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5년 성찰일지 (4)

카잔 2015. 4. 1. 16:11

1.

언제 삶의 비평이 잘 일어나는가. 사람마다 답변이 다를 이 질문을, 내게 불쑥 던진다. 2015년 4월 1일 포항 호미곶에서, 나는 대답한다. (구체적인 시간을 명시한 이유는, 세월이 흐르면 답변이 바뀌는지, 훗날에 확인해고 보고 싶어서다. 정확하게 나의 변화와 성장을 관찰하고 싶다는 뜻인데, 이를 위해서는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살피고 기록해야 한다. 삶의 비평이란, 정말 중요한 자기경영의 핵심개념으로, 삶의 어떤 대목이 마음에 들고, 어떤 대목이 불만족스러운지를 찬찬히 성찰하는 행위를 뜻한다.) 

 

영화 관람, 특히 드라마 장르.

거의 모든 책을 읽는 순간.

시간의 흐름을 인식할 때.

누군가에게 고통을 안긴 날.

시도하지 못했거나 실패를 자초했을 때.

 

가장 진하게 삶의 비평이 일어나는 때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을 때에도 수많은 생각이 생산되고, 나의 감각이 예민해지는 하나, 그것은 내 삶에 관한 것은 아니기에 제외했다. '삶의 비평'에서 말하는 삶이란, 인간 보편의 삶이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인생을 뜻함이니까.)

 

2.

오늘은 4월 1일이다. 또 한 달이 지났고 새로운 분기가 시작되었다. 누구나 시간의 흐름을 불현듯 인식할 법한 날이다. 내가 그 흐름을 여느 사람들보다 더 진하게 음미하는 걸까? 오늘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기술하기에는 꽤 많은 생각들인데... 키워드로만 정리해 둔다. (지금은 해야 할 일도, 조율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기실 여유를 손에 쥐고자 성찰일지를 쓰는 중이다.)

 

<오늘, 생각한 흔적들>

- 내가 호미곶에 왔구나. 아! 차를 마시는구나. (지금 여기를 인식)

- 이 순간이 행복하고, 이 순간이 아프다. (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

- 달이 바뀌었네. 정신차리어 내가 어찌 사나 보자. (성찰의식 발동)

- 그리스 비극과 푸코를 읽자, '로컬'을 글로 쓰자. (4월 계획 수립)

- 집필, 독서, 와우, 봄꽃에 시간을 듬뿍 주자. (4월의 우선순위 생각)

 

3.

1/4분기 동안 인문학 수업이 많았다. 3월 중순을 넘어서며 봄꽃이 피기 시작하니,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공부야 일년 사계절 내내 하는 것이지만, 봄과 가을은 공부보다 여행에 어울린다. 그래서 나는 여름과 겨울에 더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편이다. 4월에 있을 <20세기 문학> 4주짜리 수업을 한 주로 대폭 줄이려 했는데, 그간 GLA 수업을 들어온 몇 분들이 한 주는 너무 짧다고 만류했다. 결국 우리는 2주간 수업하기로 합의(?)했다. 짧은 조정기간이었지만, 내가 여행과 강의 두 가지를 모두 좋아함을 느꼈다.

 

3월에는 포스코에서 인문학 강연을 했는데, 회사에서 강연할 때마다 나처럼 제도권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을 불러주는 게 신기하다. 독서 특강이야 나의 첫 책 덕분인 경우가 많고, 자기경영 강연이야 그간 써 온 글이나 레퍼런스가 있는 편이지만 인문학 수업은 그렇지 않다. 늘 음지(?)에서 수업을 해 왔는데, 무얼 믿고 강연을 의뢰하는지 모르겠다. 강연을 연결해주는 에이전트에게 고마웠다. 버젓한 학위나 인문학 저서가 있으면 소개하기가 쉬울 텐데... 라는 생각에서 오는 고마움이다. 인문학 블로그라도 어서 개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