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명절의 풍경

카잔 2008. 2. 10. 23:34
#1. 가족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잊혀지기 마련이라는 말은
가족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것인가.
어머니를 눈으로 못 뵌지 16년이 지나도 여전하니 말이다.

구정에 대구에 갔다. 삼촌과 숙모, 할머니와 정우.
한동안 떨어져 있다 만나다보니 참 반갑다.
가족과 함께 있으니 이렇게 포근하고 편안하다.

가족 안에서는 외로움이 없어서 좋다.
물론 늘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에게 외로움이 있겠냐마는
가족만이 채워주는 마음의 공간은 있는 것 같다.

저녁에 잠깐 친구를 만난 걸 제외하면 내내 집에서 뒹굴었다.
삼촌 숙모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TV를 보며 웃고 즐겼다.
할머니와 삼촌, 숙모에게 새배를 드릴 때에도 어찌나 마음이 평온하던지.

용돈을 더 많이 드리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은 돈을 버는데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인것 같다.

열심히 벌어서 올 여름 가족 바캉스 비용은 내가 다 내야지~ ^^

#2. 귀향, 상경 그리고 사랑

귀향의 길, 상경의 길.
2001년부터 대구와 서울, 안산, 성남을 수없이 오갔다.
나에게는 이동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다.
기동성은 나의 장점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대구로 가는 길 만큼이나 서울로 돌아오는 길도 편안해졌다.
귀향의 길과 상경의 길을 홀로 오갔다. 누군가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나는 누구를 만나서 언제쯤 결혼할까? 어떻게 살아갈까?
참 행복한 요즘인데, 그 행복을 나눌 가족이 한 사람 더 늘었으면 좋겠다.

#3. 친구

상욱을 만났다.
기다리는 한 시간 동안 설레였다.
준비한 책 선물이 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앞장에 뭐라고 고마움의 말을 적었다.

11시가 다 되어 만나서 함께 호떡을 사 먹고 회포를 풀러 갔다.
원래 함께 발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풀고 얘길 나눌 계획이었는데 문을 닫았다.
그래서 고깃집에서 얘길 나웠다. 그리곤 맥주 한 잔을 하러 갔다.
맥주 한 병이 그대로 남을 만큼 우리는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사업(^^)과 올해의 꿈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서로의 잘됨을 축복해주며 즐거워했다.
함께 자며 얘기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 날 기차 시간 때문에 헤어져야 했다.
아! 친구야... 네가 서울에서 사업하면 참 좋겠다.

#4. 어머니...

어머니에 대하여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독자는 오직 나 뿐이겠지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싶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30대 이후의 어머니다.
어머니의 유아 시절은 어떠했을까?
10대와 20대는 어떻게 보내셨을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어머니에 대한 그림을 만들어 보고 싶다.
어머니의 어머니에게서, 어머니의 남동생들에게서, 어머니의 친척들에게서,
어머니의 친구들에게서, 어머니의 남편에게서, 어머니의 의붓 딸에게서 얘기를 듣고 싶다.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망자에 대한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겠지만
더욱 미화되어 어머니의 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어머니의 모습을 가슴에 간직하고 싶다.

#5. 나의 과거

구정 다음날,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그토록 무서워했던 아버지인데, 이제는 세월이 흘렀고 나의 마음도 많이 변했다.
미움에서 담담함으로, 두려움에서 연민으로..

내 안에 쓴 뿌리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음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나를 이루는 모든 실체들에 대하여 경건하게 받아들인 까닭이다.
인정하기 싫고, 꺼내기도 싫었던 부분까지 해결했던 까닭이다.

다음 명절에는 찾아 뵈어 인사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미도 만나 그의 지난 날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힘든 과거였지만 이것 역시 나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실체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더욱 성장하고 싶다.
이미 그 성장을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나의 미래는 과거와는 전혀 반대의 모양이 펼쳐지길....

그럼, 아주 아주 찬란한 날들이 올테지.

#6. 원고 작업

마지막 원고 작업을 했다. 많은 분량을 덜어낸 후에 구조를 다듬는 일이었다.
글을 읽으며 점점 흡족한 마음이 든다. ^^
과정을 즐겼으니 결과가 어떠하든지 이미 행복과 승리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도, 기쁨도 높아지는 과정이었다.
연주의 피드백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선생님의 조언 한 마디로 인해 책의 분량을 덜어내길 결정할 수 있었다.

책이 나오면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늘어났다.
이것은 인생의 의미가 충만해지는 일이다.
더불어 작업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출간되면 얼마나 기쁠까? 최선을 다한 것의 보람이 과연 어떠할까?

*

긴 명절이었지만 큰 계획 없이 하루 하루를 보냈다.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흡족한 날들이었다.
가족과 함께 했기에, 좋아하는 일을 했기에, 친구를 만났기에
잔잔한 기쁨이 있는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