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나는 골치 아프게 산다

카잔 2016. 12. 1. 09:45

아침에 메일을 확인하던 중 '심리상담사/ 바리스타 자격증 무료 교육'이란 제목의 메일이 눈에 띄었다. 발신인은 '평생교육원'이다. 수년 전이면(30대 중반까지는) 필요한 정보면 쌓아뒀는데, 요즘에는 지금 읽거나 아니면 바로 삭제한다. 자격증 안내 메일의 경우는 바로 삭제에 해당된다. 나에게 자격증이란, (소수의 자격증을 제외하면) 어떤 역할을 해내는데 필요한 아주 최소한의 실력을 검증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상했다. 나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자는 마음과 이른 아침의 메일들을 미루지 말고 하나씩 처리하자는 마음에 따라 자격증 무료 교육을 홍보하는 메일을 클릭했다. 오늘이 새로운 달의 첫날이었던 탓이 컸지만, 지난 크레타 여행에서 결심한 목록에 '커피추출법 배우기'가 있기도 했다. 결심을 조금 더 확장하여 커피 전반에 대해 배우는 것도 괜찮고, 어렵지 않고 무료라면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메일 내용을 보니, 듣고 싶은 강좌가 많았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1급 심리상담사, 논술지도사 1급, 음악심리상담사, 미술심리상담사, 에니어그램심리상담사, 1급 바리스타, 1급 심리분석사 과정을 청강하고 싶었다. 이 업체(케이잡평생교육원)의 메일은 유혹적이었다. 자격증 따기까지의 과정을 도표로 보여주었고, 관심자들이 궁금해할 교육 비용도 '전액 무료'라는 점을 선명하게 밝혔다. 거기에다 친절한 Q&A까지!



"생각을 멈추고 지금 당장 실행하라!" 이 절체절명의 슬로건이 나를 구원하리라고 생각하는 요즘인지라, 나중에 오판이었다고 생각되더라도 하나의 강좌를 듣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리서치를 하고야 말았다. 내겐 두 가지 의문이 있었다. 이 업체(케이잡평생교육원)가 주관하는 자격증이 유망한가,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의 실력은 어떠한가였다. 나는 포털사이트에서 이 업체의 신뢰도를 검색해 보았다. 다음은 나의 결론이다.


- (당연한 소리지만) 민간자격증보다는 국가자격증의 신뢰도가 높다. (이 업체는 민간자격증)

- (민간자격증이라면 최소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업체를 선택하는 게 낫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우수한 민간자격증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세운 기관이란다.

- 교육 콘텐츠의 질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등록된 강좌들이 우수하다.



리서치는 실행의 저항이 될 수 있지만, 나는 정말 최소한의 리서치를 하자는 생각으로 한 시간을 투자한 결과다. 어떤 리서치는 나의 지적 호기심을 쫓느라 실행의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데, 이번 리서치는 생산적이었다. 효과적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습득한 것이다. 나는 이 업체의 강좌를 포기했다. 나중에 시간 여유가 생기면 자격증 취득과는 별개로 '바리스타' 과정만 들을 것이다. 결정 과정이 내게도 인상 깊었다.


- 12월의 목표가 분명했다. 달려갈 푯대가 분명하니 마음이 끌리는 샛길의 유혹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절체절명(이 표현을 거듭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의 순간에 놓였음을 잊지 않았다.

-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점, 취득이 쉽다는 점이 나에게 매력을 주지 못했다. 특히 Q&A 첫번째 질문(자격증 취득이 어려운 것은 아닌가요?)에서 매력이 떨어졌다. 도전의식이 저하되었던 것인데, 내게는 "취득이 쉽지는 않습니다"는 류의 문구가 자극을 준다.



나는 K-MOOC에서 수강함으로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아직은 참여한 대학교가 많지 않고(향후 늘어날 것이다) 강좌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소개된 교수님들을 보니 개설된 강좌의 질이 막강하다고 판단했다. 포스팅을 위해 찾아낸 위 동영상을 진작에 보았더라면, 서치 시간을 절약했을 텐데. 듣고 싶은 수업은 개강된지 3개월이나 지났다. 나는 곧장 해당 수업 운영자의 메일로 문의 메일을 보냈다. (아래는 그 중 일부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하다가 실행을 놓친 게 여러번인데, 오늘은 그마나 낫다. 메일 회신이 오면 나는 바로 실행할 것이다. 사실 무크를 알게 된 것은 3년 전이다. (2012년 뉴욕타임즈는 무크의 등장을 교육계의 가장 혁명적 사건"이라며 "15년 안에 절반의 대학이 사라질" 거라는 대담한 전망도 했다.) 이후 코세라에 가입하여 공부하기를 잠시 계획했다가 실행하지는 못했다. 교육계의 신기원이라 생각하면서도, 세월만 흘렀다.



나는 이렇게 골치아프게 산다. 뭘 결정하더라도 조사하고 따지는 게 많다. 의자 하나, 시계 하나를 살 때에도 책부터 읽다 보니, 늦은 실행은 제2의 천성처럼 되어 버렸다. 요즘은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리서치와 실행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오늘은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메일 하나로 시작된 3시간의 탐색이 준 결과는 여럿이지만, 나와 비슷한 메일을 받고 고민하신 분들에게 유의미할 법한 개인적 생각은 아래와 같다.


- 자격증을 쉽고 간단하게 취득하려면 케이잡평생교육원, 이에듀케이션 등 민간자격증 업체가 유리하다. 사회에서 얼마나 공인되느냐의 문제를 차치하면 말이다. 자격 조건도 고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 자격증보다는 양질의 공부에 집중한다면 온라인 K-MOOC 를 따져보고, 사회적 인정을 원한다면 학점은행제도 검토해 보기를 권한다.


[참고] 무크가 일각의 주장처럼 과연 교육의 혁명인지 아니면 잠깐의 열풍에 불과한지를 다룬 아래 동영상도 흥미 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