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의 집과 같은 공간

카잔 2018. 3. 13. 10:35

제자리를 찾아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집필을 재개해야 하고('그날' 이후 2주 동안 조르바 원고가 멈췄거든요) 집안 정리정돈도 필요합니다.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삶의 활력도 찾고 싶네요. 쓰다보니 집필 재개가 급선무네요. (어쩌면 '사랑'이야말로 제게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 마음을 열어놓고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올해는 와우 TMT와 와우 세미나도 놓치지 않고 진행할 겁니다. 그리고 제자리를 찾아야 할 또 하나가 있죠. 이 블로그 말입니다.


3년에 걸쳐 두 명의 친구가 제 곁을 떠났습니다. (그 사이 연인과의 이별도 있었네요.) 두번째 친구와의 사별 후였습니다. 이 블로그에 손을 놓기 시작한 때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저려 옵니다.) 십년을 꾸준히 이어온 블로그인데 일년 여의 시간 동안 포스팅이 뜸했었죠. 여기 들어오면 자꾸 옛 생각이 나서 힘들더라고요. 시작해야지, 시작해야지,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월이 훌쩍 지났더라고요. 그새 페북에다 글을 쓰긴 해도 거긴 이곳과는 다른 공간입니다.


페북이 광장이라면 이곳은 내 방 같은 느낌입니다. 혼자만의 방은 아니지만 시선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씁니다. 소수의 벗들과 함께 이야기를 노닥거리는 공간이랄까요. 또 하나 다른 점은 포스팅의 길이입니다. 페북 포스팅은 짧게 쓰려고 합니다. 광장에선 많은 사람들이 오고갑니다. 거기 서서 오래 얘기를 나눌 수는 없죠. 여기에선 글 길이에 대한 부담감이 덜합니다. 혼자 중얼거리는 느낌도 들고 내 근황을 듣고 싶어하는 친한 벗과 함께 있는 기분도 들어서 참 편안합니다.


당장 활발한 포스팅이 시작될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을 다시 가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럴 에너지도 조금 있고요. 지인들은 '브런치'를 시작하라고 조언하지만(저도 그 얘기에 수긍하고 요즘 뜨는 매체 활용에 공감하지만) 저의 결론은 다시 이곳입니다. 언젠가 브런치를 하더라도 이곳을을 가꾸는 일은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브런치나 페북 포스팅이 여행이라면 왠지 이곳은 편안하고 즐거운 나의 집과 같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노트북 하드디스크 손상으로 원고와 강연 자료 등을 모두 유실했을 때 '남은 글은 블로그 포스팅 뿐이구나' 하고 망연자실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와우 3기가 "티스토리 한 번 해 보세요"하고 권하던 순간도 기억나네요. 따뜻하고 정겨웠던 댓글 교류는 지금 생각해도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방치된 기간 동안 발길이 뜸해졌지만 조금만 가꾸면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이 찾아들지 않을까 하고 기대도 합니다. 아주 소수여도 괜찮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나 자신과 가장 먼저 대화를 나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