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이 다가온다면 당신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1922년, 파리의 저명한 신문 <비타협>이 여러 인사들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생기는 갑작스러운 삶에 대한 애착을 설명함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당신이 말한 대로 우리가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면 삶은 갑자기 놀라운 것으로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살아있음은 얼마나 많은 계획, 여행, 연애, 연구거리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지! 언젠가 할 거라는 확신으로 끝없이 미루는 우리의 게으름은 진실을 숨겨 버립니다.


만약 미루기를 영원히 불가능하게 만드는 위협이 생기면 세상은 다시 얼마나 아름다워질까요! 아, 대재앙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의 새로운 갤러리를 방문하고, X양의 발아래 우리를 던지고, 인도로 여행을 떠날 텐데요.


실제로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어느 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다시 일상적인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요. 무신경이 소망을 죽입니다(Negligence deadens desire).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현재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대재앙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필멸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고, 죽음이 당장 오늘 밤에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지구의 멸망 없이도 우리가 인간의 필멸성을 상상할 수 있다면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일상을 재편할 테지요. 자신의 불멸성에 대한 습관적인 믿음, 다시 말해 무신경한 부주의를 던져 버릴 수 있다면 우리는 시도하지 못했던 수많은 가능성에 도전하지 않을까요? 


알랭 드 보통이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How to love life today)"으로 건넨 이야기들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상상은 현재를 아끼고 몰입하는 비결이지 싶습니다. 저는 이사를 떠나려 할 때마다 그간 살았던 동네가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언젠가 이 지구를 떠날 때에도 그러겠지요.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상상입니다.(2014. 10. 30)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