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인식의 변화가 성공을 돕는다

카잔 2014. 11. 25. 18:53

 

SSD에 저장된 데이터를 유실한 힘겨움을 소비 지향적 삶으로 달랬습니다. 한동안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들락거렸고, 온라인 쇼핑을 즐겼던 날들입니다. 오래된 허기를 달래려고 허겁지겁 음식을 삼키는 이처럼, 나는 깊은 허망감을 달래기 위해 이런저런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옷과 시계를 샀고, 패션 잡지를 읽었지요. 이번에 구입한 가죽 가방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구매지만, 스마이슨 수첩을 산 것은 과소비였네요.

 

30대 남성들을 위한 루엘(luel)을 매달 구독하는데, 패션 잡지 속에는 새로운 세계가 존재했습니다. 옷과 가방은 어찌나 비싼지 구입할 엄두가 안 납니다. 지금까지의 소비 패턴에 대한 후회도 들었습니다. 책 구입에 쓴 돈이 1억 원이 넘는데, 그 중 일부라도 ‘패션과 외모에 투자했다면 이 지경까지는 아닐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제부터라도 촌스러운 패션과 지저분한 외모를 개선해야지’ 하는 긍정적 결심으로 전환시키긴 했지만.

 

패션에 대한 관심과 내 취향을 쫓아 구입한 물건들은 데이터 유실로 인해 얻은 것들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멋쟁이

까지는 아니더라도 센스 있는 패션 감각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가 스무 살 무렵에는 ‘베스트 드레서’라는 별명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어찌하여 이리되었는지는 따로 글 하나를 써 보려고요. 당시의 저는 옷 입는 것에 관심 있었습니다.)

 

당분간 패션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자던 생각은 제 기대보다 빨리 시들해졌습니다. 11월 중순 이후로는 잡지를 뒤적이는 시간도 줄었고 쇼핑을 안 한 지도 보름이 지났습니다.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이것저것 구매했던 시절이 불과 한 달 전인데 말이죠. 요즘엔 다시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그 시간에 책을 읽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옷은 패션을 위한 도구가 아닌 몸을 가리는 천에 불과했습니다. 와우들 넷이서 한 목소리로 패션은 중요하다, 패션 감각에 눈 떠야 한다고 성공적으로 설득시켰습니다. 패션에 무관심했던 그녀가 노력을 보이기 시작한지 한 달 보름이 지날 즈음, 노력의 기운이 다한 듯한 말을 카톡에 남겼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다가와도 두근거림이 없고, <싱글즈> 잡지를 봐도 그게 다 그거같아요. 왜 그러는 걸까요? 처음 동기가 확 떨어진 걸까요? 어제 오늘 열심히 직구 사이트 상품을 봐도 그다지 감응도 없고요. 예쁜 옷 발견하면 눈빛 반짝반짝 이러고 싶은데...” 그녀는 묻습니다. (패션에 대한 관심과 쇼핑) 열정이 벌써 식어버린 걸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니까요.

 

저는 가치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패션 열정은 생겨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열정이 시들해진 이유는 패션이 진정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 게 아닐까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인식을 해야 합니다. 가치 전환 없이는 과거의 생각과 생활 방식이 더 가치 있다고 느낄 테니까요. 가치 전환은 힘겨운 일입니다. 가치 없다고 느꼈던 것을 가치 있다고 느껴야 하다니, 어찌 이게 쉬울까요. 저도 마음을 좀 추스르고 나니, 쇼핑에 썼던 돈이 아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김희애 씨는 패션에 관심 없던 배우였습니다. “전에는 (남들이) 막 모양 내고 다니면 ‘왜 저러나? 연기나 열심히 할 생각 안 하고’ 했는데, 그러면서 저는 ‘난 연기파야’ 이러고 대충 했는데...” 그러던 그녀가 배우로서의 컴백을 준비하면서 장안의 능력 있는 패션 전문가들을 수소문했고, 패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패션은) 가장 기본이죠. 대중 앞에 나가야 하고 친구들 만날 때도 다들 신경 쓰는데, 하물며 (배우인데) 대충 다니면 안 되죠.” (11월 24일 MBC 다큐스페셜 中)

 

새로운 인식에 기반을 두어야 변화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무가치하게 여겼던 것의 가치를 발견해야 꾸준하게 시간과 열정을 줄 수 있습니다. 무가치하다는 생각이 여전하면, 기존의 인식이 변화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얼마 동안은 외부로부터 받은 동기부여의 힘으로 변화를 시도하지만, 머잖아 동기부여와 자신이 가졌던 기존 생각이 충돌합니다. 대개는 기존의 자기 생각이 동기부여를 잠식합니다.

 

변화를 지속하려면 내면으로부터의 힘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인식 말입니다. 변화로 인해 얻는 것들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면서 힘들게 노력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변화의 관건은 이 질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무가치하게 여겼던 것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저걸 얻으면 정말 좋은데’ 라고 생각해야 시도할 텐데, ‘그게 뭐가 좋아’ 하는 이들의 변화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저도 고민하는 중인데, 김희애 씨 다큐를 시청하니 힌트가 보이더군요.

- 새로운 인식 구축하기 (‘패션은 중요한가’를 다양한 사람에게 묻기)

- 변화의 과정에 대한 피드백 구하기 (“훨씬 낫네. 사실 예전 네 패션은 좀...”)

- 변화를 향한 노력은 그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에 기반을 두기

- 새로운 변화로 인해 얻은 유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기존 생각으로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라고 판단해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안하여 평가하기)

 

저는 계속 패션에 관심을 가질까요? 아니면 다시 책이나 파고들어 살까요?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무래도 시간을 쪼개야 하는 것은 사실이더군요. 잠들기 전의 독서 시간을 할애해 다음 날 입을 옷을 준비하고, 아직 패션 감각이 없으니 패션지도 좀 뒤적여야 하고요. 결국 자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치를 두게 되고, 그 가치에 시간과 돈을 쓰기 마련입니다.

 

당신에겐 무엇이 중요한가요? 옷을 잘 입어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으니) 자기 일에 우직하게 매진하는 것? (제가 여기에 포함되네요. 강연을 할 때에도 아무렇게나 입는 것은 강연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이생보다 사후 세계에서의 영원한 삶이 더욱 중요한가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삶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변화는 아마도 가치관의 조정으로부터 시작될 겁니다. 가치관의 조정은 자기 고집과 타인의 견해와의 조화가 필요할 테고요. (강사의 옷 매무새를 신경쓰는 청중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