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카잔 2013. 4. 8. 18:35

 

집 안이 엉망이다. 일정이 많아 바쁘게 지낸다는 뜻이다. 질서와 정돈은 내 삶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러니 여유시간이 없을 때, 내 공간은 곧잘 어지럽혀진다. 누구나 자기 기질대로 살아가기 마련이고, 인생은 자신의 주인을 닮아가는 법이다.

 

정리정돈이 내 기질의 자연스러운 발현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해가며 정돈된 모습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일을 하는 사이사이에 나는 물건들을 제자리로 치우거나 정돈하면서 쉰다. 한두시간 일하고 10분을 쉬면서 간이청소와 정리정돈을 함으로 근육을 움직인다. 이것은 짧은 운동이면서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작은 노력이다.

 

주말이면 일주일짜리 만큼 어지럽혀진 곳을 위한 주말청소를 한다. 주말청소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주중에는 하지 않은 신문지로 거울을 닦고 세재로 욕실을 청소하는 일이 더해진 것 뿐이다. 오늘이 월요일이니 어제가 주말 청소를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어제 지인의 병문안을 다녀오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주말 청소를 하지 못했다. 집을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시계를 보니 열시간이 지나 있었다. 하루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그 시간만큼 해야 하는 일상의 집안 일들이 쌓였다.

 

주말을 보내면서도 주말청소를 하지 않았더니 일주일치 쌓인 먼지와 정리정돈 일감이 집안 곳곳에서 눈에 띈다. 병원 침상에 누워있던 그가 떠오른다. 그는 벌써 한달 넘게 병원에서 누워 있었다. 그가 누워 있는 동안, 그의 삶은 주인의 손길이 어서 빨리 자신을 매만져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한 달 동안 누워 있게 된다면? 나는 얼른 일어나서 집안을 정돈하는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싶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한달 동안 손에서 놓았던 내가 사랑하는 일들과 인생의 소중한 계획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듬뿍 뿌려주고 싶을 것이다. 정돈의 손길을 기다리는 집안 곳곳을 바라볼 때마다 힘찬 손길을 기다리는 멈춰진 그의 삶이 자꾸 떠오른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그는 심히 고통스러워 보였다. 가족과 같은 분이라 내 마음도 아팠다. 병원으로 가는 지하철에서도 눈물이 나더니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도 눈물을 흘렸다. 아프지 않고 사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어서 회복하시어 다시 힘차게 삶을 꾸려가시기를 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으셔서 면회도 안 된다 하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이다. 신께서 그에게 자비와 큰 축복을 베푸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