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훌쩍 한국여행

[평창] 멋진 여행을 만들려면!

카잔 2013. 5. 18. 21:47

 

이번 여행지로 평창을 선택한 것은 어느 지인의 말 때문입니다. 최근에 평창 여행을 다녀온 그는 "강원도엔 갈 데가 없더라"고 했습니다.아니란 답변을 못했습니다.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고, 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만한 사이도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그의 여행 냉소주의를 넘어설 평창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소심한 항변인 셈입니다. "강원도에 얼마나 멋진 곳이 많은데"라는 항변. 항변의 첫번째 근거지는 평창입니다. 

 

살고 싶은 곳,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를 단박에 이어주는 고속도로 여행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근대화의 상징인 고속도로는 시간을 절약해 주는 대신, 과정의 즐거움을 앗아갑니다. 나는 여유로운 국도여행을 즐기는 편입니다. 가는 길에 멋진 곳이 있으면 잠시 쉬어 정취를 느끼고 풍광을 구경하며 하는 여행! 이것이 내가 여행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항상 나만의 방식을 구현하며 여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동행이 있으면 고속도로를 탈 수 밖에 없지요. 아쉬운 일입니다. 이번에는 나만의 방식으로 떠났습니다. 경강로를 달릴 때면 거의 매번 양평으로 가는 옛길(다산유적지 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곳에는 내가 꼽은 명소가 있습니다.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의 풍광입니다. 

 

어라연에서 걸어가다가 보이기 시작하는 문희마을


이번 평창 여행의 핵심은 평창 최남단에 있는 문희마을과 칠족령 트레킹입니다. 경유지는 양평, 횡성 공근면, 영월 요선정, 평창 문희마을입니다. 양평에서 경강로(6번 국도)를 타고 횡성까지, 횡성에서 국도와 중앙고속도로를 번갈아 타면서 가는 여정입니다. 위 사진은 동강을 오른쪽으로 끼며 문희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찍은 동강 사진입니다. 사진 가운데의 가구 몇 채 있는 곳이 문희마을입니다. 

 

문희마을 앞에서 바라본 동강

 

문희마을 앞을 지나가는 동강의 모습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을 품은 강입니다. 보석을 주으려고 손을 담가보기도 했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언젠가 문희마을에서 3~4일을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머지 않을 것입니다.

 

문희마을의 시간은 도심의 시계와는 다르게 흐르는 듯 했습니다. 내 가슴에는 저절로 여유가 생겨났습니다. 문희마을에 며칠이라도 머물어야겠다는 생각한 이유입니다. 나도 너무 촉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도회인 중의 한 사람이니까요. 문희마을의 느긋한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혼자 폼 한번 잡아 보았습니다.

 

 

어라연에서 동강을 따라 문희마을로 걸어들어가는 길만으로도 잔잔한 감동이 있지만, 문희마을을 오게 되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지요. 문희마을 주차장을 끼고 오르는 칠족령이 그곳입니다. 백운산 정상으로 갈 수도 있지만, 40분 정도를 가볍게 트레킹하는 칠족령 코스만으로도 동강의 비경을 만끽할 수 있지요. 저는 칠족령을 올랐습니다. 굽이쳐 흐르는 동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 칠족령으로.

 

칠족령 전망대에서 보는 동강의 장관

 

칠족령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절경입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무렵 도착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은 거대한 뱀이 꿈틀거리는 형상이었습니다. 곡선의 미학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강이더군요. 광각렌즈를 사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보고 허리를 뒤로 젖혀봐도 제가 원하는 구도가 안 나오더군요. 하늘이 나오면 동강의 굽이침이 잘리고, 동강을 모두 담으면 하늘이 잘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전망대를 넣어야 원근감이 더 생길 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찍은 사진이 위의 것입니다.

 

멋진 여행을 즐기기 위한 비결이 뭘까? 칠족령을 오르며 생각한 질문입니다. 2002년 중국 배낭여행을 하며 정리한 세 가지의 답변이 있긴 합니다. 지식!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끼니 여행지의 문화와 역사를 아는 것은 여행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좋은 여행지를 아는 간단한 정보에서부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 게다가 해외여행을 경우 언어실력까지 겸비한다면 말할 수 없이 좋겠지요.

