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오늘 내가 잠 못 든 이유

카잔 2016. 7. 6. 02:47

자유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갓 전역했다. 거리에는 모세의 <사랑인걸>과 윤도현의 신곡 <사랑했나봐>가 흘러나왔다. 친구들이 나를 반겼다. 초등학교 친구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며 젊음의 날들을 향유했다. 전역과 취업 사이의 그 시절이 종종 그립다. 나를 구속하는 일이 없어 자유로웠고, 시간에 쫓기는 일이 없어 여유로웠다. 친구들이 적은 편이 아니라 늦게 귀가하기 일쑤였다. 새벽에 들어가도 아침 일찍 일어났다. 며칠을 그리 보내도 피곤함을 몰랐던 날들이었다. 한 마디로 젊었다는 말이다. 2005년 늦봄과 초여름의 일들이다. 불과 10년 전인데... 지금의 나보다 어린 모습에... 세월을 느낀다.




두 장은 2005년 5월과 7월에 찍은 사진이다. 전역한 직후라 머릿칼이 짧다. 여전히 작은 눈을 제외하면, 머리숱과 피부 그리고 눈가 주름이 달라졌다. 연배가 높은 분들은 "서른 아홉이면 아직 창창한 나이"라며 손사레를 칠 테지만, 서른 살 이상의 모든 성인들은 10년 전의 자기보다는 나이 들어가는 중이다. 늙었다고 표현하기엔 어색하나, 더 이상 어리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모든 어른들은 나이듦을 한탄할 권리가 있다. 그 한탄이 일시적이고, 인생의 일면을 사색하는 기회가 된다면 한탄은 위로가 되고, 지혜가 된다. 사진 속의 사내가 웃고 있다. 웃음이 많았던, 지금보다는 젊었던 내가 부럽다. 그리고 그립다. 지금이 밤이어서만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다. 2005년 5월에 대구 동성로의 어느 카페에서 전역한 기념으로 친구가 찍어주었다. (아마도) 전역 후 처음 만난 날이지 싶다. 나는 소파에 앉아 쿠션에 기대고 있다. 저 순간 느꼈던 기분이 생생히 기억난다. 편안했고 행복했다. 테이블 맞은편에 친한 친구 P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여자 친구와 앉았고, 이듬해 둘은 부부가 되었다. 이 날의 사진이 여러 장 있어서 기억이 희미해져도 기록이 남은 셈이다.)이 무렵의 나는 서울 직장으로 복직하기 전 석 달 반을 놀고 쉬었다. 많은 시간을 친구들과 즐겼고, 가장 많은 시간을 P와 보냈다. 둘이서 술을 마시거나, 둘이서 노래방에 간 적도 많았다.


*




요즘 일찍 자려고 노력 중이다. 6월에 취침 시간이 흐트러져서 새벽까지 깨어있곤 했다. 6월 30일에 결심하기를, 새벽 1시 이전에 자기로 했다. 5일 연속으로 잘 지켜왔는데, 오늘은 망했다. 새벽 1시가 되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아직 끄지 못한 노트북의 유투브에서는 무작위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윤도현의 <사랑했나봐>가 흐르자, 시간여행이 시작되었다. 이 곡은 전역했던 그 해의 여름을 떠올린다. 음악 선율을 타고... 나는 2005년의 추억 세계로 날아갔다. 동성로의 카페에서 P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그립다. 밤이 깊어갈수록 그리움이 짙어졌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7월 6일은 슬픈 날이다. P는 8개월 동안 췌장암 투병을 하다가 2년 전 오늘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였나 보다. 오늘 내가 잠 못 든 이유가. 날짜를 잊진 않았지만 기일이 오늘인 줄은 몰랐는데, 내 영혼이 인식하고 있었나 보다. (나도 모르게 김광석의 노래를 듣는다. 가사가 내 마음과 연관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이 곡이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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