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어느 서른 살에게 보내는 편지 (1)

카잔 2014. 3. 18. 15:58

 

1.

꼰대 같은 어른들이 있다. 유연한 사고를 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의 어른들 말이다. 나도 머잖아 40대가 될 텐데, 훌륭한 어른이 되지는 못해도 골치 아픈 어른만큼은 피하고 싶다. 서른 일곱의 내가, 마흔의 나에게 건네는 당부의 말이다. 헤이 마흔아, 꼰대가 되지는 마시게.  

 

한편,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도 있다. 나이에 걸맞는 독립심을 갖추지 못하면 어른스러움과도 멀어진다. 그러니 그대 서른아, 한껏 독립적인 사람이 되시게. 무엇이 독립적인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무엇보다 책임감을 꼽고 싶다. 책임의식의 차이가 곧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라 믿는다. (회사에서도 (능력이 아닌) 책임감의 차이가 부하와 상사의 가장 큰 구별점이라고 생각한다.)

 

2.

독립하면, 지금까지는 엄마가 해 주었던 일들을 이젠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절감한다. 청소, 빨래, 설겆이 등 모든 집안 일들을! 여행을 다녀와서 옷을 벗어놓으면 엄마가 해결해 주는 서른은 아직 독립성을 모르는 것이다. 엄마가 세탁의 수고를 대신 하시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의존적인 사람에 머무른다는 것도.

 

독립하여 혼자 살면, 흐트러진 집안은 결국 스스로 정돈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친구들이 와서 어지럽히고 가도 정리정돈의 몫은 자신이다. 치우지 않고서 떠난 친구에게 "야, 너가 와서 우리 집을 좀 치워"라고 한 두 번은 말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스스로 치워야 한다. 자기 집이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에 벌어지는 일들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 이것이 독립적인 사람들의 첫번째 특징이다. 간혹 다른 사람들이 일을 벌여놓고 가버릴 때도 있지만, 독립적인 사람들은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결국엔 자기 몫임을 안다. 독립성은 일의 원인을 따지기보다 해결의 주체가 자신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3.

독립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기 인생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안다. 그러므로 노력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인생의 변화가 자신에게 달렸음을 아는 것, 이것이 독립적인 사람들의 두번째 특징이다. 그들은 스스로 책임지려 할 뿐만 아니라, 요행보다 자신의 노력을 믿는다.

 

4.

모든 일은 환경과 우리의 공모로 벌어진다. 일이 잘 될 때에도 자신의 공로가 있는가 하면 상황과 환경적인 도움도 있었다. 일이 그릇될 때에도 본인의 불찰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불운이 있었다. 잘 될 때에는 행운에 감사하고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스스로의 불찰을 돌아보자.

 

상황을 탓하거나 불평하지 않는 것, 이것이 독립적인 사람들의 세번째 특징이다. 남 탓, 상황 탓을 해 보아야 변하는 것이 없음을 알고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다.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다. '때문에 사람'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람'!

 

돈이 없기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가 없어, 라고 생각지 말자.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길이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힘써 찾아보자. 부모님이 나를 믿어주기 않았기 '때문에' 내 자존감이 낮아졌지, 라고 말하지 말자. 부모님이 나를 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력해서 자존감을 되찾았어, 라고 말하자.

 

 

5.

서른아, 여전히 원대하게 꿈꾸시게. 서른은 현실인식이 싹트는 나이다. 삶의 현실에 눈뜨게 되어 이십 대의 원대한 이상을 놓치게 된다. 현실인식 덕분에 자신의 한계를 좀 더 쉽게 내려놓고 현실적인 불가능을 좀 더 잘 받아들인다. 이건 좋은 일이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꿈이 소박해지는 것은 현실인식의 역기능이다. 이것을 피해야 한다. 서른아, 말도 안 되는 꿈을 갖기를 바란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노력을 행하면 된다.

 

6.

서른아, 현실을 직시하시게. 꿈은 이십대처럼, 현실인식은 사십대처럼 하면 삶은 달라진다. 서른은 20대보다 체 게바라의 말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실천할 수 있는 나이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 참 멋진 말, 그러니 우리가 힘써 추구해야 할 말! 

 

7.

모든 연령대엔 저마다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 있는데, 서른은 독립성을 갖추어 개인에서 사회인으로 성장해야 할 나이다. 조직 생활을 하라는 말이 아니라 사회적 교류를 통해 공감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공동체성을 배워가자는 말이다. 공동체성을 위한 기본기가 바로 독립성이다.

 

(마흔이 되고, 오십이 되면 정도가 심해지겠지만) 서른이 되어도 몸과 마음이 20대와는 다르다. 체력이 떨어지고 몸이 뻣뻣해진다. 마음까지 뻣뻣해지는 게 문제다. 젊음의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다른 이들의 말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꼰대 분들도 그리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닐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꼰대가 되는 것도 아니겠지. 꼰대의 씨를 뿌려댄 시기가 30대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다른 씨를 뿌리자. 유연한 사고, 타인을 향한 배려, 열정적인 태도 등의 씨앗을 뿌리자. 무엇보다 여전히 꿈을 꾸자. 그리고 현실에서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자.  

 

우리의 아름다운 生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