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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와 코알라를 만나다

카잔 2013. 8. 14. 07:35

 

여행 4일차. 우리는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3일을 여행했다. 3개의 테마로 3개의 하루여행을 누렸다. 첫째날엔 바다, 둘째날엔 와이너리, 셋째날엔 동물이 여행의 테마였다. 첫날엔 글레넬그 해변과 윌룽가에서 바라본 석양과 브로큰 제티(Broken Jetty)로 환상적인 하루를 보냈다. 와이너리 투어로 와인에 취하고 풍경에 취했던 둘째날을 보냈다.

 

그리고 셋째날이 밝아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진을 정리했다. 아래는 식사하기 직전에 쓴 기록이고 여행의 흔적이다.  

 

8월 13일(화). 08:45 (한국시간)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은 애들레이드시 교외의 바닷가 마을이다. 창밖으로 저만치 바다가 내다보이는 작은 방이 내가 묵고 있는 숙소다. 오늘 일정은 10시에 시작된다. 9시에 식사시간을 하기로 했다. 이제 곧 식사를 하러 가야 한다. 오전에 한 시간 이상의 자유 시간이 있었지만,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그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난 이틀 동안의 여행을 정리할 시간도, 글을 쓸 시간도 사라졌다. 사진 정리보다 글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이리 되었다.

 

사진 정리를 감행한 것은 오늘 식사를 하며 팀원들에게 3일 동안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아야 앞으로 남은 여행에서 어떤 포즈, 어떤 표정으로 찍어야 할지, 또 어떤 장소에서는 사진이 더 잘 나오는지 조금이라도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정리한 사진을 보여 주면 아침시간을 투자한 시간의 의미가 살아날 것이다. (사진 정리를 모두 끝내고서 잘 찍은 것들만 정리하여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까닭이다.)

 

애들레이드 여행은 환영님 덕분에 정말 알찬 시간을 맛보고 있다. 홍콩 여행도 만족스러웠고, 애들레이드 여행도 아주 즐겁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자연의 힘으로 감동할 것이고, 멜버른에서의 하루 반나절의 짧은 여행도 2013년 호주 그랜드 투어는 아주 황홀한 추억이 될 것이다. 모두가 고맙다. 와우를 환영해 주고 모든 일정을 제쳐 놓고서 일주일을 함께 보내준 환영님도, 그랜드 투어에 참여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준 와우들도, 우리와 금방 친해져서 함께 어울려 준 환영님의 아내도.

 

 

오전에는 동물원에 갔다. (아마도) 난생 처음으로 코알라와 캥거루를 보았다. 호주 여행을 위한 스터디를 할 때 처음 들었던 에뮤(emu)와 딩고(dingo)라는 개도 만났다. 이 모든 동물들을 바로 코 앞에서 만났고, 등을 쓰다듬기도 했다. 코알라는 하루 20시간을 잔단다. 그래서 우리가 녀석을 만난 시간도 고작 20분이었다.

 

 

캥거루를 처음 본 것도 무척이나 신기했다. 직접 먹이를 주니 모두들 모여들었다. 머리와 등을 만지니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새끼를 보기도 했다. 환영님도 처음 보는 장면이란다.

 

 

 

 

오후에는 고래를 보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었는데 하늘은 우리를 도왔다. 우리는 20여분 동안 고래를 바라보기도 했다. 행운이었고, 기쁨이었다. 고래를 보고나서 노트에 적은 글을 옮겨 본다.

 

 

8월 13일(화). 15:00 (한국시간)

 

Granite Island에서 식사를 하고 고래를 보았다. 고래는 우리와 500m 정도 떨어진 바다에서 발견되었고, 서서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30~400m 앞까지 왔던 것 같다. 고래는 가끔 물줄기를 뿜어댔다. 숨쉬기를 위한 것이지만 마치 하늘로 포효하는 것 같았다. 바다위로 꼬리치는 장면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고래가 다시 바다 깊이 잠수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30~40분 동안 내내 고래를 쳐다보았다. 다시 고래가 나타나면 누군가가 소리칠 것이다. "저기 고래다"라고.

 

나도 고래처럼 살기를! 표효하며 열정적으로 꼬리치며 삶을 즐기기를. 깊은 곳에 거하되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지 않기를. 하지만 내 영혼의 안식처는 깊은 곳이기를. 그 깊은 곳에 머물며 인격을, 영혼을 키워가기를. 긴수염고래처럼 오래오래 누리기를. 삶을. 사랑을. 자유를.

 

우리가 고래를 만난 곳은 예정한 곳이 아닌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고래였다. 기쁨이 배가 됐다. 뜻밖의 만남이기도 했고, 시간을 절약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긴수염고래류의 수명은 약 100년이다. 나는 오늘도 여행한다. 미리 준비하여 예정한 경로가 있지만 뜻밖의 사건도 기대하면서. 그리고 소망한다. 이런 여행을 오래토록 즐길 수 있도록 내 삶이 건강하게 오래 지속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