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낭만적 여유와 생산적 열정

카잔 2013. 8. 7. 10:34

 

오늘은 조금 늦게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전투 모드일 때엔 이렇게 끼니시간을 놓치곤 하네요. 왠 전투모드냐고요? 제가 곧 호주 여행을 떠나거든요. 여행 전에 바쁘다는 것은 잘 아시지요? 부재 중일 대비하여 이런저런 일을 마쳐 두어야 하니까요. 어머니들이 2박 3일이라도 집을 비울라치면 반찬도 만들어주어야 하고 정리정돈도 해두셔야 하듯, 나도 매주 기고해야 하는 글들을 미리 써 두어야 하는 등 여행의 사전 작업들이 많답니다.

 

아침을 눈을 떴더니, 여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분주해지더군요. 이럴 때에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니까요. 실체만큼만 두려워하게 되니 불필요한 혼란을 잠재우기도 하고요. 무슨 일부터 손에 잡아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기에도 좋고요. 자기경영 노트를 꺼내어 <호주여행 대비 열심모드>라고 쓰고서 3일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일이 많습니다. 놀 것 다 놀다 보니 이리 되었습니다. 이런데도 오늘 저녁엔 연구원들과 야구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네요. 하하. 열심을 내느라 낭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제 삶의 철학을 따르는 삶의 모습이긴 하나, 분주함을 갖고 경기장에 갈 순 없지요. 그러니 여유를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유를 되찾는 비결 하나는 템포를 늦추는 것입니다. 서두르면 분주해지고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까요. 하나를 그르치면 마음은 더욱 분주해지겠지요.

 

템포를 늦추기 위해 식사부터 잘 챙겼습니다. 느긋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분주하지는 않게 먹을꺼리를 준비했습니다. 장을 보아야 할 날을 이틀이나 놓치어 먹거리가 부족했지만 그래도 구석구석에서 꺼내니 한 끼 식사로는 푸짐해졌습니다. 계란후라이만 먹으려다 오늘 안 먹으면 그냥 떠날지도 몰라 버섯구이를 했습니다. 시들어져가는 샐러드를 얹은 것은 온전히 색깔을 예쁘게 하기 위함입니다. 샐러드에는 오미자 원액을 소스삼아 뿌렸습니다.

 

 

케첩으로 하트를 그렸는데 실패네요. 즐겨먹는 블루베리/바나나 주스도 만들었습니다. 이건 보기와는 달리 영양 만점입니다. 그럴 것이 다양한 건강 식재료가 들어가거든요. 生블루베리와 바나나 2개, 우유, 미숫가루 혹은 선식, 꿀 이렇게 다섯가지가 항상 들어가는 메인 재료입니다. 간혹 다른 것을 넣기도 하는데, 오늘은 하수오 가루랑 아마씨드를 넣었습니다. 무려 7가지를 넣었으니 몸에는 딱이겠지요? 꽤나 맛있기도 하답니다.

 

따놓은 와인이 있어서 잔에 조금 채웠습니다. 열심 모드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소량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와인 한 모금씩을 곁들인 아침 식사를 즐겼습니다. 글 쓰며 먹었으니 식사 만을 음미한 것은 아니지만, 허겁지겁 들이킨 것과는 다른 류의 식사 시간이었네요. 이제 와인 한 모금과 오미자 샐러드 한 입,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이 남았습니다. 나는 이제 전투 모드로 들어갑니다. 아, '낭만적 여유'와 '생산적 열정'이 조화를 이루는 행복한 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