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구입할 책들이 쌓여간다

카잔 2016. 7. 14. 10:22

1.

제목부터가 신선한 『북유럽 공부법』(북유럽 스타일이 아니라, 북유럽 공부법이라니!), 1만 시간의 법칙을 발견한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에릭슨은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자신의 실험 결과를 오해하도록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쓸모없는 짓의 행복』(책 소개를 보니,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찾도록 독자를 자극하고 고무시키는 책이라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강유석의 착한 중고차』(중고차를 구입할까 하던 차에 만난 반가운 신간),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나는 『고민하는 힘』을 읽은 이후로 강상중 교수 에세이의 팬이 되었다), 『고통에 반대하며』(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성찰과 통찰이 깃든 에세이집),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제목에서부터 끌림이 강했다, 이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알자마자 읽기로 결심했다).


알라딘 도서안내 메일



2.

구입 리스트가 만들어지는 경로는 여럿이다. 1) 알라딘에서 보내는 책 소개 메일을 살피다가 좋은 책을 만나는 경우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 소개와 저자 소개를 읽으면서 나에게 필요한지 살핀다. 2) 오프라인 서점을 거닐다가 책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관심 분야의 주목할 신간들은 주로 이 두 경로를 통해 접하게 된다. 종종 책을 화두로 삼아 대화를 해야 하는데, 이 두 방식은 중요한 신간 지식을 얻는 데에 유용하다.


3) 또 하나의 주요한 경로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나의 빈약한 지식을 발견하거나, 신뢰하는 저자가 더 읽어야할 책을 소개하는 경우다. 앞선 두 방식이 수동적이고 외적인 경로라면, 이것은 적극적이고 내적인 경로다. 내게 필요한 책을 만날 확률이 높은 방식이다. 4) 다른 사람들의 선물이나 추천도 하나의 경로다. 이때는 대개 전문성보다는 관심사의 확장을 돕는 경우가 많다. 지식인 집단에서의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만나는 책을 제외하면.


3.

소개 받은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으며, 책들 중 대다수는 기회 비용을 낭비하게 만든다. 세상엔 시시한 책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커피를 즐기다가 커피의 풍미에 눈을 뜨면 카페를 가리게 된다. 마찬가지다. 독서에 빠져 살다보면 책을 가려서 읽게 된다. 책 고르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쉬워진다. 양서들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상에는 평생 책만 읽어도 못다 읽을 만큼의 충분한 양서들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시시한 책들이 더욱 많기에, 외부의 소개나 추천에는 선별 기준을 높여야 한다. 어제 서점에서 발송한 메일에서 『사소한 말 한 마디의 힘』을 소개했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이다. 그는 전달력은 뛰어나지만 통찰력은 아쉬운 작가다. (내게는 그렇다.) 이런 식으로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인터넷 서점 메일 중 가장 양질의 책을 소개하는 쪽은 알라딘이다. (알라딘의 프로모션에 유혹되지만 않는다면, 알라딘 메일링 서비스를 권하고 싶다.)


4.

인터넷 서점의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책은 책 소개와 리뷰 등을 검색하면서 읽을 만한지를 살핀다. 인터넷 정보 검색만으로 결정을 못하는 책들도 많다. 『내가 미래를 앞서가는 이유』라는 책은 그런 경우다. 미래학 또는 미래예측서로 분류될 법한 책인데, 책의 저자가 무려 1986년 생이다. 무척 젊다. 한 언론사는 저자를 '일본을 구할 기업가 베스트 10'에 꼽기도 했다. 이 리스트보다 나의 관심을 끈 점은 따로 있다.


미래를 분별하는 키워드로 '테크놀로지'를 다뤘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 특히 IT 기술은 내게 무지한 영역이다. IT 기술자들이 쓴 책은 대개 너무 디테일하고 지엽적이다. 전문성이 깊을수록 그런 경향도 짙어진다. 이 책의 저자는 기업가다. 테크놀로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 책은 괜찮을 것 같지만) 젊은 저자의 책에 실패한 적이 많으니, 서점에 가서 한 챕터를 읽어보고 결정해야겠다.




5.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가장 먼저 구입하여 읽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내 작은 눈이 커졌고 힘이 들어갔다. 누구나 가해자의 어머니는 아니라는 점에서 저자의 이력은 특별한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내용에 진솔한 고민이 담겼으면 훌륭한 책일 테고, 고통을 통한 통찰마저 더해진다면 매우 탁월한 책일 거라는 호기심을 품고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책소개를 확인했다.


"1999년 4월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별 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했다. 피해자가 아이들이고, 가해자가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은 더더욱 컸다. 사건 당시 가해자들의 나이는 17살이었다. 그리고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이 책을 펴냈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서 포스팅을 멈췄다. 세면대로 가서 세수를 했다. 울음을 참기 위함이었지만, 울음이 터졌다. 그 자리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그리고 다시 서너 시간이 지난 후에 못다한 글을 쓰려고 앉았다. 지금 다시 저 문장을 봐도 목이 메인다. 가슴이 아프다. 저자인 엄마의 고통스러운 삶이... 헤아려져 자꾸만 눈물이 나려 한다. 고통은 이처럼 종종 먼 나라의 사람들끼리도 하나로 연대시킨다. 당사자들도 원치 않은 연대를.


"아들의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책"이란다. "나는 누구보다 내 아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는 고백만으로도 저자의 혼란이 예상된다. "인간의 폭력성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와 달리, 바탕에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어머니’가 써내려간 글"이 오랫동안 책 구매를 자제했던 나를 무너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