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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영] 좋은 책은 구입하여 읽어라

카잔 2008. 9. 8. 23:14


좋은 책은 구입하여 읽어라

- 책 읽기 빌리기 사기


"독서란, 글자 속에 담긴 사상과 사건과 원리를 끄집어내서 나의 정신과 삶에 담는 행위입니다. 글자 속에 담긴 인생, 사건, 원리를 우리의 지성 속에 운반하여 내 삶의 영양분으로 활용하는 것이 책읽기의 예술입니다."

- 장경철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나는 학과 내용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내용 따위는 이미 오랜 전에 잊어버렸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과정이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사물을 분류하여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었다.” - 찰스 핸디


인생을 이루는 주요 생활에 대해서는 사전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결혼을 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를 알면 좋고, 아빠 엄마가 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알아두면 좋다. 몇 년 전에 이민정 교수님의 <자녀 교육을 위한 대화 기법 세미나>에 참석했었다. 교수님은 결혼하기 전에 꼭 한 가지의 결심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먼저 변해야지' 하는 결심이다. 참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면서 결혼 전에 나의 정서적 문제와 삶의 태도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고 느꼈다.


결혼 생활이나 부모 노릇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삶의 영역은 아니겠지만, 활자를 읽는 것 역시 우리 삶의 큰 영역이다. 우리는 신문과 잡지를 읽고, 책을 읽고 또 학교에서 칠판의 수업 내용을 읽고, 집에 돌아와서는 메일을 읽고, 인터넷 자료를 읽는다. 분명, 우리는 아주 많은 텍스트들을 읽어 왔지만, 잘 읽는 방법에 대해 공부한 적은 없다. 읽는 방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기나 한 것인지에 대하여 물음을 던지는 분들도 많다. 독서 강연을 하는 필자지만, 과연 독서 강연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 본다. “오늘날 젊은 사람들은 독서 훈련을 점점 어려워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손실”이라는 고든 맥도날드의 지적은 옳다.


읽는다는 것은 기호의 존재를 전제한다. 우리는 책에 쓰여 있는 문자 기호를 통해 저자의 생각을 읽는다. 기호가 없다면 우리는 마음을 읽는 독심술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읽는다는 것은 기호를 통해서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읽기와 보기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읽는 것은 보기와 생각하기의 결합이다. 읽는 것은 기호를 보면서 의미를 생각해 내는 것이고, 쓰는 것은 의미를 생각하면서 기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책읽기의 즐거운 혁명] p.35)


읽기=보기+생각하기, 이다. 책을 생각하며 읽지 않는 것은 음식물을 씹지 않고 먹는 것과 같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저자의 생각과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저자의 생각과 정신을 우리의 사유 체계 속으로 초청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경철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긴다.

"읽기는 정신의 여행을 낳고, 그 정신의 여행은 언어와 행동을 거쳐서 존재의 여행으로 이어집니다. 우리의 정신은 새로운 생각과 느낌, 소원을 품는 것을 통해서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우리는 새로운 생각으로 인하여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 말은 독서를 통한 변화의 과정을 아주 잘 설명하여 준다. 좋은 글을 읽으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의 이유가 바로 읽기 훈련이 정신, 언어, 행동의 여행으로 이어져 존재 가치를 높여 주기 때문이다. 읽기를 통해 우리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결국 공부의 목적은 우리 삶의 전 영역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고, 공부라는 활동의 가장 중심적인 영역이 바로 독서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공부이며, 우리 삶에 행복을 조각하는 행위이다.


책을 사는 것에 대하여


모름지기 좋은 책은 반드시 구입해야만 한다. 책을 빌려 보는 사람들은 책을 구입해서 소장하며 두고 두고 읽는 독서의 유용을 결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을 무진장 사들이는 나 역시도 이제 겨우 소장의 유용과 가치를 알게 되었다. 자기 소유의 책은 줄을 그으면서 읽을 수 있다, 보고 또 볼 수 있다, 등의 단순한 이유는 책을 소장할 때 얻게 되는 진정한 유익의 일부에 불과하다.


좋은 책을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이유는 "시간 절약"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당신이 만약 지적 생산자라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만약 집에서 글을 쓰던 중 인용해야 할 관련 도서나 참고 자료가 없다면 책을 빌리거나 구입을 해야 한다. 이것은 지적 생산자에게 치명적인 일의 중단이 된다. 반면에 글의 주제와 관련된 책이 집에 모두 있다면 이 점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은 세월이 쌓일수록 지적 생산물의 양과 질에서 많은 차이를 만든다. 나는 학술 논문이나 한 권의 책이 될 만한 양질의 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씩 글을 써 왔다. 글쓰기는 지적 생산자로서의 기초를 닦기에 좋은 훈련이다. 나는 비교적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 왔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주제마다 수십 권씩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다. 나는 시간적 여유가 날 때마다 관심 있는 테마의 책을 읽고 구입해 왔다. 관심을 넓혀 가고 깊이를 더해 가는데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내 방에 있는 수많은 책들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생활공간이 곧 학습의 장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와타나베 쇼이치의 [지적 생활의 방법]이라는 책에는 어떤 학술잡지 편집자의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학자들 중에는 정년 후에 크게 뻗어나는 사람과 정년이 되면 그 자리에 주저앉는 사람이 있는 거 같아요."

