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밤거리에서 부른 노래

카잔 2018. 3. 15. 23:45

연일 수업의 연속입니다. 이 달의 평일 저녁 일정은 일찌감치 꽉 채워졌죠. 한 달 중 쉬는 날은 3월 7일 하루뿐이네요. 월요일과 화요일엔 제가 진행하는 인문정신 수업이 있습니다. 다른 요일은 청강하러 갑니다. 3월 한 달 동안 그리스 문명, 프란츠 카프카, 소설의 캐릭터에 대해 배웁니다. 이런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저녁마다 바쁜 요즘입니다.

 

하나의 수업은 산만하고 두 개의 수업은 재밌습니다. 하나가 아쉽다 보니 배움의 자리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함을 느꼈네요. 재밌는 수업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삶의 활력입니다. 이걸 공부해야겠구나, 얼른 저걸 읽어야지 이러는 동안 의욕이 생겨나는 거죠. 제가 다름 아닌 지.성.을 찾아갔음을 감안하면 활력은 보너스요 뜻밖의 습득물입니다.

 

"아테네의 황금기를 이해하려면 그리스 문명의 전사(前史)를 알아두어야 한다, 트로이 전쟁은 ‘전쟁’ 수준이 아닌 ‘전투’ 정도의 규모였을 확률이 높다, 저명한 카프카 해석자인 게르하르트 노이만은 ‘단편산문’을 카프카의 대표 장르로 꼽았다" 등이 이번 주에 얻은 인식입니다. 새로운 인식을 안고 돌아오는 귀갓길은 얼마간 적적하지만 기쁨도 큽니다.

 

어젯밤의 일입니다. 경향신문사를 나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예민의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라는 곡이었죠. 전혀 뜻밖의 노래였기에 의아했습니다. ‘어?! 신기하다. 왜 이 노래지? 자주 부르지도 떠올리지도 않는 노랜데!’ 의외의 노래였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노랫말과 선율이 예쁜 곡이었거든요. 노랠 불렀습니다.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학창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중학생 때 출시된 곡이거든요.) 그 시절의 장면 몇 가지가 그려졌고 얼굴엔 미소가 피었죠. 하늘나라에 있는 친구도 그 땐 제 곁에 있었네요. ‘지금 녀석이랑 통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네온사인 사이로 밤빛 하늘과 눈이 마주쳤네요.

 

조금은 쓸쓸했지만 충만한 마음이 그보단 좀 더 컸습니다. 내면에선 그윽한 평온이 너울거렸습니다. 그리움도 넘실댔죠. ‘이런 공부를 연인과 함께하면 참 좋겠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하는 생각, 그때까진 혼자만의 삶을 향유하자는 생각, 내가 공부를 참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들을 매만지면서 서대문역을 향해 걸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흐르는 냇물 위에 노을이 구름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달이 빛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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