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어머니께 바친 나의 첫번째 책

카잔 2008. 8. 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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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계신 곳



"엄마 나 왔어요. 아들이 첫 책 들고 왔어요." 8월의 뜨거운 햇살이 쨍쨍 내리쬐던 어느 날, 나는 친구와 함께 엄마 묘 앞에 섰다. 내 손에는 갓 출간된 '이희석'의 책이 들려 있었다. 엄마에게 책의 몇 구절을 읽어 드렸다. 눈물이 났다. 기뻐하시는 엄마의 기뻐하시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 오듯 흘러내린 땀과 눈물로 얼굴은 뒤범벅이 됐다. 


참 기쁜 소식인데 엄마에게 전해 드리니 슬픈 일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언제쯤이면 이곳에 올 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도 기쁜 소식을 들고 올 때 만큼은 눈물 한 방울을 흘리게 될 것 같다. 돌아오기 전, 한 권의 책을 비닐에 싸서 엄마 묘 앞에 고이 두었다. '어머니가 읽어보세요.' 오래 전부터 소망해 왔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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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읽으실 책


올해 초 보았던 <해피선데이-하이파이브>에서의 채연과 그녀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머니는 딸의 노래 '둘이서'를 막힘없이 부르셨다. 빠른 박자에서는 아슬아슬하게 따라갔지만 결국 노래의 마지막 부분까지 온전히 부르셨다. 딸 채연은 처음 보는 모습이라며 눈물이 글썽해졌다. 나 역시도 처음 보는 장면이라 눈물이 글썽했다. 아니, 나는 그 때 울었다. 많이 울었다. 딸의 노래라며 얼마나 많이 흥얼거리며 따라부르셨을까. 그 어머니의 사랑이 전해져 눈물이 났던 것이다. 상욱에게 채연 어머니 얘기를 전했더니 공감해 주었다.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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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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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앞에서 한 컷


내 어머니도 살아계셨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해 주셨으리라. 책을 수십 번도 더 읽으시며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셨으리라. 아무도 책을 읽어주지 않더라도, 혹은 모두가 냉랭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어머니만큼은 나의 열렬한 팬이 되어주셨으리라. 망자에 대한 기억은 각색되기 마련이다. 내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분명 아름다운 것들만 남아 있으리라. 그러나 아무리 어머니에 대한 생각의 균형점을 찾아봐도 어머니는 꽤나 훌륭하신 분이라는 결론을 만나게 된다. 기억으로 도출된 이 결론이 맞는지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젠가 그 날이 올 테지. ^^ 그 날에 만날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야지. 호호.

2008년 8월 5일은 이렇게 지나갔다. 아름답게 추억할 만한 개인사의 한 장면이 되었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