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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함께 노래방에 가다

카잔 2008. 9. 1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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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노래방에 갔다. 화끈한 성격의 자로가 한 곡을 멋들어지게 뽑아내자 공자는  “앵콜~ 앵콜~” 을 연신 외쳤다. 자신도 한 곡 부르려고 준비하던 제자들은 스승 공자가 외침에 놀랐다. 자로가 앵콜 곡을 부른 뒤 공자는 흐뭇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좋구나. 자로야~”

이는 나 혼자서 훌륭한 스승 공자에 대한 망상을 한 것이 아니다. 제자들의 기록에 빗대어 상상해 본 것이다. 『논어』의 술이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공자께서는 사람들과 노래 부르는 자리에 어울리시다가 어떤 사람이 노래를 잘하면, 반드시 다시 부르게 하시고는 뒤이어 화답하셨다.”
삶의 여유와 유흥을 즐기시는 공자의 모습이다.

내가 처음 『논어』를 접한 것은 2001년도였다. 그 때 읽었던 책을 뒤적였더니 반갑고도 특이할 만한 메모가 책의 여백에 적혀 있었다. 나는 노래를 잘 하지 못한다. 그래도 노래방 가는 것이 즐겁다. 대개 노래를 못하는 사람들은 노래방 가기를 꺼려하거나 가서도 즐겁게 어울리지 못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마이크를 잡으면 목이 갈라지든 말든 최선을 다해 부른다. 마이크를 잡고 있지 않을 때에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홀로 무대 옆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몸을 흔들기도 한다. ‘춤을 추기도 한다’라고 적고 싶었지만 나의 흔드는 몸이 ‘춤’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노래방에 가는 건 즐겁다. 음치 보보가 노래방을 즐기게 된 까닭을 7년 전에 읽었던 『논어』의 여백에 쓴 메모에게서 발견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앵콜을 외치시는 공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적어 두었나 보다.

 - 잘 부르는 노래만 반복하기 보다는 갈라지더라도 (부르고 싶은 곡을 부르며) 신나게 즐겨라.
 - 선곡은 짧게, 유희는 길게!
 - 노래에 화답하며 박수하라. 그 곳은 콘서트 장소가 아니라 더불어 즐기는 파티다.
 - 잘 부르는 이의 노래는 반복 요청하여 들어라.
 - 잘 부르지 못하는 이의 노래도 전심으로 들어라. 그리고 그의 18번 곡을 예약해 주라.

 이렇게 적어두고 생각한 것이 내 삶에 조각되었다. 지금의 나의 노래방 개똥철학과 똑같아 깜짝 놀랐다. 『논어』는 고리타분한 옛날 책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써 먹을 만한 보편 타당한 지혜가 깃들어 있다. 『논어』는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내용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분명히 이상 강령은 아니다.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실천 강령이고 고품격 처세론이다. 나는 노래방에서 즐기는 법과 지켜야 할 매너를 『논어』에서 배웠다.

『논어』가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다음의 얘기를 덧붙인다.
 3기 와우팀을 하면서 『논어』와 『전쟁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다. 보통의 책과는 달리, 이 두 권의 책에 대한 팀원들의 선호도는 분명했다. 책에 대한 그들의 격렬한(^^) 반응을 통해 그들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람은 모름지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뤘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사는가?"를 다뤘다. 로버트 그린은 현대의 마키아벨리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사람이다. 구본형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공자는 지나치게 마땅함에 치우쳐 있고, 마키아벨리는 지나치게 시정잡배의 위선과 욕망에 치우쳐 있다면, 우리는 그 가운데 어딘가 에도 치우치지 않는 처세의 장소를 찾아 거기에 머무르고 싶은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와 그 이치를 자신에게 적용할 때 성숙한 한 개인으로서 적절한 처신을 하고 싶은 것이다."

마땅함과 실제의 이치 사이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만의 건강한 중간지대를 찾자. 이상적인 사람은 『논어』와 가까운 지역에 자리할 것이고, 현실적인 사람은 『전쟁의 기술』에 가까운 지역에 위치할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을 겹쳐 읽는 것도 아주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마땅함에 더욱 끌리는 사람들은 『전쟁의 기술』을 통해서 철학을 얻는 것이 아니라 방법론을 얻으면 된다. 자신의 이상적인 철학을 펼칠 수 있는 현실적 방법론을 취하자는 것이다. 어떤 방법론이 도저히 자신의 철학에 맞지 않는다면 버리자. 어떤 방법론이 자신의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 판단되면 취하자.

올 가을, 넉넉한 마음으로 공자의 지혜를 읽어보는 것은 어떠신가?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