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5월의 3대 뉴스] 아, 정도전!

카잔 2014. 5. 31. 16:49

 

1. 드라마 <정도전>을 사랑하다

 

한 달 새 서른다섯 편의 드라마를 시청했다. 최고의 정통역사 드라마 <정도전>!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갈등 그리고 역사인물의 생생한 부활, 작가와 연출자는 이 모든 요소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듯했다. 매우 재밌게 역사공부를 한 느낌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고증이 약해진 느낌인데, 정말 그러한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드라마 <정도전>은 50부 예정이란다. 드라마는 끝나지만, 드라마의 영향은 내 일상에 남을 것이다. 요즘 틈나는 대로 조선사를 공부 중이다. 조선사 전체를 훑을 생각이나, 여의치 않더라도 개국과 조선 전기까지는 정리해 두고 싶다. 정몽주, 정도전, 이성계를 공부하며 삶의 교훈을 얻을 생각이다. 드라마의 전반부를 지배했던 이인임의 명언들도 일별해 보련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내가 역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조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큰 수확이다. (내 나라의 역사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용의 눈물>을 찾아서 잠깐 시청했지만 이내 관두었다. 재미와 고증에서 <정도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훌륭한 역사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역사서를 찾아 읽어야겠다.

 

2. 강연장에서 지적 생기를 얻다

 

배움을 위해 강연장을 찾았다. 오랜만의 지적 나들이다. 정민 교수님의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 출간기념 강연회와 김대식, 김두식 형제의 『공부논쟁』 토론회에 참석했다. 정민 교수님의 강연은 지적 자극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교수님의 공부 열정과 성실한 생산력은 내게 훌륭한 자극제였다. 홍대용과 박제가를 다시 보게 되었고, 한학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이라도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다졌다.

 

반면, 『공부논쟁』 토론회는 아쉬운 시간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의 수준이 높지 않았다. 전문 밥집을 하던 이들이 취미로 카페를 열고서 시시한 맛의 커피를 내놓은 느낌이었다.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던져진 고등학생, 대학생, 현직 교사들의 펄떡이는 질문에 비하면, 토론자들의 답변은 관념적이거나 이상적이었다. 두 저자는 자기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들이나, 교육 문제와 청(소)년들의 진로 문제엔 아마추어인 듯했다. 

 

그러나 두 강연 모두 유익이 컸다. 정민 교수님의 강연이 지적 열정에 불을 붙였다면, 『공부논쟁』 토론회는 나의 비평 열망을 자극했다. 십년 이상, 진로와 자기이해에 대한 공부와 상담 그리고 강연을 해 온 내게도 얼마간의 식견이 쌓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프로와 아마추어 중간 즈음의 실력일 것이다. 물리학자 김대식과 법학자 김두식, 두 분 교수님의 전문성에는 견주기도 민망하다. 공부에 매진해야겠다.

 

3. 벗들과 행복을 만끽하다

 

5월 말의 늦봄, 함께 공부하는 몇 명 와우들과 함께 양평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일정 중에 두물머리가 포함되어 양평이라 했지만, 남양주의 다산유적지 앞 다산지구공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곳 잔디밭에서 야외용 의자에 앉아 느긋하고 편안하게 와인을 즐기고 대화를 나눴다. 와인시음회로 종종 만났던 사이라 친숙하고 공통의 취향도 있어 마음이 잘 통했다.

 

행복했다. 유쾌하고 기쁜 감정이 아닌 편안하고 여유로운 쪽의 행복이었다. 한 달에 두 번, 이런 시간을 가지면 참으로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적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관건이리라. 업무가 밀리거나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으면, 정작 시간이 주어져도 조바심과 압박감에 휘둘리고 마니까. 6월에는 열심히 일해야겠다. 시간이 나면 떠나고 싶으니까. 벗들과도 자주 연락해야겠다. 언제라도 함께 떠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