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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암이라고? 아닐거다!

카잔 2013. 10. 21. 00:40

 

 

10월 06일 일요일 오후 5시 13분.

정신과 전문의와의 미팅 직후였다. 차를 몰고 신림동을 지나가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여느 때와 달리,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았다. 친구 두일의 전화. 잠시 일상의 대화를 나누다가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는 친구. 

 

"일단 니만 알고 있어래이. 내가 몸이 많이 안 좋다. 나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데... 암일 수도 있단다."

 

친구의 말은 내 몸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전류가 되어 온 몸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용액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컵 안의 물이 순식간에 빨간색으로 변하는 마술 같았다. 

 

"병원에선 머라 카든데?" 대답이 없다. 

"병원에선 머라 카든데?"  "..."

"씨발놈아 병원에서 머라 카드냐고오."

 

나는 울먹이며 다그쳤다. 핸드폰 너머로 녀석의 우는 듯 속삭이는, 힘없는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췌장암일 가능성이 있다는데, 정확한 건 서울 큰 병원으로 가 봐야 한다고."

 

"믿지 말고. 빙시야. 아직 정확한 진단 결과 안 나왔으니까."

 

전화를 끊고서, 자동차 안에서 괴성을 내지렀다. 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울었다. 꺼이꺼이 울었다. 췌장암이라고? 스티브 잡스와 랜디 포시가 차례대로 떠올랐다. "아! 병신새끼." 계속 욕이 나왔다. 대구에서도 안 쓰던 사투리도 썼다. 절박하면 딴 사람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10월 07일 월요일 오후.

두일이가 친형님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병원 입원 예약을 위해서다.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안 됐다. "어떻게 알아보고 있냐? 아는 사람이라도 있냐?" "아니, 일단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거지. 뭐." "그래 알았다. 나도 한 번 알아보마." 

 

전화를 끊자마자, 지인 중에 의사가 있는지 생각했다. 레지던트와 인맥이 넓은 코치 분, 이렇게 두 분께 물어 정보를 얻어냈다. 공교롭게도 두 분 모두 현대아산병원 김송철 교수를 추천했다. 레지던트는 꽤 유용한 정보를 여럿 주었다. 마침 두일이도 아산병원으로 가려고 계획했고, 나머지 병원을 알아보던 차였는데, 아산으로 선택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홀로 카페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전화를 할 때면 카페에서 나와 통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나면, 울음이 터졌다. 자식! 이를 어떡하노. 결국 나는 친구 범진에게는 알리기도 했다. 녀석에게 말하면서도 내내 울었다. 범진은 차분하게 전화를 받아주었다. "아직 최종 진단 아니니까 기다려 보자." 

 

오후 내내, 췌장암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보기도 하고 관련 서적을 살피기도 했다. 구입하려다가, 아직 최종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닌데, 너무 속단하는 것 같아 교보문고 잠실점에 가서 췌장암 관련 책을 이리저리 뒤적이고 왔다.

 

10월 16일 수요일 오후.

아산병원에서 두일이를 만났다. 오늘 부로 입원했고 약 일주일 간 정밀검사를 받는단다. 형님이 계셔 나도 든든했다. 이미 학교 다닐 때부터 알던 사이였고, 나이 차가 열살이나 있기에.

 

"희석아, 니가 와 줘서. 고맙다. 뭐 별일 없을 테지만,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가 서울에 있으니 좋네."

 

입원은 했지만 바로 어떤 검사를 시작하는 것도 아니어서, 일단 형님은 저녁 무렵에 다시 내려가셨다. 두일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얘기를 얼마나 나누었는지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서라도 기록을 하기로 한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