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배려는 감수성의 발현이다

카잔 2014. 5. 26. 09:28

 

지인이 부모님과 함께 제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께 드린 감사의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배려의 힘겨움과 중요성을 생각했습니다. 우선, 그녀가 쓴 여행기를 요약해 봅니다. 

 

"첫날은 여행하기에 참 좋은 날씨였지만, 계획했던 여러가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인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탓이다. 내 기준에서 좋은 것들은 부모님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며 여행을 준비했다. 첫 식사는 비빔밥집 <상춘재>였다. 지난 와우투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맛났던 메뉴이고 정성껏 차려졌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하지만 엄마는 추어탕만 맛나게 드시고 비빔밥은 거의 드시지 않았다. 원래 비빔밥을 좋아하시지 않았던 것. 저녁메뉴는 계획을 바꿔 엄마가 원하시는 메뉴로 갈치조림을 선택했는데 두 분 모두 국물까지 맛나게 드셨다. (중략)

 

렌트카를 빌릴 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경차를 원하셨지만 언니는 중형차랑 가격차가 크지 않으니 중형차를 빌리자고 했다. 비용을 내는 언니의 권유에 결국 중형차를 빌린 게 화근이었다. 평생을 수동기어만 운전해 오시다가 자동기어를 운전하신지 얼마 안 된 아버지는 낮은 차체가 어색하셨는지 낮게 쌓인 돌담을 받아 범퍼에 흠집을 내셨다. 이때부터 부모님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보험에 들었으니 괜찮다고 말씀드려도 두 분의 걱정이 줄지는 않았다.

 

이튿날엔 <아쿠아플래닛>을 취소했다. 다녀온 지인의 추천으로 계획에 넣었지만 부모님은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으신 곳이었다. 언니와 나는 값지고 좋은 것을 해 드리는 게 배려라고 생각하여 준비했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우리 부모님이 바라시는 여행은 좋은 숙소, 큰 차, 비싼 음식보다 입에 맞는 음식, 함께 하는 시간, 두 딸이 최대한 돈을 적게 쓰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첫 여행을 떠나면 누구나 겪을 뻔한 이야기입니다. 어머니들은 자녀의 입맛을 잘 알지만, 자녀들은 어머니의 입맛을 잘 모르는 경우가 더러 있을 테니까요. 여행은 마치 삶과 같아서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여행지가 결정됩니다. 같은 도시를 여행해도 가고 싶어하는 장소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부모님의 취향을 모르면 여행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지요. 아무리 저명한 미술관이 있더라도 시골 시장 나들이를 더 좋아하신다면, 장날을 조사해야 할 겁니다.


'진정한 배려는 나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주는 것이구나.' 그녀의 여행일지는 이렇게 끝납니다.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그녀는 상대를 향한 마음을 인간관계 전체로 확장하여 '배려'라는 단어를 선택했겠지요. 만약 부모님을 향한 마음으로만 표현한다면, 돕거나 헤아린다는 뉘앙스가 강한 '배려'보다는 '존중'과 같은 단어가 적확할 테고요.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는 태도, 존중. 여기선 보다 폭넓게 적용 가능한 '배려'로 이어가겠습니다.)

 

누구나 단독자가 아니라, 관계자로 삽니다. 사람을 다른 말로 인간(人間)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입니다. '인간적'이라는 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히 여기는 것이 아닐까요? 배려는 관계를 돈독하게 만듭니다. 배려를 완성하는 것은 감수성입니다. 타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얼마나 아파하고 즐거워하는지를 민감하게 느끼는 감수성!

 

『논어』의 한 구절도 배려의 기술에 확신을 더해 주네요. <20편 요순왈>에 나오는 문답입니다. 자장이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치에 종사할 수 있습니까?" 공자께선 다섯 가지 미덕을 존중하라고 말합니다. 그 중의 하나는 "군자는 은혜를 베풀되 낭비하지 않는다"입니다. 자장이 어떻게 하면 그리 할 수 있냐고 묻습니다. 스승 왈, "백성들이 이롭게 여기는 것에 따라서 이롭게 한다면, 이것이 곧 은혜를 베풀되 낭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상대가 이롭게 여기는 것에 따라 행해져야 함에는 배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렇다면 상대의 취향과 이로움을 헤아리는 감수성은 배려의 원칙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