정년이 넘은 나이가 될 때까지 한 분야에 대해 꾸준히 책과 자료들을 모아 왔다면 그 주제에 대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자료까지 집에 있으니 쉬엄쉬엄 관련 글을 쓰고 정리하여 책으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젊어서부터 취미나 전공 서적을 모으면서 읽어 온 사람은 정년 후에 비교적 쉽게 주요 저서나 재미있는 저서를 내기도 한다. 이것은 책을 주제별로 모으며 읽어나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반면, 예순의 나이에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고 미약한 지적 생산을 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우리 집에 있는 많은 책들 덕분이다.


지적 생활을 추구한다면 와타나베 쇼이치의 다음 말을 명심하자.

"확실히 젊었을 때부터 연구용 기본 도서라든가 애독용 도서 등을 한 권씩 사 모으는 과정 자체가 지적 생활이 된다."


소장의 파워는 확실히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 더욱 빛난다. 시류성이 강한 서적, 이를 테면 컴퓨터 분야의 책은 종류에 따라서 구입하기도 하고, 빌리기도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8, 9년 전에 『하드웨어 팔만대장경』이라는 책을 구입한 적이 있다. 이 경우는 하드웨어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책 이후로는 하드웨어에 대한 책은 빌려서 보았다. 하드웨어의 역사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면 하드웨어가 계발될 때마다 관련 책을 살 필요는 없다. 한글이든 엑셀이든 제대로 한 번 공부해 두면, 업데이트 버전이 나오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듯이 기본 지식을 쌓기 위해 한 두 권의 책을 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시류성 도서는 빌려서 읽는 것이 좋다.


책을 빌리는 것에 대하여


책을 소장하는 것의 유익이 아주 크기에 나는 기본적으로 책을 사서 읽는다. 책을 살 여유가 없거나 책값이 아까운 분들이라면 더욱 책을 사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소유한다는 것은 경쟁력을 갖추어 가는 것이고, 잠재적 실력을 키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빌릴 수밖에 없다. 사실, 부득이한 경우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책 구입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책을 빌리는 것'에 대하여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책을 구입하여 읽기를 더 권한다.


나는 책을 사서 읽지만, 남들에게 빌려주기까지 꺼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에게 책을 빌리려는 사람이 책을 살 만한 여력이 있거나 친한 지인이라면 조심스레 책을 사기를 권할 때도 있다. 그렇게 말하기도 곤란한 경우, 책을 빌려 준다. 그리고는 언제까지 갖다 달라고 일러둔다. 대개 책을 빌려 가는 사람들은 날짜를 자주 어기곤 하는데, 이는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빌려 간 책의 반납을 독촉하는 허균의 편지글을 보았는데 슬며시 웃음이 나는 글이다.


"옛 사람은 책을 빌려주면 항상 돌아오는 것이 더디다고 했다지요. 더디다는 것은 1년이나 2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강(史綱)』을 빌려드린 지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 또한 벼슬길에 뜻을 끊고 강릉으로 돌아가, 이것을 읽으며 무료함을 달래려 합니다. 감히 여쭙니다." (『책 읽는 소리』 p.41)


빌려 주고 받지 못한 책은 나도 여러 권 있다. 그래서 이젠 모든 책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두어 빌려줄 때 비고란에 친구 이름을 적는다. 엑셀 파일로 정리해 둔 후부터는 책 관리가 수월해졌다.

집이 가난하여 책을 빌려 읽을 수밖에 없었던 명나라 송렴(宋濂)의 다음 글을 통해 책을 빌려 읽는 자들이 꼭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자세를 알아보자.


"나는 어려서 배움을 좋아하였지만, 집이 가난하여 책을 구해볼 수가 없었다. 언제나 책을 소장한 사람의 집에서 빌려와 손수 베껴 적고는 날짜를 꼽아 돌려주곤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벼루의 먹물이 꽝꽝 얼어붙고 손가락이 곱아 굽히거나 펼 수 없는 지경이어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베끼기를 마치면 달려가 돌려주어 약속한 날짜를 절대로 넘기지 않았다. 때문에 내게 책을 빌려주는 사람이 많았고, 나는 그 덕분에 여러 종류의 책들을 두루 볼 수 있었다" (상게서, p.39)


송렴과 마찬가지로 책을 빌려 읽는 사람은 두 가지 가치를 지녀야 한다.

첫째, 약속한 날짜를 지키는 신뢰성이다. 신뢰성은 남에게 신뢰를 주는 개인의 특성이다. 신뢰 있는 사람이 되어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리더십의 대가인 존 맥스웰은 신뢰를 리더십의 ‘굳건한 토대’라고 했다. 신뢰성은 지키고 추구할 만한 가치다.

둘째,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열정이다. 대부분 책을 빌려 읽는 사람들은 송렴의 경우처럼 가정 형편 때문이라기보다는 독서에 대한 '열정'의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책을 빌려 읽는 사람들에게는 독서를 향한 열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송렴 정도의 열정이라면 빌려 읽어도 좋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