 그가 부임 초반에 보인 행동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최고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더라도 기존의 질서를 저렇게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감독들은 모두들 뛰어난 리더십 철학을 가지고 있을 터이고 실제로도 뛰어나는 리더들이 많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아줌마 선수들의 무조건적인 반대자로 설정되어 있는 감독 역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영화의 갈등 구조를 위한 설정이라고 해도 억지스러워서 설득력이 없다.

2. 아줌나와 대표팀 감독, 그리고 아줌마와 젊은 선수들의 화해 과정이 비약적이었다.
분명 첨예한 대립를 보였던 관계였는데, 어느 새 저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한 완벽한 팀이 되어 있었다. <델마와 루이스>라는 영화가 보여준 감동은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는데, [우생순]에는 그러한 개연성이 없었다. <델마와 루이스>를 아시는지? 두 아줌마가 둘만의 여행을 떠났다가 겪게 되는 사고들을 다룬 영화인데, 마지막 장면은 나에게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안겨다 주었다. 영화의 처음과 끝이 엄청난 간격을 보여주는데, 끝으로 가는 과정이 그 엄청난 틈을 비교적 잘 메워준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도 비약적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우생순> 조금 더 비약적으로 보인다. 감독의 설정이 엉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3. 곳곳에 배치된 유머와 재치를 통한 웃음이 즐거웠지만 스토리 전개가 아쉬웠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테네 올림픽 핸드볼을 향한 도전의 스토리지만, 이것 이외에도 이야기는 많다.
문소리가 남편의 사업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분투의 장면들
대표팀 감독과 김정은의 러브스토리도 아닌 뭔가 어쩡쩡한 장면들
아줌마 선수들과 대표팀 감독의 갈등 상황의 장면들
이런 장면들이 다소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난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이 조금만 더 유기적으로 메인 스토리와 조화되었다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다.

글의 처음에 밝혔던 간단평을 옮김으로 글을 맺는다.
감동적인 소재로 영화의 씨를 뿌렸으나 활짝 꽃피지는 못했다. 스토리가 전개가 엉성하고 감독의 설정이 조금은 비약적인 듯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소재와 제목이 주는 감동이 있었다. 이제 그 감동을 내 삶으로 실현할 일이 남았다. 내 삶을 향한 에너지를 얻은 영화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