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고수에 관한 세 이야기

카잔 2016. 7. 1. 10:52

1.

고수와 하수가 만났다. 하수는 고수를 몰라본다. 하수는 고수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소평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고수는 하수를 알아본다. 하수가 말하는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안다. 하수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훤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수가 공격한다. 고수는 그저 피한다. 하수가 성장을 원한다 싶을 때에만, 고수는 되받아친다. 하수에겐 얼마간의 아픔이겠지만, 필연적인 성장통임을 깨닫기를 바라며 고수는 작은 기술 하나를 꺼내든다. 위대한 고수는 이겨도 으스대지 않는다. 기가 죽지 않아야 제대로 배울 수 있음을 알기에, 상대의 기를 꺽고 싶진 않기에.


2.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능한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함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산다. 자신의 무능을 살피는 대신 상황을 탓하고, 남들에게 조언하고, 필요한 피드백도 듣지 않는다. 무능은 이렇게 지속되거나 심화된다. 그렇다면 능력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능력있는 이들도 자신의 능력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산다. 겸손해서가 아니라, 가진 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자만하거나 자족하지 않는다. 계속 노력하고 공부하고 타인의 조언을 귀히 여긴다. 두 부류의 사람들은 언제 자신의 능력치를 인식할까? 능력과 무능이 만날 때가 아닐까? 그렇다면 만남은 참 좋은 것이리라.


3.

복싱 선수가 말했다. "기세가 중요합니다. 눈빛에서 이미 승부가 갈릴 때가 많으니까요. 강렬한 기세에 압도당하면서 이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세는 링 위에서만 필요한 건 아니다. 영업의 현장에서, 선거 유세장에서 그리고 강연을 하는 강단에서도 자신감 있는 기세는 중요하다. 하수는 기세를 실력으로 착각하며 열광한다. 이것은 기세의 쓸모다.


선수가 말을 이었다. "저도 기세를 배우면서 이기는 시합이 늘었죠. 그런데 어느 시합이었어요. 기세는 제가 이긴 것 같은데 잘 안 풀렸어요. 상대는 제 공격을 요리조리 잘도 피하더군요. 2라운드부터 그의 공격이 시작됐어요. 공격은 놀랍도록 정확했습니다. 이미 제 패턴을 파악했던 겁니다. 저는 뻗어버렸죠." 고수는 실력으로 기세를 제압한다. 어떤 기세는 허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