 

체력! 모든 이들의 하루 24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지만 열정과 에너지에 따라 그것의 활용도는 천차만별입니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지를 더 둘러보고 싶지만 체력이 저하되면 결국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합니다. 저는 해외 배낭여행을 하며 특히 그런 경험이 많았습니다.

 

홀로 배낭여행을 하더라도 현지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하루 이틀 이용할 때가 있는데, 그때 일정이 서둘러 끝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여행자들의 체력 소진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한번은 6군데를 보기로 했지만 5군데를 보고나니 모두들 일정을 마치고 싶어해서 가이드가 여론을 수렴하여 일정을 마친 적도 있습니다. 그때 절감했습니다. 제가 체력이 좋다는 사실과 다른 이들보다 좀 더 많이 활동하며 여행을 한다는 사실을.

 

날씨와 벗. 하늘이 도와 날씨가 좋다면 여행이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날씨가 크게 좌우하지요. 저처럼 아마추어인 경우라면 날씨가 좌우하는 영향이 크지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화창한 날씨가 최고인데, 그렇기에 봄과 가을 여행이 좋습니다. 제가 봄 가을이면 일을 줄이고 자주 떠나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유럽 여행을 하더라도 사실 6~8월보다는 5월과 9월이 날씨도 더 좋고, 여행비도 저렴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적은 편이라 한결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좋은 여행을 마음 맞는 벗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여행을 즐기기 위한 요소로 지식, 체력, 날씨와 벗을 들었지만, 사실 이것에 앞서 필요한 태도가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여행에 대한 냉소주의를 벗고 낭만적인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집나가면 고생이고 여행지야 다 똑같지 뭐, 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여행을 한 번 하더라도 준비에 소홀하게 됩니다. 환상적인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도 시간 아까운 일입니다. 결국 다 똑같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저그런 여행지를 찾아가서 대충 불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게 됩니다. 고생만 했지 다 똑같구만, 하고.

 

반면 여행에 대한 낭만적 태도를 가진 여행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집을 나가면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을 만날 수 있고, 세상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다.' 주어진 여행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지 신중히 결정합니다. 여행지 정보를 검색하고 가늠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식욕은 강력한 욕망이기에 여행지의 맛집을 알아두는 일도 놓치지 않습니다. 동선을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시간을 보낼 대략의 계획도 세웁니다. 결국 그들은 환상적인 여행을 체험하면서 '여행은 삶의 활력소이고, 세상에는 멋진 곳이 많다'는 자기 생각을 강화합니다.


요선정

 

요선정의 행정구역상 소재지는 영월이지만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문희마을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다른 여느 암자도 많지만 요선정을 선택한 것은 풍광이 빼어나다는 포스팅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요선정도 아름답지만 요선정 뒤쪽으로 난 바위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절경입니다. 바위를 뚫고 자라난 소나무가 멋진 풍광에 화룡점정이네요. (아래 사진) 

 

요선정 앞 바위산


요선정을 들른 까닭 중 하나는, 요선정에서 문희마을로 가는 길이 평창강을 끼고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왕 국도를 달린다면 풍광이 좋은 게 낫고, 강을 끼고 달린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팔당대교에서 퇴촌 방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를 타며 왼편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드라이빙이나 양수리에서 서종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를 달리며 북한강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풍광은 서종면을 지나 설악면까지 계속 이어지지요.

 

게다가 오후 4시를 넘어간 시각의 드라이빙이라면 비스듬히 내리비치는 햇빛이 강물 위에서 찬란한 춤을 춥니다. 나는 그 풍광을 좋아합니다. 요선정에서 문희마을로 가면서 바로 그 광경을 바라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아! 이것이 행복이지, 하면서 여유로이 강변 도로를 달렸지요. 잠시 내려 그 장면을 찍긴 했지만, 서산을 넘어가는 햇살만 느낌으로 담아냈을 뿐, 강물 위에 반짝이는 햇빛의 춤사위는 전혀 포착되지 않았네요. (아래 사진)

평창강

 

나는 여행이 좋습니다. 그간 여행의 노하우가 좀 쌓였는지 여행을 할 줄 안다는 느낌도 듭니다. 최근 와우들과 함께 떠나는 리노투어를 멋지게 보내지 못한 것 때문에 느낀 자격지심을 이번 여행에서 조금 떨쳐냈습니다. 언젠가 이런 여행을 블로그 방문자들과 함께 떠나봐야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이 생각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살아 있으면 일년에 두어 번은 실행해 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