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마음 한 조각을 덜어내니

카잔 2016. 12. 8. 14:19

드물지만, 강연을 진행하고서 손해보는 경우가 있다. 수강료는 적은데 교재를 그럴듯하게 제작하거나 공지를 느지막이 올리는 바람에 참가자가 적은 경우다. 한 번은 교재비가 비싸 참가자가 늘어날수록 손해가 커지기도 했다.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와우가 답답해했다. '꽤 괜찮은 콘텐츠인데, 선생이 왜 이러시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 염려가 고마웠다. "이번만 이런 거야. 나도 생각이 있지."


그때만 그랬던 건 아니다(아마 그도 알리라). 전략이라 부를 법한 대비책 같은 것도 없었다. 내 마음을 따랐을 뿐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긴 하다. 1) 가끔씩 내 수업을 찾아준 이들이 가슴 시리도록 고마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작은 보답 차원의 수업을 기획한다. 2) 누군가가 내 수업을 원하면,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이내 포기한다. 당분간 강의 계획에 없던 수업이라도, 한 사람을 위해 기획하는 것이다.


며칠 전, 1월의 '긍정심리학' 수업을 와우와 인문학 수강생들에게 공지했더니(아직 블로그엔 공지 못했다), 두 분이 질문을 주셨다. "긍정심리학에 관심 있는데 평일 수업이라 좌절입니다." 행간 속에 "주말 수업은 안 하시나요?"라는 물음이 보였지만 차마 묻지 못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다른 한 분은 이리 물었다. "선생님! 강의력, 글쓰기 수업은 개설 예정이 없으신지요? 저는 그 수업도 고대한답니다. 평일 저녁보다 주말 시간대면 더욱 좋고요."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주말은 나만의 시간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일을 하더라도 평일보다 집중하기에 좋다. 며칠 동안 대답하지 못하다가 오늘 별안간에 결정했다. (돈만큼 아니, 어쩌면 돈보다 시간을 더 따지는) 머릿속 계산기를 던져 버렸더니 간단해졌다. 두 분의 요청에 응하기로 했다. 이번 달에 하나(좀 더 긴급한 분부터), 다음 달에 하나! 나다움을 선택하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질문을 주신 분은 올해 하반기에 쭉 수업을 들으신 분이다. 가능한 일정을 여쭈어 날짜를 잡았다. 결정 후에도 다시 계산기가 작동할까봐 나는 반대정신을 밀어붙였다. 더 친절한 자료를 마련하고, 더 견실하게 준비하고 , F-up도 진행하자고 생각했다. 수업 이후엔 글쓰기 피드백도 진행하기로 했다. 글쓰기는 내 수업 중에서 비교적 고액인데, 자존심을 조금 내려 놓고 여느 자기경영 특강 수준으로 낮추었다. 계산기여 물렀거라!


가끔씩 나를 노크하던 마음 한 조각을 덜어내니,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