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정말, 괴테처럼 살고 싶다

카잔 2016. 9. 20. 12:36

블랑은 커피 맛이 준수하다. 빵도 맛나다. 오늘도 마늘빵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빵 접시는 비워졌고, 커피는 남았다. 식어도 맛난 커피다. 아껴마시던 중 날파리 한 마리가 커피 잔 안으로 날아들어갔다. 얼른 잔을 들었지만, 날파리가 커피에 빠졌다. 이미 젖은 날개의 안간힘으로 작은 동심원을 그리는 모습이 처량하기도 괘씸하기도 했다. 이런...!! 커피는 포기해야 했다.


아쉬움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럴 시간에 책 한 자라도 더 읽거나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었다. 하루를 오롯이 생산적으로 살지는 못하지만, 카페에 앉아 일하는 시간만큼은 불처럼 일하는 나다. 집중하여 일하다가 나도 모르게 커피를 마셨다. 두 모금째 마시다가 불현듯 날파리가 떠올랐다. '으악 날파리!' 나는 두 모금째 마셔 입 안에 머물던 커피를 잔에다 뱉어냈다. 두 눈 뜨고 초파리를 찾았지만, 녀석은 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치워야지'라고 생각했다가 벌어진 참사다. 우연이 빚어낸 소소한 일상이지만, 카페에서 초파리를 마신 남자는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의 일이다. 점심 약속 장소가 종로이기에, '오늘 반디앤루니스에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이미 영업 종료일이 지났구나!'


남자는 9월 13일에 영업이 종료된다는 얘길 지난 달에 들었다. 남자에겐 아련한 추억이 있는 장소였기에 '시간 되면 가 봐야지' 했었다. 시간이 나지는 않았고 꼭 가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남자는 자신의 미루는 습관을 바꾸고 싶었다. 유사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주가 추석 명절이었다. 고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차' 싶은 순간이 있었다. 명절 직전에 날아온 신문에서 "답답한 고속도로, 우회도로 안내" 기사를 가위로 오려두었는데, 가져오지 않은 게다. '나중에 읽자'는 생각으로 훑어보지도 않았다. 길지는 않다고 해도, 기사를 오려내고 챙겨둔 시간이 무용지물이 됐다. 다행하게도 막히지 않은 시간대를 선택하여 달렸기에 정체 구간은 없었지만, 실행력 제로의 이 남자에게는 이 또한 교훈이었다. 휴게소에서 몇 마디를 기록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을 미뤄왔던가. 무언가를 지금 당장 한다면, 내 삶이 바뀔 것이다. '언젠가' 읽을 거리를 위해 '현재'를 투자해 스크랩을 했는데, 정작 읽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나는 그 때 투자한 '현재'의 시간이 아깝다. 미래를 대비한 시간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저 내가 놓쳐버린 시간이 되고 말았다. 준비는 중요하지만, 그 준비 역시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좋은 결실을 위한 준비는 필요하지만, 준비가 미루기를 불러들여서는 안 된다. 나처럼 '아직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준비만 하거나, 언젠가 좋은 때를 기약하며 미루기에 빠져들고 마는 이들에게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리스트 같은 것들도 지금 당장 해야 할 리스트로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까?"


반디앤루니스 방문이야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이고, 우회도로 기사 스크랩을 챙기지 않았다고 해서 낭패를 본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교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 일도 지금 당장 하지 않고, 미루고 미루다가 기회를 놓치곤 했기에!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나부터가 달라져야 했다. 지혜가 '타이밍'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적시에 하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결국 시간 부족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못하게 될 때도 있다. 언젠가 나의 버킷 리스트를 보면서, 내 능력의 한계를 아쉬워할지언정 '진작에 시도했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초파리, 스크랩한 우회도로 기사, 이미 문을 닫은 반디앤루니스 종로점이 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말한다. "무언가 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하라!"


"나는 무슨 일이든 당장 하는 걸 좋아했다." 괴테의 말이다.

괴테처럼 빠른 실행력의 소유자로 살고 싶다.

이것만큼은 해내고야 말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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