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책의 초고를 마무리한 날

카잔 2014. 9. 2. 11:29

1.

8월 31일까지 『인문주의를 권함』(가제) 초고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였다. 30, 31일이 주말이니 무리없이 달성하리라 생각했다. 이틀 동안 두 꼭지의 글을 쓰면 마무리되었으니까. 인생은 종종 예측불허로 전개된다. 주말 내내 시들하게 보냈다. 이틀 연속으로 새벽까지 술을 마신 탓인지 피곤했다. 토요일엔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로 보냈고, 일요일도 비슷했다.

 

몸을 일으켜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내고 싶었다. 뿌듯할 테지만 욕심이리라 생각했다. 욕심을 부려서 풀리는 게 인생이라면, 나는 일어나 글을 썼을 것이다. 욕심쟁이가 되는 것은 쉬우니까. 길게 볼 줄도 알아야 한다. 과감하게 쉬었다.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기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이틀이 지나 오늘 아침 10시에 초고를 완성했다.

 

2014년 9월 2일 화요일. 올해 말에 출간할 책의 초고를 마무리했다. 초고라지만 책의 중반 이후로는 퇴고까지 하면서 썼다. 9월 15일에는 출판서로 송부할 생각이다. 글을 써온 과정이 즐거웠을 뿐 아직 뿌듯함은 없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글쓰기는 과정이 더욱 즐겁다. 쓰면서 짜릿하고 쓰고 나서 만족하니 이미 글쓰기의 보상은 다 받은 느낌이다. 출간은 아주 행복한 보너스!

 

2.

친구가 세상을 떠난 이후 의욕이 사라진 게 분명한데, 글은 더 열심히 썼다. 글이라도 써야 살아갈 힘을 얻는 걸까. 언제 떠날지 모르는 인생이니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한 걸까. 첫 책을 출간하고서 가장 기뻐해 주실 어머니가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 슬펐었다. 초고를 마무리하고서 친구와 선생님이 떠올랐다. 기뻐해 줄 녀석인데...대견하게 여겨주실 분이신데... 인생이란 축하해 줄 사람과 헤어지는 과정이다. 그리고 축하해 줄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어가는 여정이다. 나에게 묻는다. '당신의 기쁨에 진심으로 기뻐해 줄 사람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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