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벚꽃이 피고지던 무렵 떠나셨습니다. 5년 전 오늘입니다. 존경하던 분이라 여전히 마음 한켠엔 그리움과 아린 슬픔이 있네요. 오늘은 지난 기일들과는 달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로 하루가 훌쩍 지났습니다. 오늘을 잊은 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저 바쁘게 보냈습니다. 수원으로 강연을 다녀왔고 저녁엔 사람들을 만났죠. 반쯤은 의도한 일정이었네요. 아직은 '상실'이라는 아픔을 직면하기가 두려워던 겁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선생님의 책 한 장을 읽지 않고 사진 한 번 바라보지 않고 보낸 하루를 후회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네요. '오늘 하루를 아침부터 다시 산다면 선생님이 잠드신 곳으로 찾아뵐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내 선택을 후회하면서도 달리 선택할 힘은 없는 겁니다. 달갑지 않은 현실이지만 현실의 내 모습을 인정하자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내면 속 상실의 방을 지혜롭게 정리하고 명랑한 공간으로 가꾸고 싶은데··· 아직은 때가 아닌 건지 아니면 내 영혼이 연약한 건지 궁금합니다. 고통에 직면하자니 여전히 아픕니다. 일상이 멈출 만큼 힘겹습니다.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굳이 현자들의 목소리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외면, 기만, 엄살, 등은 모두 고통을 대하는 지혜로운 태도가 아니니까요. 우선은 두 자아로 살아보렵니다. 상실을 아파하는 자아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자아로 내 마음을 모두 살피는 겁니다.


머잖아 고통을 직면해야죠. 상실에서 깨우친 배움을 삶의 에너지로 전환시킬 날을 기대하면서 두 자아를 통합해야겠지요. 제가 기대하는 통합이란, (수잔 제퍼스의 말처럼) 상실의 경험을 오늘로 불러와 죽음과 이별을 삶의 재앙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했던 시간들을 행복하게 추억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내 삶에 벌어진 슬픔과 화해하여 전보다 조금 그윽한 사람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네요. 조급하진 않아야겠죠. 서두름은 영혼의 일을 다루는 도구로선 적절치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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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