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이 책에 대해.'


『인간성 수업』이 안긴 생각이다.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연초에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읽다가 감탄과 전율을 수십 번이나 느꼈다.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도 했다. '공부 인연들과 함께 강독회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네. 아... 루크레티우스!


『인간성 수업』은 루크레티우스 읽기에서 한 가지가 더 가미된 독서 여정이다. 감탄, 전율 뿐만 아니라 '울음'마저 안긴 것! (지적 희열은 나를 춤추게 하지만 지적 위로는 타자를 향한 깊은 공감 만큼이나 울컥하게 만든다. 마사 누스바움은 내게 지적 희열과 지적 위로를 모두 선사한다.)


나를 위로하고 지지하고

나아갈 길을 넌지시 보여주는

책을 만나다니! 독서가의 지복이다.

 

2.

책의 메시지를 파악하고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한층 더 이해하고 싶은 책, 읽은 내용을 일상적 실천으로 이어가고 싶은 책, 그리하여 나와 우리가 사는 세계에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을 안기는 책! 작년에는 시어도어 젤딘이, 올해는 마사 누스바움이 젊은 후학을 한없이 격려한다.


3.

오늘 아침 1시간을 할애해 두고서 『인간성 수업』을 펼쳤다. 12페이지 즈음 되는 한 절을 읽겠다는 계획이었다. 3페이지 정도 읽고서 의자에서 일어섰다. 창가로 걸어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눈에는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보다는 책에서 얻은 희열과 비전이 보였다.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로는 충분했지만(그래서 책을 덮었겠지만) 이 책은 수양뿐만 아니라 지성을 위한 책이기도 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펄떡이는 가슴을 달래가며 40분 동안 12페이지를 읽었다.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 (아래 구절이 안긴 축복이다. 반엘리트적, 반텍스트적 그리고 민주주의적인 소크라테스!) 책을 덮고 나서도 독서는 이어졌다. 생각에 잠겼고 실천 의지를 다졌으니까.


"역사 속 소크라테스는 모든 사람이 자기 성찰에 나서도록 일깨우는 일에 헌신한다. 그는 자신이 만나는 시민들의 믿음 외에는 아무런 지식 자료에 의존하지 않으며, 무비판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민주주의가 이용 가능한 최선의 정부 형태라고 본다." (p.54)


기억과 희망을 위해, 최근에 지적 희열과 지적 위로를 안긴 책을 정리해 둔다. (희열은 루크레티우스, 위로는 젤딘과 누스바움이다.)


- 루크레티우스, 강대진 역,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아카넷, 2012

- 마사 누스바움, 정영목 역, 『인간성 수업』, 문학동네, 2018

- 시어도어 젤딘, 문희경 역, 『인생의 발견』, 어크로스, 2016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